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SK 미래 식품 전략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SK그룹 지주회사이자 투자 전문회사 SK㈜가 투자한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와일드타입(Wildtype)’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배양 연어의 식품 승인을 획득한 것.
17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발간한 이슈브리핑에 따르면 FDA는 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와일드타입이 개발한 배양 연어 제품에 대해 ‘질문 없음(No Question)’ 서한을 발송하고, 해당 식품의 안전성을 인정했다.
FDA는 “세포배양 연어가 기존 방식으로 생산된 식품만큼 안전하다”며, 세포주와 생산 공정, 사용 물질, 수확된 세포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오염 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FDA 승인은 세포배양 식품 해산물로는 첫 사례다. 앞서 2023년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와 잇저스트(Eat Just)의 배양 닭고기, 올해 미션반스(Mission Barns)의 배양 돼지고기에 이어 네 번째다.
와일드타입은 이번 승인에 맞춰 향후 4개월 이내 배양연어 전문 레스토랑을 4개로 확대하며 소비자 인식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성과는 SK㈜의 선제적 투자에서 비롯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전략 일환으로 지속가능 식품을 포함한 '그린(Green)' 사업을 그룹 4대 성장축 중 하나로 삼고 핵심 기술을 보유한 대체식품 기업 투자를 강화했다.
회사는 지난 2022년 11월 배양 연어 개발사 와일드타입에 약 10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 예일대학 출신 심장 전문의 아리예 엘펜베인과 저스틴 콜벡이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공동 설립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또한 와일드타입은 당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8월 최태원 SK 회장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배양 연어 사진을 게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최 회장은 당시 “이것은 세포배양으로 만들어낸 연어살”이라며 “물고기 생명을 빼앗지 않고도 맛과 영양은 동일한 생선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면, 인류의 삶과 지구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요”라는 메시지를 함께 남겼다.
SK㈜는 앞서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미국 대체 유(乳)단백질 기업 퍼펙트데이에 약 1200억원을 투자했다.
퍼펙트데이는 세계 최초로 단백질 생성 유전자에 미생물을 결합한 발효 방식으로 단백질 생산에 성공한 업체다. 네슬레 등 여러 식품업체에 아이스크림, 초콜릿, 크림치즈 등의 원료가 되는 우유 단백질을 공급한다.
이 밖에 SK㈜는 2021년 미국 대체육 기업 네이처스 파인드(Nature’s Fynd)에 290억원, 2021~2022년 영국 대체육 기업 미트리스팜(Meatless Farm)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2021년엔 중국 대형 유통기업과 펀드를 조성해 현지 농업기술(Agri-tech) 및 대체식품 기업에 대한 투자도 단행한 바 있다.

SK 사례뿐 아니라 배양식품이 ‘지속가능한 단백질’로서 새로운 식품 시장을 이끄는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세포배양식품 시장이 올해 20억달러(한화 약 2조700억원)에서 2040년 250억달러(한화 약 3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며 "전 세계 육류 수요를 충족시키는 강력한 단백질 대체 솔루션"으로 평가했다.
다만 규제 승인 절차, 생산 비용, 소비자 인식 문제는 여전히 산업의 걸림돌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한국은 세포배양식품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비교적 일찍 마련한 몇 안 되는 국가로, 글로벌 시장 진입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배양육 상용화를 위해 식품 등급 성분을 활용한 저비용 배양액 개발, 고밀도 세포 배양이 가능한 바이오리액터 설계 등 기술적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세포배양식품 인정 신청 수수료가 약 4500만원에 달해 기업 부담이 크다”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독성 평가 기준 정비와 함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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