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일부 재벌그룹 총수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거액의 배당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보다 훨씬 많은 배당을 받거나 순손실을 기록한 기업에서 현금을 챙겨간 경우도 있었다. 이에 기업지배구조와 주주 권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돼 있는 한국 재계서열 상위 기업집단 소속 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S그룹 비상장사인 삼양인터내셔날은 지난 1년여간 총 1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당기순이익 91억9000여만원 보다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배당금의 대부분인 약 81억9000만원은 최대주주인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을 비롯해 GS그룹 오너 일가 4세 3명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외에도 삼정건업(52억원), 승산(80억원) 등 다른 비상장 계열사에서도 배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그룹도 비슷한 모습을 나타냈다. 산하 비상장사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33억5000만원의 순손실에도 불구하고 150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카카오 측은 기부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적자 규모의 4.5배에 달하는 배당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부영그룹의 비상장사 광영토건도 이중근 회장과 장남 이성훈 부사장에게 총 194억4000만원을 배당했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147억원으로, 배당금이 순이익을 50억원 가까이 초과한 셈이다.
하림그룹의 닭고기 가공업체 올품과 효성그룹의 효성투자개발 역시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에 수십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그룹 산하 한무쇼핑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에게 19억여원을 배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전체 배당금의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배당은 현대백화점(약 85억원)과 현대쇼핑(약 15억6000만원), 한국무역협회(약 61억원) 등에 지급된 것으로 기재됐다.
이밖에 현대자동차그룹 비상장 계열사 현대머티리얼은 100% 지분을 보유한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에게 3억원을 배당했다. 현대머티리얼의 당기순이익은 약 253억원이고, 배당성향은 1.19%로 평가됐다.
이처럼 비상장사를 통한 오너 일가의 고액 배당이 반복되면서 상장사 주주와 경제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을 배당으로 돌리는 구조가 상장사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이사회 감시 기능의 부재와 비상장사의 제한적인 공시 의무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업을 사유화해 가족과 자회사에 이익을 나눠주면서그 기업을 믿고 투자한 일반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상장사의 이익이 줄고, 상장사 주주들의 배당 여력도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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