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김경현 기자] '천재 유격수' 김재호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재호는 올라오는 감정 속에도 특유의 미소와 함께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두산은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8-7로 승리했다.
김재호는 특별 엔트리를 통해 팀에 합류,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KT 이강철 감독의 배려가 있었기에 팬들 앞에서 설 수 있었다.
1회 2사까지 김재호는 그라운드를 지켰다. 아웃 카운트 1개를 남기고 김재호는 박준순과 교체됐다. 김재호는 자신의 유니폼을 박준순에게 전달하며 포옹을 나눴다.
두산은 끌려가던 경기를 한 번에 뒤집었다. 8회 김재환의 역전 스리런 홈런을 포함, 대거 5점을 내 8-6이 됐다. 김택연이 3연투 투혼을 발휘, 1이닝 1실점으로 두산의 승리를 지켰다.

경기 종료 후 조성환 감독대행은 "천재 유격수의 기운이 우리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경기 후반까지 누구도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선배의 은퇴식 날 역전승을 거둔 만큼 오늘은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의지는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오늘은 (김)재호 형의 은퇴식이 있는 날이라 선수단 모두가 평소보다 더 똘똘 뭉쳤다"면서 "'선수 김재호'를 아름답게 떠나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김재환은 "우리 (김)재호 형 마지막 날인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 "감정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았는데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라운드가 정리되고 본격적인 은퇴식이 진행됐다. 선수들의 축하 인사와 함께 김재호가 단상에 올라 은퇴사를 낭독했다.
김재호는 "최강 10번 타자' 두산베어스 팬 여러분. 영원한 '천재 유격수'로 기억되고 싶은 김재호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저는 오늘 여기 계신 팬분들 앞에서, 울컥하지 않고, 환하게 웃겠다고 자신했는데, 정말 쉽지 않다"고 했다. 중간중간 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준비한 은퇴사를 읽었다.

김재호는 "저는 오늘의 인사가 영원한 안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언제나 우리 두산베어스 곁에 있을 것이다. 두산베어스, 그리고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은, 저의 자부심이자, 전부"라고 전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재호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은퇴사를 끝내고 '선수' 김재호는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를 상징하던 별명 '김ㅋㅋ'처럼 김재호는 누구보다 밝게 웃으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하 김재호 은퇴사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최강 10번 타자' 두산베어스 팬 여러분. 영원한 '천재 유격수'로 기억되고 싶은 김재호입니다.
저는 오늘 여기 계신 팬분들 앞에서, 울컥하지 않고, 환하게 웃겠다고 자신했는데, 정말 쉽지 않습니다. 막상 이곳에 서니 다리도 좀 풀리는 것 같고요. 머리가 하얘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결코 성공적인 시작도, 마무리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먼저 매 순간 선수들을 격려해 주시고,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박정원 구단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두산베어스 프런트 관계자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하던 모습을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 저의 은퇴 경기와 은퇴식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신 KT 이강철 감독님, 코칭스태프, KT 선수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선후배 동료들.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나의 목표이자 긍정적 자극제였던 (손)시헌이 형. '왕조' 시절 함께 했던 (이)현승이 형, (양)의지, (김)재환이, (정)수빈이, (이)용찬이. 여러 선수들이 있지만 다 이름을 다 불러드리지 못한 점 미안하고요. 지금은 팀을 떠난 (오)재일이, (민)병헌이, (최)주환이, 그리고 (박)건우, (허)경민이.
또 김경문 감독님과 김진욱 감독님, 김태형 감독님, 이승엽 감독님을 포함해 저를 지도해주신 코치님들 감사드립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습니다.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에, 이분들께 또 한 번 진심어린 감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서 여태껏 고생해 주셨던 저의 어머니, 그리고 지금은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정말 감사드리고요. 덕분에 아들이 정말 멋지게 선수 생활을 마지막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참 좋은 아들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어머니의 희생과 아버지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저 또한 이렇게 성공한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항상 표현은 못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장모님도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나의 전부인 혜영이와 서한이, 그루, 승후. 제가 일생동안 서 있던 유격수 자리는, 투수의 등 뒤를 든든하게 지키는 포지션입니다. 그런 저를, 언제나 뒤에서 지켜준 건, 가족이었습니다. 가족들의 헌신과 사랑이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게 만들었습니다. 언제나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자부심인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1군에서 자리 잡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지칠 때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팬 분들이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저를 끊임없이 응원해 주신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저는 오늘의 인사가 영원한 안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언제나 우리 두산베어스 곁에 있을 것입니다. 두산베어스, 그리고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은, 저의 자부심이자,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 은퇴사를 들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이렇게 선배를 좋게 떠나보내고 싶은 후배들의 마음을 또 오늘 받고 가서 두 배로 기쁜 은퇴식이 된 것 같습니다. 후배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두산베어스 김재호는 물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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