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슬 물소리 따라 걷는 길, 담양 명옥헌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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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 담양군 산골에 숨은 작은 정원 '명옥헌 원림'은 조용히 흐르는 자연의 숨결을 담았다. 선비들의 자연관과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깃든 이곳은 자연을 닮고자 했던 옛 선비들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명옥헌의 이름은 맑은 샘물소리에서 유래했다. 

우암 송시열이 직접 지은 이 이름은 옥이 부딪히는 듯한 맑은 물소리를 담았다. 조선 중기 문신 오희도 선생의 아들 오이정 선생이 조성한 이곳은 단순한 쉼터가 아닌 학문과 사색, 효의 정신이 깃든 공간이다.

명옥헌으로 가는 길은 700m의 자갈길과 흙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이 여정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 의식과 같다. 시골 풍경과 바람, 새소리를 지나면 이미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된다.

정원에 들어서면 '방지원도' 구조의 두 연못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각 연못 안 둥근 섬은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며, 주변 배롱나무와 소나무는 사계절의 변화를 담아낸다. 특히 여름엔 붉게 피어난 배롱나무꽃이 정원의 매력을 완성한다.

백일홍으로 불리는 배롱나무는 선비들이 사랑한 나무다. 끈기와 절개를 상징하는 이 나무 아래에서 선비들은 여름날 책을 읽고 시를 읊었을 것이다. 꽃잎이 바람에 흩날려 연못에 닿는 순간, 자연과 인간, 시간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작지만 사방이 트인 정자는 앉은 자리에서 온전한 자연을 품는다. 최소한의 인공만을 허용한 정원 설계는 자연을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려 했던 선비들의 겸손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담양군 관계자는 "명옥헌은 선비정신이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 공간"이라며 "특히 여름 배롱나무꽃 시기에 그 깊은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명옥헌은 전통문화의 숨결을 지켜나가며 더욱 많은 이들에게 선비정신의 의미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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