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대체 외인이 레전드가 됐습니다…"첫 홈런부터 175호까지 같이 했네" 가슴 찡한 유한준 코치의 소회 [MD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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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 경기. KT 로하스가 5회말 1사 1루 투런포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로하스는 이번 홈런으로 외국인선수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를 세웠다./수원=한혁승 기자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가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등극했다. 로하스를 향해 유한준 코치가 뭉클한 한마디를 남겼다.

로하스는 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4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홈런 1득점 3타점을 기록했다.

기다리던 175호 홈런을 쳤다. 로하스는 지난 1일 키움전 솔로 홈런을 기록, 통산 174호 홈런으로 '흑곰' 타이론 우즈(두산 베어스)와 동률을 이뤘다. 한 개를 추가한다면 KBO리그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사실 로하스는 홈런 신기록을 매우 크게 의식하고 있었다. 3일 경기를 마친 뒤 "어제 오늘 홈런 기록을 의식해서 타석에서 힘이 들어갔다"며 "단지 외국인으로서의 기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KBO에서 뛰면서 했던 노력과 희생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홈팬들 앞에서 홈런을 치길 원했다. 키움과의 3연전이 끝나면 잠실 두산 베어스전과 인천 SSG 랜더스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타격감을 생각하면 3일이 홈팬 앞에서 역사를 쓸 마지막 기회였다.

첫 타석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된 로하스는 3회 무사 만루 두 번째 타석에서 선제 1타점 희생플라이를 쳤다.

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 경기. KT 로하스가 5회말 1사 1루 투런포를 치고 있다. 로하스는 이번 홈런으로 외국인선수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를 세웠다./수원=한혁승 기자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 경기. KT 로하스가 5회말 1사 1루 투런포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로하스는 이번 홈런으로 외국인선수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를 세웠다./수원=한혁승 기자

기다리던 홈런은 세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5회 1사 1루에서 정현우가 던진 5구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몰렸다. 로하스의 방망이가 거침없이 돌아갔고, 타구는 아름다운 아치를 그리며 위즈파크를 넘어가는 장외 홈런이 됐다. 시즌 11호 홈런이자 통산 175호 홈런.

홈런임을 직감한 로하스는 타격 후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더그아웃 앞에서 KT 선수단이 도열해 로하스를 반겼다. 이강철 감독은 꽃다발을 전달했다.

7회에도 로하스는 안타를 신고, 멀티 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이어 대주자 장진혁과 교체되어 경기를 마무리했다. KT는 로하스의 홈런에 힘입어 6-2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로하스는 "홈팬들 앞에서 이런 기록을 세우고 싶어서 어제와 오늘 홈런이 나왔으면 생각했다. 기록을 경신해서 너무나 기쁘다. 팬들이 응원해 주셔서 경신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 한 경기 한 경기 승리가 중요했기 때문에 오늘 승리가 더 좋았다"고 했다.

이날은 힘을 빼고 타석에 들어섰을까. 로하스는 "홈런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첫 번째는 타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고, 두 번째 타석도 홈런보다는 타점을 가져가는 스윙을 했다"면서 "세 번째 타석은 홈런이 나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강한 타구를 생산할 수 있는 코스를 노리고 있었는데 원하는 쪽으로 와서 강하게 맞혔는데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안현민./수원=김경현 기자

안현민과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보인다. 안현민은 비시즌 배정대, 오윤석, 강민성과 함께 로하스의 초대를 받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훈련했다. 자연스럽게 끈끈한 관계가 형성됐다. 안현민이 괴물 같은 홈런을 치면 로하스는 '크레이지 가이(Crazy Guy)'라며 놀라움을 표시하기 일쑤다. 안현민은 로하스가 2군에 내려갔을 때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의 경기를 챙겨봤다. 175호 홈런이 터진 뒤 로하스의 헬멧을 가장 강하게 때린 인물도 안현민이다. 방송 인터뷰가 끝난 뒤 물세례 세리머니에도 신나는 표정으로 물을 뿌렸다.

로하스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는 도전 정신으로 와서 열심히 훈련을 했다. 안현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본인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결과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오윤석은 본인이 맡은 포지션에서 지금 충분히 1인분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고, 배정재도 역시나 본인에게 역할이 맡겨지면 어떤 부분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강민성도 지금 2군에 있지만 1군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체할 수 있는 1옵션이다"라며 '도미니카' 멤버를 모두 언급했다.

전날(2일) 로하스는 "기록을 경신한다면 내 야구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갈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을까.

로하스는 "홈런 쳤을 당시에는 의식을 하지 못했다. 세리머니를 하고 더그 아웃에 들어왔는데, 유한준 코치님이 '첫 홈런부터 지금 홈런(175호)까지 너와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너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를 하셨다"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첫 홈런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상황들이 많이 생각났다"고 돌아봤다.

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 경기. KT 로하스가 5회말 1사 1루 투런포를 치고 있다. 로하스는 이번 홈런으로 외국인선수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를 세웠다./수원=한혁승 기자2017년 현역 시절 유한준 코치./KT 위즈

로하스는 2017년 조니 모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했다. 당시 KT는 "타격 밸런스와 선구안이 좋은 중장거리 타자"라고 로하스를 설명했다. 하지만 로하스는 13경기 동안 홈런을 치지 못했다. 장타도 2루타 2개에 불과했다. 6월 28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타격폼을 바꿨고, 이날 곧바로 첫 홈런을 신고했다. 이때 선수로 뛰던 유한준 코치가 그 장면을 목격한 것. 로하스는 1호 홈런을 기점으로 중장거리를 넘어 거포로 변신,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인 타자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을 묻자 "4개가 기억난다. 당연히 오늘 175호 홈런과 (2024년) 타이 브레이커 때 홈런이 너무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잠실에서 스크린 옆으로 넘어가는 대형 홈런과 홈에서 스코어보드 위쪽으로 날아가는 대형 홈런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74호, 175호 홈런볼을 든 멜 로하스 주니어./수원=김경현 기자

한편 인터뷰에 앞서 취재진은 로하스의 사진을 찍었다. 이때 안현민도 합세해 로하스를 촬영했다. 로하스는 안현민은 찍지 말라고 대꾸했고, 안현민은 절친만 할 수 있는 친근한(?) 표현으로 로하스를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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