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생 시대,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 법제화’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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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 법제화 필요성 모색'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사진=이민지 기자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 법제화 필요성 모색'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사진=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여의도=이민지 기자  부모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한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은 굉장히 큰 신체적‧정서적 스트레스를 부담해야 한다. 더욱이 높아지는 물가로 인해 맞벌이를 피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부모의 육아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임신 중인 여성의 4명 중 1명은 출산 후 자녀 양육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여기며, 출산 후에는 3명 중 1명이 자녀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호소한다. 부모의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는 곧 아이와 가정의 위기로 이어진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아동학대 사건 중 부모가 학대 행위자인 사건의 비율은 85.9%에 달한다. 

태어난 아이 한 명이 너무나 귀한 초저출생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 태어날 아이와 태어난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성장을 위해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란 간호사‧사회복지사 등 훈련된 가정방문인력이 아기가 태어난 가정을 직접 방문해 부모의 고민을 듣고, 아기의 건강과 안전을 살피는 제도를 말한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 법제화 필요성’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10일 진행된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 법제화 필요성 모색'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는 알버니 뉴욕주립대학교 이은주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10일 진행된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 법제화 필요성 모색'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는 알버니 뉴욕주립대학교 이은주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알버니 뉴욕주립대학교 이은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99년 뉴욕주 아동가족서비스국에서 근무하던 당시 ‘Healthy Families New York’ 프로그램 평가를 시작하면서 가정방문서비스 분야에 몸담게 됐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이 교수는 “예방개념에 따라 가정방문서비스는 1차(모든 가정 대상), 2차(위험 요인이 있는 가정 대상), 3차(아동학대 경험이 있는 가정 대상)로 나뉘며, 뉴욕주는 세 가지 수준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가 보편적 가정방문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연 1회 보고서를 통해 아동의 건강 및 발달상태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가정방문서비스에 대한 효과성은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이은주 교수는 “간호사 가정방문(Nurse-Family Partnership)는 실험설계를 통해 아동학대 48% 감소, (서비스를 받은 아동의) 고등학교 명예졸업률 상승 등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됐다”며 “Healthy Families New York은 아동발달‧육아‧훈육 등의 훈련을 받은 대학 졸업생으로 구성된 준전문인력을 활용한 서비스로, 7년간의 추적 연구에서 아동학대 확정 사례와 아동복지 개입 건수가 서비스를 받은 가정에서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가정방문서비스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이은주 교수는 “외국의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 보다는 한국 가정의 요구에 맞춰 조정 및 수정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임신부터 보육 시작 시점까지 이어지는 가정 방문 모델을 제안한다. 보편적 접근과 선별적 접근을 혼합하고, 간호사와 준전문인력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영유아 가정방문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차일드 퍼스트 재팬의 야마다 후지코 이사장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일본의 영유아 가정방문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차일드 퍼스트 재팬의 야마다 후지코 이사장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일본 역시 영유아 가정방문 서비스와 관련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차일드 퍼스트 재팬(Child First Japan)의 야마다 후지코 이사장은 “일본은 1961년 신생아 가정 방문 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의 주된 목적은 첫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고 모유 수유·젖병 수유 및 목욕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며 “1965년 모자보건법 제정되면서, 제11조 신생아 방문을 규정하고 제13조 임산부 방문을 법적으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며, 가정 방문 서비스가 발전되기 시작했다. 2000년 아동학대예방법을 제정을 통해 아동학대 사례를 검토하는 것이 법적으로 명시됐으며, 이를 통해 2005년 학대나 방임으로 사망한 아동이 첫째 아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현재 일본의 대표적 영유아 가정방문 프로그램인 ‘안녕, 아기(Hello Baby)’ 사업은 아동학대법에 규정, 생후 4개월 미만 아동이 있는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야마다 후지코 이사장은 “‘안녕, 아기’ 사업은 △육아에 관한 정보를 제공 △영유아와 보호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태 및 양육환경을 평가 △육아에 관한 상담·조언·그 밖의 지원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며 “심각한 사례를 검토한 결과, 5개월 미만의 학대 및 방치된 영아의 사망에서 원치 않는 임신, 산후우울증, 학대적인 머리 외상·흔들린 아기 증후군(어린 아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뇌 손상의 일종)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야마다 후시코 이사장의 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 좌장으로 참석한 서울대학교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저출생 대책은 아이를 낳으면 지원금을 준다는 식의 출산을 장려하는 대책이었다. 하지만 출산 장려로는 저출생 극복에 한계가 있다”며 “제대로 저출생을 극복하려면 우리 사회의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영유아 가정방문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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