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근간 중 하나다. 때문에 지배구조가 공적으로 이뤄져있고, 수장 등 고위임원에 대한 임면권은 국민의 대표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기업·공공기관 임원 인사는 오랜 세월 ‘낙하산’ 논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정권의 정책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차원이라 하더라도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고 보은 성격이 강한 인사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이는 수차례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낙하산 인사를 실행하는 쪽과 이를 비판하는 쪽만 자리를 맞바꿀 뿐이었다.
고질병과 같은 낙하산 인사는 특히 정권교체기마다 더 큰 진통을 몰고 왔다. 임기 만료가 임박한 시기에 소위 ‘알박기’ 인사를 단행하거나, 새로 정권을 잡은 뒤 기존 인사의 사퇴를 압박하는 모습이 나타나곤 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수장이 자리를 지키는 곳의 경우 정권의 ‘미운털’이 박혀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심지어 정국이 극한의 혼란에 빠져있던 시기에도 증세는 계속됐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로 기소된 뒤 파면되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에 이르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50명이 넘는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그야말로 대놓고 이뤄진 알박기 인사였다.
거듭 반복되는 이러한 문제는 너무나도 소모적이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지난 반년 간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 조기대선, 새로운 정부 출범을 겪은 우리 사회는 대대적인 개혁과 재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차제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공기업·공공기관의 수장의 경우 정권교체 시 임기가 종료되도록 하는 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다음 정권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의 알박기 인사나 전 정권 인사와의 불편한 동행에 따른 혼란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낙하산 인사 차제를 막는 것은 별개의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정권교체에 따른 진통만큼은 해소할 수 있다.
공기업·공공기관의 특성상 정권의 정책기조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분명 필요하기도 하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총리부터 장·차관 등 주요 정부기관의 인사가 이뤄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공기업·공공기관 역시 정부 산하인 만큼, 임기 엇박자로 소모적 논쟁을 야기하느니 이를 연계시키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방식이나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할 사안들에 대해선 충분한 검토와 논의, 그리고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권은 진영을 떠나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임해야할 것이다. 어느 진영도 알박기 인사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지 않았던 곳은 없다.
이와 함께 공기업·공공기관 임원 인사 관련 제도적 미비점 보완도 요구된다.
현행 제도상 공기업·공공기관은 사장이나 기관장이 공석이 될 경우 어느 기간 내에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이 역시 낙하산·알박기 인사와 밀접하게 작용해왔다. 총선 또는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미루다 선거 결과를 고려해 인사를 실시하는 건 아예 관례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또한 임기 말까지 미루다 알박기 인사를 단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강원랜드는 2023년 12월 전임 사장이 돌연 물러났지만 1년 넘게 신임 사장을 선임하지 않았다. 그러다 탄핵 심판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돌연 선임 절차에 돌입하면서 알박기 논란에 휩싸였다. 결과적으로 최종 임명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안팎으로 논란과 갈등이 상당했다.
따라서 임기만료를 앞둔 인사의 후임은 그에 맞춰 절차를 진행해 공백 없이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급작스럽게 물러난 인사의 후임은 일정 기간 내 선임 절차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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