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출범하자 ‘증거 발견’… 계산기 두드리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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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김건희씨는 2024년 10월 17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 뉴시스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김건희씨는 2024년 10월 17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는 서울고검 수사팀이 최근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을 한 서울중앙지검과 상반된 행보다. 하지만 시기가 공교롭다. ‘김건희 특검’이 출범해 수사팀을 꾸리고 있던 상황에서 이제야 새로운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 검찰의 셈법… 부담 회피와 체면 사이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거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수사팀(부장검사 차순길)은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하면서 김건희 씨와 증권사 직원의 대화가 담긴 육성 파일 수백 개를 최근 확보했다. 재수사 한 달여 만에 새로운 증거를 찾은 것인데,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4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4년 6개월의 수사 끝에 증거를 찾지 못하고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다.

서울고검 수사팀이 확보한 녹음 파일은 김건희 씨가 2009년부터 자신의 계좌를 담당했던 증권사 직원과 3년간 통화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취 파일에는 김씨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며 △투자자문사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 △투자자문사 측에 40% 수익을 배분하기로 했다고 언급한 내용 △계좌 관리자 측이 수익금 배분을 과도하게 요구했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함에 있어 주범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하고 가담했는지 여부를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그러면서 △증권사 전화주문 녹취 △주범들 간 문자메시지 및 통화 녹취 등 물적 증거 △시세조종 관련자들의 진술 및 관련 사건 판결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김건희 명의 계좌는 6개(신한투자·DB증권·대신증권·미래에셋·DS증권·한화투자)가 사용됐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김건희 명의 계좌는 6개(신한투자·DB증권·대신증권·미래에셋·DS증권·한화투자)가 사용됐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김건희 명의 계좌는 6개(신한투자·DB증권·대신증권·미래에셋·DS증권·한화투자)가 사용됐다. 이 중 3개(대신·미래에셋·DS) 계좌가 유죄로 인정된 통정매매에 사용됐다.

하지만 중앙지검은 김건희 씨 계좌를 일임 계좌와 직업운용 계좌로 구분해 각각 판단했다. 우선 일임 계좌는 주식 전문가나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 관리를 일임한 계좌를 말한다. 이 사건의 일임 계좌의 경우 불법 통정매매가 35회가 이뤄졌다. 하지만 중앙지검은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 주범들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계좌를 일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김건희 씨 진술에 근거를 뒀다.

다음으로 김건희 씨가 직접 운용한 계좌에서는 불법 통정매매가 12회 이뤄졌다. 김건희 씨가 직접 운용한 계좌였기 때문에 직접 매수·매도 주문을 하는 계좌였다. 하지만 이 계좌에 대한 판단도 같았다. 중앙지검은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주범들의 범행을 인식하고 매도 주문을 내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2024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2024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중앙지검은 김건희 씨의 진술에 의존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했다. 하지만 서울고검이 재수사 한 달여 만에 “인식하지 못했다”는 중앙지검의 말이 무색할 만큼 대량의 녹음 파일이 나왔다. 투자자문사 측에 40% 수익을 배분하기로 했다고 언급한 내용과, 계좌 관리자 측이 수익금 배분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취지의 녹음 내용들은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주범들의 행위를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한 발언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이에 19일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4년 전 압수수색을 하고도 확보하지 못했던 김건희 주가조작 증거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검찰발로 쏟아지고 있다”며 “4년 전 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없던 것이 왜 지금 발견되는 것인지, 4년 전 이미 찾아놓고 덮어두고 있었던 것을 꺼냈다는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을 비롯해 법조계 안팎에서도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 검찰’의 행태라고 비꼬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시기다. ‘김건희 특검’이 출범해 수사팀을 꾸리고 있는 상황에 검찰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검이 출범하자 이제야 증거를 찾았다는 점에서 수사의 진정성보다는 수사의 주도권 다툼에 더 가까운 행보로 읽힌다.

또 이런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아직 서울지검의 움직임을 알 수 없지만 기존 수사를 바로 잡는 차원에서 특검이 수사하기 전에 기소를 진행한다면, 사실상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수사는 할 수 없고 공소 유지에만 관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검찰은 특검과 사건을 이첩하는 과정에서 힘겨루기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닌가 하는 속내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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