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해 범용성과 전문성을 함께 키워가고 있다. AI의 생산성과 수익성 개선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이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AI 토크 콘서트 2025’에서 이같이 밝히며, 산업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운 AI 전략을 제시했다.
LG AI연구원은 이날 국내 첫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을 비롯해 정밀 의료 AI ‘엑사원 패스 2.0’, 멀티모달 모델 ‘엑사원 4.0 VL’ 등 엑사원 기반 기술 전반을 공개했다. 엑사원 4.0은 자연어 생성과 추론 기능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엑사원 최초 버전은 2021년 말께 LG AI연구원이 공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멀티모달 AI 모델로부터 시작된다. LG AI연구원은 빠르게 개발을 거듭하며 현재 '엑사원 4.0'까지 내놨고, 차세대 정밀 의료와 임직원용·기업용 AI 에이전트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엑사원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LG 엑사원 4.0은 일반 시민들이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처럼 서비스 앱과 실시간 소통하는 방식이 아닌 LG그룹 전사 직원들이 산업 현장이나 프로그램 개발 등에 활용하기 위한 산업·제조 생산 기반에서 작동한다.
‘엑사원 패스 2.0’은 병리 이미지를 기반으로 유전자 변이를 직접 예측하는 정밀 의료 AI다. 기존 2주 걸리던 유전자 검사를 1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어 환자의 치료 속도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겸 최고 AI과학자(CSAI)는 “패스 2.0은 병리 이미지에서 핵심 유전자 정보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의료 AI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엑사원 4.0 VL’은 복잡한 전문 문서와 차트, 이미지, 분자 구조식까지 해석 가능한 멀티모달 모델이다. 이 원장은 “엑사원 VL은 AI의 눈 역할을 하며, 기업 내 방대한 문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 현장에서 실증 중인 풀스택 AI 솔루션도 소개됐다. ‘챗엑사원(ChatEXAONE)’은 LG 임직원의 65% 이상이 사용하는 문서 자동화 기반의 에이전트 서비스로, ISO 인증을 획득해 보안성이 요구되는 기업용 활용도 가능하다. 이날 외부 베타 서비스도 공개되며, 기업 이메일 인증을 통해 일반 사용자도 접속할 수 있는 구조로 개방됐다.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는 고품질 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산하는 플랫폼이다. 전문가 60명이 3개월간 구축하던 데이터를 단 하루 만에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실제 실증 결과 기존 대비 생산성은 1000배, 품질은 20%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엑사원 온프레미스’는 AI 반도체부터 모델까지 완전히 독립된 환경에서 구축할 수 있는 기업 전용 솔루션이다. 보안성과 데이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어 금융·의료·제조 등 민감 산업 분야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홍락 원장은 “생성형 AI는 이제 에이전틱(AI가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실행하는) AI로, 더 나아가 현실을 직접 작동시키는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며 “AI가 판단을 넘어 실제 환경을 바꾸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Q&A에선 산업계에서의 인지도 부족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임 원장은 “대중 인지도보다는 LG그룹의 AI 전환이 우선 목표”라면서도 “결국 사업성과와 연결돼야 하므로 산업 AI 하면 LG가 떠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인지도는 성능에서 나온다. 글로벌 AI 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 중”이라고 강조했다.
LG는 이날 산업 현장 적용 성과도 공개했다. 비전 검사 AI를 통해 불량 이미지 분석 정확도를 높여 연간 5400만달러(약 75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고, 석유화학 공정에서는 AI 기반 스케줄링으로 플랜트 수익성을 4% 개선했다. 고객 상담에 AI를 도입해 상담사 생산성과 고객 만족도를 20% 이상 끌어올린 성과도 함께 발표됐다.
이화영 연구원은 “국내 AI 생태계 발전을 위해 GPU 인프라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며 “특히 의료 데이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병리 이미지와 유전자 데이터를 외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어 협업이 빠르지만, 한국은 규제에 막혀 기술 이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은 “우리는 AI를 수입해 쓰는 기업이 아니라, AI를 직접 만들어서 산업을 바꾸는 기업”이라며 “기술 내재화와 생태계 확장을 통해 한국의 AI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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