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일본 시장이 고령화로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625만명으로 전체의 약 29%를 차지한다. 이는 유엔(UN)에서 정한 초고령사회의 기준인 20%를 훨씬 넘긴 수준이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해 디지털헬스, 진단, 건강기능식품 기업까지 일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의 바이오시밀러 '옴리클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미국 제넨테크와 노바티스가 개발한 항체 바이오 의약품 졸레어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매출 약 6조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출시를 시작으로 일본 시장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2022년 전이성 직결장암 및 유방암 치료제 '베그젤마'를 출시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 5개 품목을 일본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3월에는 '스테키마'의 판매 승인을 획득하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셀트리온은 올해 안과질환 치료제 '아이덴젤트', 골다공증 치료제 '스토보클로·오센벨트',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등 품목허가 신청서 제출을 목표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내 일본 파트너사 오노약품공업과 함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통상 품목허가 신청 후 1년 내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세노바메이트가 출시될 전망이다.
GC지놈은 최근 AI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 검사 ‘아이캔서치’의 핵심 기술인 ‘FEMS(Fragment End Motif by Size)’가 최근 일본에서 원천 특허로 등록됐다. 이 기술은 염기서열 패턴을 AI로 분석해 극미량의 암 신호까지 포착하는 것으로, 한 번의 채혈로 폐암·간암·췌장암 등 6종 이상의 암을 조기 선별할 수 있다.
앞서 올해 4월 AI 기반 미세잔존암(MRD) 진단 기술인 ‘G-MRD’에 대해서도 일본 특허 등록을 완료한 바 있다. GC지놈은 일본 액체생검 시장을 조기 선점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휴온스엔은 지난 12일 일본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재팬'에 입점해 비타민C 제품군 ‘메리트C’ 시리즈 등 총 9종의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였다. 일본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사업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휴온스그룹은 지난 2022년 휴온스재팬을 설립한 바 있다.
휴온스그룹 일본 전략은 그룹 총괄 송수영 대표가 직접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 일본 파견을 시작으로 SAP재팬, PwC재팬, 딜로이트컨설팅재팬 등에서 오랜 현지 경력을 쌓아온 그는 지난 8월부터 일본 현지 법인 ‘휴온스 재팬’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그룹 차원의 일본 시장 확대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본 니프로 코퍼레이션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등 제품 상업화를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으로 일본 현지 업체와 협업했다.
HLB그룹은 일본의 시니어 전문기업 'ACA 넥스트'의 지분 14.4%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ACA 넥스트는 시니어 대상 생활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HLB그룹은 이 회사가 보유한 6개 자회사와 협력해 건강기능식품 개발과 제품 수출 및 수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에이조스바이오는 AI(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노하우를 가지고 일본의 혁신형 바이오 클러스터 ‘Shonan iPark’의 공식 멤버로 활동 중이다.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AZB-101’의 기술이전을 전제로 일본 제약사와 공동연구도 검토 중이다. 세포투과성 펩타이드, 항원결정기 발굴, 고리형 펩타이드 최적화 등 자사 고유의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현지 파트너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현지 법인 설립도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달 일본 법인 'KHC Japan' 설립과 법인장 선임을 완료했다. 초대 법인장으로는 이진호 전 주식회사 제이팩스 대표를 선임했다.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일본, 중동, 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을 모색해 왔으며, 첫 번째 진출 국가로 일본을 선택했다.
회사는 우선 AI 기반 모바일 건강관리 솔루션 '파스타(PASTA)'로 일본 시장을 공략한다. 또한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병원, 검진센터,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도 추진한다. 파스타에 새롭게 출시한 체중관리 서비스 '피노어트'로 일본 다이어트 시장까지 공략할 방침이다.
HK이노엔은 지난 3월 일본 신약 연구개발 기업 '라퀄리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라퀄리아의 1대 주주가 됐다. 계약을 통해 HK이노엔은 라퀄리아 주식 259만2100주를 취득해 10.61%의 지분을 확보했다.
라퀄리아는 2010년 HK이노엔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물질 기술을 이전한 곳이다. 향후 케이캡의 일본 시장 진출을 비롯해 신약 파이프라인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약품가 헬스케어에 대한 일본 시장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일본은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기준 노령 인구가 3625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전체 인구의 29.3%가 65세 이상을 차지한다. 오는 2040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34.8%를 차지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일본 제약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870억달러(119조7000억원)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글로벌 3위고, 1인당 의약품 지출액은 약 705달러(97만원)로 글로벌 상위권에 속한다. 1인당 의약품 지출액이 오는 2028년에는 약 1000달러(한화 약 138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피치 설루션은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세계 3위의 의약품 시장이며 무엇보다 약가가 높아 한국보다 수익성이 높다"며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치료제 등 의약품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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