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보다 돈, 방송 쪽도 이상해" 日 열도도 비판 가세…코치보단 예능 감독이 "야구발전"에 도움이 더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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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前 KT 위즈 코치./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큰 비판을 받고 있다"

KT 위즈는 지난달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맞대결에 앞서 이종범 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JTBC '최강야구' 제작진은 지난달 30일 이종범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종범 감독은 지난 1993년 해태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을 받으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었던 시기를 제외하면 2011시즌까지 해태-KIA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16시즌 동안 1706경기에서 1797안타 194홈런 730타점 1100득점 510도루 타율 0.297 OPS 0.827라는 커리어를 남긴 뒤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한화 이글스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LG 트윈스를 거쳐 KT 위즈에서 코치직을 이어갔다. 그런데 지난달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페넌트레이스 순위 싸움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종범 감독이 코치직을 사퇴하고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사령탑을 역임하게 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KT 측은 당연히 이종범 감독의 사퇴를 만류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 당시 KT 관계자는 "당연히 저희도 코치님이 남았으면 했다. 하지만 본인의 선택이니 저희가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직후 비판은 물론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이유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행동 때문이다. 시즌이 끝난 뒤 코치직을 내려놓고 최강야구의 감독직을 수락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종범 감독을 향한 응원이 주를 이뤘을 터. 하지만 2025시즌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팀을 떠난 것은 어떠한 분명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종범 前 KT 위즈 코치./마이데일리이종범 前 KT 위즈 코치./마이데일리

비판, 비판의 대상은 이종범 감독에게만 국한되진 않았다. 이종범 감독과 KT는 '계약'으로 이뤄진 관계. KT에 양해를 구하는 행동은 당연히 없었던 만큼 시즌이 한창인 상황에서 감독직을 제안을 받아들인 이종범 감독은 물론, 이 시기에 감독직을 제안한 최강야구 제작진 측에게도 지금까지 폭격이 가해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에 당황한 듯 최강야구와 이종범 감독 측은 지난달 30일 어처구니 없는 해명을 늘어 놓았다.

최강야구 제작진 측은 "한국 야구계의 전설 이종범 감독이 프로구단을 떠나는 힘든 결정을 내리면서 합류해 준 것에 감사하다"면서 "저작권 침해 사태로 촉박하게 섭외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구단과 프로야구 팬들에게 불편감을 드려 송구하다. 한국 야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야구 콘텐트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시즌 중 이종범 감독을 빼가게 된 것이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는 듯 오직 프로그램의 흥행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종범 감독은 "한국 야구의 흥행과 저변 확대, 은퇴 선수들의 재조명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에 새로운 역할로 참여하기로 결심했다"며 "야구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몇몇 후배들은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후배들도 많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강야구가 다시 뭉칠 수 있다면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일에 나도 함께 도전하고 싶어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한국 야구의 흥행과 저변 확대를 위해선 유망주들의 육성에 힘을 써야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은퇴한 후배들을 위해서 최강야구 감독직을 수락했다니,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설명이었다. 이종범 감독은 "최강야구를 살리는 것은 한국 야구의 붐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결국 야구계 발전은 KBO리그에서 지도자를 하는 것보다 예능 프로그램이 더 낫다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KT 제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종범./사진공동취재단

과거 이종범 감독이 현역 시절 주니치 드래건스에 몸담았던 만큼 이러한 소식이 일본까지도 전해졌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국내 언론들의 보도를 인용해 이종범 코치가 KT를 떠나 최강야구의 감독직을 수락한 소식을 전했다. 매체는 "시즌 도중 코치직을 내려놓고 연예계로 진출한 이 선택은 야구계와 팬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며 "특히 이종범이 한국 야구계의 스타이자 레전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현재 야구계와 팬들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이종범 감독이 더는 KBO리그 지도자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을 정도다. 이는 일본에서의 시선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해당 기사의 댓글에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해고라면 모르겠지만, 시즌 중 사임은 문제가 있지 않나?", "현직 코치에게 시즌 중 섭외 제안을 하는 방송 쪽도 이상하다", "권위보다는 돈"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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