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대통령 파면과 조기대선 등 극심한 혼란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권에서 불거졌던 각종 의혹 및 논란에 대한 특검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른바 ‘3대 특검’이 본격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명태균 씨를 활용한 로비스를 통해 총 1조8,000억원 규모의 고속철도 차량 사업을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현대로템을 둘러싼 긴장감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 3대 특검 시동… 현대로템 입찰 로비 의혹도 드러날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직후 전 정권에서 불거졌던 각종 의혹 및 논란에 대한 특검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지 이틀 뒤인 지난 5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내란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을 일제히 통과시켰다. 이어 지난 10일 국무회의 의결이 이뤄지면서 ’3대 특검‘이 확정됐고, 이를 이끌 특검 지명도 지난 12일 완료됐다. 윤석열 정권에서 대통령 거부권에 가로막혔던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윤석열 정권에서 불거졌던 여러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섰던 명태균 씨 관련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명태균 씨 관련 의혹에 휩싸인 바 있는 현대로템을 둘러싼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로템과 명태균 씨를 둘러싼 ‘로비 의혹’은 현대로템이 명태균 씨를 통한 로비로 총 1조8,000억원대 KTX·SRT 고속철도 차량 제작·정비 사업을 수주했다는 게 골자다.
현대로템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7,100억원, 1조860억원 규모의 KTX·SRT 차량 제작·정비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다. 그런데 지난달 ‘한겨레21’이 명태균 씨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입찰을 앞둔 2022년 10월 현대로템 측 인사가 명태균 씨에게 ‘국내 고속철도 현안’이란 문건과 함께 “꼭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현대로템은 2005년부터 코레일의 고속철도 차량 입찰에 단독으로 응찰하며 독점 구조를 다져오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로 경쟁입찰 체제가 도입되면서 스페인의 탈고와 손잡은 우진산전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현대로템 측이 명태균 씨에게 건넨 문건엔 경쟁 업체의 제작 실적이 전무하고, 자국 시장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비롯해 코레일입찰평가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결과적으로 이후 우진산전은 1차 기술점수 평가에서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해 탈락했고, 현대로템이 수주했다. 수주가 확정된 2023년 3월 20일엔 현대로템 측 인사가 명태균 씨에게 “마음 써주시고 지원해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 나왔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 날엔 이용배 현대토렘 대표 명의의 난 화분이 김영선 전 의원 사무실에 전달되기도 했다.
이어진 SRT 차량 입찰 역시 현대로템의 수주로 마무리됐고, 그 직후 이용배 대표는 명태균 씨에게 “존경하는 명 본부장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과 경상남도를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난 화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명태균 씨에 대한 구체적인 로비 정황이 있는 2022년 10월 한 달 뒤인 그해 11월 24일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엔 당시 창원 의창 지역구 의원이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태균 씨를 둘러싼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영선 전 의원도 동행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로템은 윤석열 정부 시절 정부와 긴밀한 협조 속에 수주 및 실적 성과를 올리며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 바 있다. 특히 취임 초기인 2022년 8월 말엔 제7차 민생현안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이용배 대표가 참석했고, 현대로템이 2022년 10월 명태균 씨에게 건넨 문건에 ‘제7차 비상경제대책회의 당시 이용배 대표가 건의했던 사항’이라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의 핵심 쟁점은 명태균 씨를 향한 로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입찰에 영향을 끼쳤는지,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이 어떠한 대가를 어디까지 건넸느냐다.
이는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의해 다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대상은 16개로 여기엔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 의혹’이 포함돼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 등 일체의 행위도 수사대상이다.
<시사위크>는 명태균 씨와 관련된 로비 의혹과 관련해 현대로템 측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김건희 특검’은 판사 출신인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특검으로 임명됐으며, 3대 특검 중 가장 먼저 특검보 인사를 마치고 기존에 관련 수사를 진행해온 각 검찰청과 금융감독원, 법무부,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처 등을 방문해 면담을 진행하는 등 신속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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