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달새 금융지주 6000억 순매수…상법 개정·환율 기대에 '배팅'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외국인이 지난달 국내 금융지주 주식을 약 6000억원 순매수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을 끌여들였다는 평가다. 여기에 환율 효과 등이 맞물리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금융지주사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증권업계는 하반기 국회 일정에 따라 금융지주 주가가 단순 금리 사이클보다 더 큰 모멘텀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KB금융(105560), 하나금융지주(086790), 신한지주(055550), 우리금융지주(316140) 등 4대 금융지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은 외국인 지분율이 한 달 만에 75.5%에서 78.1%로 2.6%p 뛰었다. 개인과 기관이 차익 실현에 나선 사이 외국인은 약 1280억원 사들였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66.6%에서 67.5%로, 신한지주는 57%에서 59%로, 우리금융지주는 45%대에서 46%로 각각 상승했다.

시장에선 상법 개정이 본격화되면 금융지주 주가가 단순 금리·순이자마진(NIM) 사이클을 넘어 구조적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보유한 기업에 초과 자본을 의무적으로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으로 돌리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CET1은 은행이 보유한 순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CET1이 높을수록 대손충당 등 잠재 손실을 흡수할 자본력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기준 KB금융은 CET1 13.67%, 신한지주는 13.27%, 하나금융지주는 13.22%로 모두 글로벌 대형은행 평균(약 12%)을 웃돌았다. 우리금융지주는 보험 자회사 편입 영향으로 다소 낮은 12.42% 수준이다.

이처럼 CET1이 글로벌 평균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으로 초과 자본을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으로 의무 환원하게 되면 주주는 즉각적인 현금흐름과 기업가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이 CET1이 높은 금융지주 주식을 선제적으로 사들이는 이유다.

최근 환율도 금융지주 주가 모멘텀에 힘을 더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50원대 초반까지 내려가며 3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가 외국인 자금 유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이익으로 돌리겠다"고 발표하며 법 개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증권가는 이를 금융지주 주가 리레이팅(재평가)의 기폭제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수준으로 글로벌 동종업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상법 개정이 현실화되면 더 이상 초과 자본을 묵혀둘 수 없고 반드시 주주환원에 써야 해 주가가 구조적으로 올라설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이 통과되면 금융지주는 초과 자본을 의무적으로 환원해야 해 저평가 구간에서 주가가 빠르게 재평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호준 하나증권 연구원도 "저평가 상태에서 상법 개정 기대감과 환율 메리트가 동시에 작용해 외국인 투자심리를 크게 자극했다"며 "CET1 높은 지주사 중심으로 집중 매수가 나타난 것은 결국 구조적 가치 상승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별로도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졌다. KB금융은 CET1이 14%에 육박하면서 상법 개정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박민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최소 7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 예정돼 있고 초과 CET1을 활용하면 1조원대 주주환원도 가능하다"며 "법이 통과되면 주당순이익(EPS)와 주당순자산가치(BPS)가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금융지주는 CET1이 13%대로 추가 자본여력이 충분해 하반기 자사주 매입 규모가 시장 기대를 상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최근 11만원으로 상향하며 "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 소각과 배당 의무화가 작동해 주당 가치가 구조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금융지주도 보험 자회사 편입 효과로 CET1을 빠르게 높이며 저PBR 구간에서 주가가 가파르게 리레이팅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하반기 국회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법 개정이 통과되면 외국인 자금이 선반영한 흐름이 주가로 본격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금융지주가 단순히 금리나 대출장사 실적에서 벗어나 의무적 자본환원 국면에 진입하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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