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지고 미뤄지다 다시 원점?… KDDX 사업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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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표류를 거듭한 끝에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의 KDDX 조감도. / 한화오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표류를 거듭한 끝에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의 KDDX 조감도. / 한화오션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함정 건조 사업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아예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수주 경쟁 및 신경전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정부까지 넘어온 KDDX 건조… 원점부터 다시?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을 국산화해 6척을 실전 배치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 규모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함정 건조 사업이다.

KDDX 사업이 첫발을 뗀 건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듬해인 2012년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를 수주해 이를 수행했으나 이후 한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고, 2019년부터 다시 본격화돼 2020년 기본설계 입찰이 진행됐다. 통상 기본설계를 맡은 쪽이 이어지는 상세설계와 건조까지 맡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당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기본설계를 수주한 건 HD현대중공업이었다.

그런데 이 무렵부터 예상치 못한 중대 변수들이 이어졌다. 먼저,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수주 확정을 앞두고 있던 2020년 9월 KDDX 사업 관련 비위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이 2013~2014년 군사기밀인 KDDX 개념설계 도면 등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소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고, 군 간부 또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 같은 불미스런 사건은 KDDX 사업 전반을 거센 혼란과 갈등에 빠뜨렸다. 당초 기본설계 수주로 유리한 고지에 섰던 HD현대중공업은 기밀유출로 인해 방위사업청 입찰에서 감점을 적용받게 됐을 뿐 아니라, 입찰 자격 자체가 위협받았다. KDDX 사업의 핵심 수주가 안갯속에 빠져든 것이다.

일련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안규백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KDDX 사업의 향방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 뉴시스
일련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안규백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KDDX 사업의 향방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 뉴시스

이런 가운데,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 수주가 부당하다며 국민감사를 청구하고, 기밀유출에 임원이 개입했다며 고발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 역시 감점 조치에 모든 이의 제기 절차를 밟고, 한화오션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양사를 넘어 각 지역과 정치권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며 큰 파문을 몰고 왔다.

극심한 갈등으로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었던 KDDX 사업은 지난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화해무드에 접어들며 새 국면을 맞았다. 평소 재계의 절친으로 알려진 정기선 HD현대중공업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화해를 주도하며 상호간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세설계 입찰방식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고,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터지면서 KDDX 사업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거듭 미뤄지고 말았다.

그렇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엔 KDDX 사업에 묘한 기류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본설계를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이 주장해온 수의계약으로 기울던 분위기가 다시 한화오션이 주장해온 경쟁입찰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양상이 감지된다. 이재명 정부가 ‘공정 방산’을 강조하고 있고, 안규백 국방부장관 후보자도 줄곧 KDDX 사업의 경쟁입찰 필요성을 언급해왔다는 점에서다.

이런 가운데, 방위사업청은 최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분과위원회에 KDDX 상세설계 관련 안건을 올리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KDDX 사업이 개념설계부터 원점에서 재추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개념설계가 이뤄진 시기를 고려하면 이미 사업이 상당히 지연된 상태인데다, 현재로썬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법적 분쟁 등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KDDX 사업은 조만간 또 한 번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각 구성 등 시급한 현안을 마치고 국방부장관이 임명되면 KDDX 사업은 기존에 진행돼온 사업을 이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을 실시하든,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든 어느 쪽으로든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 및 신경전도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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