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삼성화재(000810)를 자회사로 편입한 삼성생명(032830)이 지배구조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회계기준원이 이례적으로 삼성생명의 지분법 적용 여부와 회계 처리에 대해 꼬집었기 때문이다.
16일 회계기준원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포럼을 개최했다. 생명보험사라고는 하나, 사실상 삼성생명이 그 대상이었다. 삼성생명의 관계사 지분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발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손혁 계명대학교 회계세무학부 교수는 삼성생명에 대해 삼성화재 보유 주식의 지분법 처리 여부와 IFRS17 일탈 회계 적용의 적절성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제시했다.
◆밸류업 정책이 낳은 자회사 편입, 문제는 유의적 영향력 행사
앞서 지난 2월 삼성생명은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신청했고, 금융위는 이를 승인했다. 자회사 편입에는 금융당국의 밸류업 계획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화재는 주주 환원 확대를 위해 주주환원율을 50%로 확대하고 자사주 비중을 2028년까지 5% 미만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삼성화재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올라간다.
이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은 보험사의 타사 주식 보유 허용 한도인 15%를 넘어서게 된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 편입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당시에도 유의적 영향력 행사와 지분법 적용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실질적 의미의 지배 구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일축했다. 지분율이 20%에 미치지 않는 이상 지분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분법'이란 투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해 해당 회사의 경영 활동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투자회사의 재무제표에 피투자회사의 순자산 변동분을 반영하는 회계처리 방법을 말한다.
그럼에도 논란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 중이라고 보고 있다.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건은 △피투자자의 이사회나 이에 준하는 의사결정기구에 참여 △배당이나 다른 분배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 △기업과 피투자자 사이의 중요한 거래 △경영진의 상호교류 △필수적 기술정보의 제공 등이다. 이 5개 항목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할 경우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한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 비중이 상승하자 이사회 결의로 동시에 주식을 매각했고, 보유주식 매각 결정은 중요한 이사회 결정 사안"이라며 "블랙스톤과의 6억5000만 달러 규모 공동 펀드 투자도 공동투자 결정은 중요한 이사회 결정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가 삼성화재 대표에서 이동했다는 점,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가 삼성생명 부사장에서 옮겼다는 점에서 경영진 상호교류가 이뤄졌다는 해석도 있었다.
◆삼성전자 주식 매각한 삼성생명, 회계적 일탈 요건 벗어났나
또 다른 쟁점인 일탈회계 적용에 대해서는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IFRS 제 1001호 재무제표 표시 문단 19에 따르면 '일탈'이란 극히 드문 상황으로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의 요구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이용자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영진이 결론 내리는 경우 적용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005930) 주식 매각 계획이 없다는 조건으로 일탈 회계 기준을 적용해 보험부채에 반영하지 않았다. IFRS17가 도입 이후 매각 의도가 있는 주식은 보험부채에 반영하고, 의도가 없으면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지난 2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이에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해석이 제기될 여지가 발생했다.
김재호 회계기준원 회계기준실장은 "해외는 일탈 회계에 일시적 성격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계약자지분조정에 관한 국내 일탈 회계가 대안 없이 지속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며 "특정 산업 내 기업이 획일적으로 일탈 회계할 경우 한국이 IFRS17을 적용하는지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혁 회계기준원 연구위원도 "일탈 회계 철회와 IFRS17 원칙 복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조건 변경으로 인한 효력이 상실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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