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事象누각] 여의도 초고층 파크원, 건축‧기술 만난 '붉은 여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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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랜드마크는 물론, 작은 빌딩이나 도로 등 모든 건축물은 건축사와 건설사, 그리고 노동자 사상이 모두 녹아든 집합체다. 때문에 공장 생산물과 달리 이용객이나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하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야기하곤 한다. 사상누각(事象樓閣)에서는 국내 대표 건축물 속 사상과 이들 건축물로 인한 시장 변화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이번 회에서는 경제의 중심지로 대변되는 여의도가 품은 붉은 여의주 '여의도 파크원'에 대해 살펴봤다. 

"도시, 사람,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자, 한국 전통의 멋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건물이 여의도에 자리 잡아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건축했다."

여의도 옛 통일주차장 부지에 들어선 '파크원'은 새로운 여의도 랜드마크로 부상하며, 독특한 건축적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파크원은 약 4만6465㎡(1만4056평) 부지에 △최고 지상 69층 높이 오피스 빌딩 2개동 △쇼핑몰 8층 1개동 △호텔 31층 1개동으로 구성된 대형 복합시설이다. 이는 '여의도 랜드마크' IFC보다 약 1.3배에 달하는 규모다.

사실 파크원은 2007년 착공 이후 지주와 시행사 간 지리한 법적 공방과 건설사 중도 이탈 등 만만치 않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공사 진행률 25% 수준에서 장기간 방치되며 여의도 한가운데 남아 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6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많은 우려 속에서도 우리 기술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판단해 1조194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결국 여의도 최고층이자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을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고품질 철강재 대거 투입…'장기간 방치' 시공 오차, 스마트 컨스트럭션 기술 "극복"

파크원에는 포스코가 생산한 고품질 철강재가 대거 사용된 동시에 스마트 컨스트럭션 기술도 적극 도입됐다.

실제 철강재 무려 6만3000여톤 가량이 투입됐다. 이는 '국내 최고층 건물' 롯데타워보다도 1만1000톤(t) 정도 많은 양이다. 이중 전체 약 70%(4만3000여톤)를 포스코 철강재로 사용했다. 

철골 구조의 경우 열처리 과정에서 강도를 높인 고급 후판재 '열처리 제어 공정(TMCP; Thermo-Mechanical Control Process)'강을 사용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이는 내진 성능과 용접 성능이 뛰어난 고부가가치 철강재"라며 "중국 등 후발 철강사들과의 기술 격차가 큰 분야로, 초고층 건물 구조재로 적합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포스코이앤씨는 시공 당시 25%에 그친 사업을 인수한 만큼 시공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마트 컨스트럭션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 시공 부분을 3D로 스캐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빌딩정보모델(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의 상호 비교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시공 오차와 설계 오류 500건 이상을 발견, 설계를 변경하며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400m가 넘는 초고층 구조물인 만큼, 타워동과 타워크레인 등 고층부 중심으로 140개 계측기를 설치해 시공 단계부터 '구조 안전성 모니터링(SHM; Structural Health Monitoring)' 시스템으로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했다.

뿐만 아니라 최첨단 GPS 위성 측량 기법을 적용해 건물 상부에 GPS 3대를 설치하고, 인공위성과 신호를 주고받으며 수직도‧기울기를 상시 점검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철골‧커튼월 자재도 생산 단계부터 설치 후 검수까지 실시간 관리하는 통합 시스템을 도입해 공장 단계에서부터 자재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원천 차단했다.

"회색 도시 위 솟은 적색 여의주" 글로벌 거장이 만든 미래 건축

파크원 설계를 맡은 건 글로벌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 경'이다.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그리니치 반도 밀레니엄 돔 등을 설계한 모더니즘‧기능주의적 디자인 대가다. 1991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고, 2007년에는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로저스 경은 한국 전통 건축물 기둥 형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철골 구조인 모서리 기둥을 건물 외부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통상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철골은 외관에서 보이지 않도록 마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과감한 설계는 강한 인상을 남기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또 한국 전통 목조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단청'에 주목했다. 

단청은 청‧적‧황‧백‧흑 5가지 색을 바탕으로 목조 건축물에 무늬와 그림을 그려 넣는 전통 장식 기법이다. 그중에서도 적색은 한국 전통 건축 미학을 상징하면서도 강렬하고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색이라 판단해 외관 철골 기둥에 활용했다.

그 결과, 글로벌 건축가가 여의도에 남긴 '붉은 여의주'라는 별칭이 붙으며 상징적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건축물은 도시환경과 호흡하며 현대인들에게 활력을 제공하는 휴식‧문화‧힐링 공간이 돼야 한다."

로저스 경은 이런 신념 아래, 파크원을 단순 업무시설이 아닌 도시‧자연‧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했다. 이런 철학은 디자인 전반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처럼 첨단 기술과 전통 디자인을 접목한 파크원이 국내 초고층 복합시설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파크원만의 차별화된 초고층 기준으로 향후 국내외 건축 시장에 어떤 혁신과 변화를 야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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