

[마이데일리 = 잠실 김경현 기자] "제가 쳐서 이기고 싶다"
한화 이글스의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그간 힘겨웠던 심정을 밝혔다. 84일 만에 홈런포가 터졌고, 그 홈런 덕분에 팀이 40년 만에 KBO리그 기록을 썼다.
심우준은 22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홈런 1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전까지 심우준은 타율 0.210을 적어냈다. 아무리 수비가 중요한 유격수 포지션이라지만 아쉬운 성적. 심지어 7월 타율 0.364(33타수 12안타) 맹타를 휘둘러 끌어올린 기록이다.
이날도 타석에서는 아쉽게 물러나는 듯했다. 2회 2사 1, 2루 첫 타석은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5회 1사 2루 득점권 찬스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구질은 좋았지만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7회 1사 1루에서는 3루수-2루수-병살타로 흐름을 끊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 '한 방'을 선보였다. 팀이 1-0으로 앞선 9회 2사에서 심우준이 타석에 섰다. 1-1 카운트에서 최원준의 커브가 높게 들어왔다. 심우준의 방망이가 거침없이 돌아갔고, 타구는 115.6m의 아치를 그리며 좌측 담장을 넘었다. 시즌 2호 홈런. 이 홈런으로 한화는 2점 차 리드를 잡았다. 9회말 김서현이 선두타자 오명진에게 2루타를 맞고, 계속된 1사 3루에서 양의지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심우준의 홈런이 아니었다면 경기는 원점. 김서현은 흔들리지 않고 김재환을 헛스윙 삼진, 박준순을 포수 땅볼로 정리했다. 한화의 2-1 승리.
84일 만에 터진 귀중한 홈런이다. 최근 홈런은 4월 29일 대전 LG 트윈스전이다. 심우준은 홈런을 자주 치는 선수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시즌 2호 홈런을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구장인 '잠실 야구장'에서 쳤다. 통산 잠실 야구장 3호 홈런이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심우준은 "그 전에 제가 득점권을 놓친 게 마음에 걸렸다. 이렇게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것은 아니었다. 아쉽게 좌익수에게 잡히고 병살도 쳤다. 다행히 홈런이 나와서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9회 2아웃이었다. 장타를 노리고 타석에 섰냐고 묻자 "홈런 칠 생각 없었다. 요즘 과감하지 못해서 초구부터 돌리자고 했는데, 초구는 공이 칠 수 없는 곳으로 왔다. 그 다음 (과감하게 돌리자는) 미음가짐 덕분에 홈런이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최근 KT 위즈와 3경기에서 9타수 2안타를 쳤다. 유독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심우준은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자꾸 잘 맞은 게 잡히다 보니 멘탈을 잡으려고 해도 잘 잡히지 않았다. 타율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낮으니까…"라고 말을 흐렸다.
이어 "멘탈을 잘 잡고 한 경기 한 경기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팀이 연승을 달리고 있어 멘탈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았을까. 심우준은 "수월하다면 수월하고 부담이 된다면 부담이 된다. 왜냐하면 제가 쳐서 이기고 싶다"고 했다.
수비에서 제몫을 다한다는 평이 다수다. 심우준은 "그런 기사나 팬들의 말을 들으면 너무 기분 좋다. 그래서 더더욱 수비에 집중을 한다"라면서도 "이제 방망이까지 잘치면 더 좋지 않을까요?"라고 타격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홈런은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심우준은 "저보다는 팀이 더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오늘 경기로 인해서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들지 않을 것 같다"라면서 "왜냐하면 이번 주 첫 경기다. 이제 다른 타자들 컨디션이 올라올 것이다. 더욱 지지 않을 것 같다"고 팀을 먼저 생각했다.

한화는 40년 만에 대기록을 작성했다. KBO리그 2호 단일 시즌 두 차례 10+연승이다. 한화는 지난 4월 26일 대전 KT전을 시작으로 5월 11일 고척 키움전까지 12연승을 달렸다. 여기에 7월 4일 고척 키움전부터 이날까지 10연승을 질주했다. 이처럼 두 번이나 단일 시즌 10+연승을 기록한 팀은 1985년 삼성(11연승 4월 12일 인천 삼미~4월 27일 잠실 OB전, 13연승 8월 25일 인천 청보전~9월 17 구덕 롯데전)뿐이다.
심우준은 "일부러 모르려고 하는 선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저는 알고 있었다. 기사 보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수비부터 집중을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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