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짓고 살면 몸은 힘들지언정 정신적으로는 행복하다고 보통 생각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그래서 귀농 교육 때나 주변사람들에게 자주 그런 말을 했다. 직장인들이 1년 365일 중 300일 정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농부들은 30일 정도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귀농살이가 마냥 잔잔하기만 한 건 결코 아니다. 도시에선 생각지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특히 이번 6월엔 유독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았다. 이번 글은 귀농 이후 마주할 수 있는 스트레스들을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최근 글에서 하우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지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시작했지만,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를 마친 뒤 사장님이 오셔서 견적서에 인건비와 추가 자재구입비 등등을 기재하더니 650만원을 더 달라고 했다. 하우스 짓는 과정을 매일 확인하며 소통했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예상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650만원이 더 든다면, 일반 업자들을 통해 짓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사장님이 오시기 전날 나 나름대로도 준비를 했다. 그동안 진행한 작업과 불만 등을 글로 정리해뒀고, 사장님이 650만원을 요구할 때 내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전까진 좋은 관계로 지내왔는데 이번엔 서로 언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300만원을 더 지불하게 됐다. 다른 곳 견적을 알아보지 않았거나 관련 지식이 없었다면 할 말이 없었을 텐데, 나는 앞서 견적을 내봤고 내 집을 지어본 경험도 있었다. 여기에 공사 과정에서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해서 그나마 알고 있는 게 많아 추가비용 지불을 줄일 수 있었다. 300만원을 더 지불해도 다른 곳보다는 저렴하게 지은 거라 결과적으로는 서로 좋게 이야기하면서 끝났다.

한 번은 우리 집에 경찰이 출동했다. 우리 집에서 눈으로도 보이는 걸어서 2~3분 거리에 저수지가 있다. 작은 저수지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몇몇 사람들만 알던 낚시명소라고 들었다. 최근엔 커뮤니티에서 소문이 났는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평일, 주말 할 거 없이 오고 있다.
집 주변에 아무도 살지 않는 우리로서는 낚시꾼들 덕에 자연스럽게 방범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온 사람들이나 특히 낚시꾼들이 꼭 우리 집 마당으로 들어와 차를 돌려 나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마당에 평평하게 깔아놓은 자갈이 패일 뿐 아니라 콘크리트가 깨지기도 했다. 심지어는 우리 마당에 버젓이 주차를 해놓는 일까지 있었다.
엄연히 사유지이고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는 만큼, 1년 전부터는 입구에 사슬로 바리게이트를 치고 들어오지 말라는 빨간색 표지판도 설치했다. 이렇게 해놔도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주 황당한 일이 생겼다. 아내는 일을 하고 나도 밖에 있는 사이, 누군가 우리 마당에 들어와 차를 대고 수도에서 큰 물통 2통에 물을 받고 있는 걸 CCTV로 확인한 거다.
바리게이트에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 표지판도 있었는데 다 무시하고 아무도 없는 집 마당에 들어와서 물을 받아간다? 너무 황당하지 않은가?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CCTV 사진을 전달했다. 범인은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고소까지 생각할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집에 돌아오니 범인 2명이 찾아왔고, 음료를 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는 아무리 시골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도덕과 규율이 있는데 너무한 거 같다고,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그냥 물 한 번 떠간 거 가지고 너무하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귀농 이후 무단침입을 겪은 적이 꽤 있다 보니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 이번에도 정말 너무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정말로 고소할 생각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일은 또 있다. 우리 집은 큰길에서 샛길로 빠져 1분 정도 논과 저수지를 지나 들어온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샛길 초입에 콘크리트 바닥이 2곳 파여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바퀴가 빠지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장님께 말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주변에서 농사짓는 분들도 불편을 겪고 있을 텐데 별 말이 없어 우리가 면사무소에 연락했다. 돌아온 답변은 2~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유지 도로가 아닌 국가 도로이고, 정말 간단한 작업일 텐데 이렇게 느린 게 맞나 싶었다.
귀농살이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도시에 비해 관을 통해야 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민원 일처리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작업과 어려운 작업을 분리해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민원이 엄청 많이 들어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서 더 효율적인 일처리가 필요하다. 예산은 좀 들겠지만, 한번 씩 일시적인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민원을 처리하는 것도 좋을 방법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일자리도 생기고 민원도 빨리 해결되고 좋지 않을까.

농사도 내 마음 같지 않다. 이제는 어엿한 농부가 됐지만, 별의별 일이 끊이질 않는다. 이번에 하우스를 잘 짓고, 유공관도 잘 설치해서 비가와도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청양에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는데, 다음날 하우스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입구 쪽에 있는 정성껏 키운 구기자들이 다 죽어 있었던 거다.
원인을 파악해 보니 제초매트에 있었다. 잡초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싶어서 잡초매트를 하우스 주변에 싹 깔았는데, 이게 약간 방수재질이다 보니 빗물이 스며들지 않고 하우스 입구로 다 흘러들게 했다. 그렇게 물에 잠긴 입구 쪽 구기자들이 죽은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비가 계속 오는 장마가 아니었다는 거다. 장마라서 확인이 늦어졌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거고, 비를 맞으면서 배수로를 파야했을 텐데 이번엔 다음날 바로 비가 그쳐 확인과 조치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
비용지출부터 경찰 출동, 답답한 민원, 그리고 농사일까지. 6월은 너무 힘든 한 달이었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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