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낮아지는데…어려워지는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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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5대 은행의 하반기 가계대출 여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총량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은 연말로 갈수록 '대출 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조정해 제출했다.

당초 이들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약 14조5000억원으로 하반기에는 약 7조2000억원이 배정됐다. 현재 조율 중인 수정안은 3조6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은행별 차이는 있지만 당국은 지난달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하반기 총량 목표를 기존의 50% 이내로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도 본격 시행되며 대출 심사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가계대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5대 은행의 7월 가계대출 잔액은 757조4194억원(지난 17일 기준)으로 이달 들어서만 2조5846억원 증가했다. 증가 속도는 하루 평균 1520억원으로 전월(2251억원) 대비 68% 수준이다. 추세대로라면 이달 동안 약 4조7000억원의 가계대출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대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일부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하거나 중도상환을 유도하는 등 공급 억제 조치에 나섰다. 

코픽스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신한·하나은행은 최근 주담대 가산금리를 0.10%포인트 인상하며 체감 금리를 올렸다. SC제일은행은 오는 9월 말까지 비대면 주담대 취급을 한시 중단했다.

이같은 조치는 실수요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달 말까지 이뤄진 주택 매매 계약의 대출이 7∼8월 집행되면서 3분기까지는 여력이 있겠지만, 4분기에는 목표 초과 우려로 은행들이 사실상 신규 대출을 멈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3분기 은행의 가계 주담대 태도지수는 -31, 신용대출은 -22로 나타나 전분기(-11, -11) 대비 급락했다. 은행 여신 실무자들이 대출 문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22일 가계대출 점검회의를 열어 증가세 원인을 분석하고, 전세대출의 DSR 적용, 주담대 한도 추가 축소, 스트레스 금리 상향 등의 추가 규제를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실수요자 부담을 고려해 고가 전세 중심의 차등 적용이 함께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실수요자까지 대출이 막히는 상황이 이어지면 주택 거래 자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며 "무작정 총량만 조이기보다는 고위험 전세대출이나 투자 목적의 대출 위주로 선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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