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인배 외인 또 있나, 방출 통보 받고 먼저 연락하다니…55승 에이스 대체자 고마웠다 "슬프지만, 프로 세계는 비즈니스"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먼저 연락을 전해왔다."

KT 위즈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패트릭 머피가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진심을 전했다.

KT는 최근 쿠에바스를 방출했다. 2019년부터 함께한 선수. 2019시즌 30경기 13승(10패), 2020시즌 27경기 10승(8패)을 거두며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2021시즌에는 23경기 9승(5패)에 그쳤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리그 1위 결정 타이브레이커에서 이틀 쉬고 선발로 나와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KT가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T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거두는 데 쿠에바스의 역할은 컸다.

2022시즌 2경기를 던진 후 부상으로 팀을 떠났지만, 2023시즌 중반 다시 KT에 합류했다. 18경기에 나와 12승 평균자책 2.60을 기록하며 KBO리그 최초 선발 무패 승률왕에 등극했다. 지난 시즌 31경기 7승 12패 평균자책 4.10으로 주춤했지만 KT는 그를 믿고 2025시즌도 함께 했다.

그러나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전반기 18경기에 나와 3승 10패 평균자책 5.40으로 부진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도 7회에 불과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KT는 결국 쿠에바스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쿠에바스가 누구인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KT에서만 7년을 뛴 선수다. 149경기에 나와 55승 45패 평균자책 3.93을 기록했다. 누구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고, 외인 그 이상의 존재였다. 쿠에바스는 한국을 떠나기 전에 팀 동료들과 회식도 하고, 멜 로하스 주니어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가족들과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또한 KT는 20일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 전에 쿠에바스 송별회를 진행했다. 헌정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황금 글러브와 꽃다발,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이 전달됐다. 쿠에바스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7년 동안 팬분들이 주신 사랑에 너무 감사드린다. 수원이라는 도시는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언제나 KT에 진심이었던 쿠에바스는 자신을 자리를 대신하는 패트릭에게 먼저 연락을 KBO리그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패트릭은 메이저리그 통산 35경기 3패 5홀드 평균자책 4.76, 지난해 일본야구 무대에서 40경기 1승 2패 13홀드 평균자책 3.26을 기록한 바 있다. KBO리그는 처음이다.

최근 만났던 패트릭은 "쿠에바스가 KT에서 굉장히 오래 뛰었고, 실력 역시 좋은 선수다. KT와의 계약 소식이 전해진 후 먼저 연락이 왔다. 함께 저녁 식사도 했는데,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의 세계는 비즈니스다. 쿠에바스가 떠나 슬프지만, 이제는 KT의 많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늘 최선을 다하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쿠에바스의 조언 덕분일까. 패트릭은 18일 수원 한화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2이닝을 공 23개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안타, 볼넷도 없었다. 탈삼진 4개에 최고 구속은 154km까지 나왔다.

패트릭은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있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네 가지를 던진다. 빠른 구속의 직구와 각이 큰 커브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네 가지 구종 모두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라며 "미국에서도 ABS를 경험해 봤다. 미국은 타자 친화적인 ABS인데, 한국은 투수 친화적인 ABS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경기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