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70] 우와! 잘한다!

마이데일리

[교사 김혜인] 아이가 설거지 중인 내게 와서 “엄마도 우와!”라고 말했다. 한 손에는 펜을 들고 있다.

요즘 아이는 점선으로 그려진 모양이나 글자 위를 펜으로 따라 쓰는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스스로 보기에도 깔끔하게 썼다고 느낄 때 “우와! 잘한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박수!” 그러고는 “최고!” 하며 양손 엄지를 들어 올린다.

만일 내가 다른 일을 하느라 못 들으면 내게 다가와서 “엄마도 우와!”라고 한다. 내가 함께 “와!”하고 놀라워하며 칭찬해 주길 바라는 말이다.

아이는 칭찬받는 걸 좋아한다. 17개월 때 그걸 확실히 알게 된 일이 있었다. 가족이 모인 자리였다. 나는 아이가 북적한 가족 틈에서 떨어져 배회하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소파 위에 기타가 놓여 있었다. 아이가 다가가 손가락으로 줄을 한 번에 쓸어내렸다. 마치 스트로크 주법처럼 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모두 아이를 보며 “우와!” 하고 환호했다. 아이는 들뜬 표정으로 가족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몇 번 더 기타 줄을 쓸어 소리를 냈다.

그날 밤 우리 부부는 이 일을 자꾸만 이야기했다. 아이가 칭찬에 기뻐하며 그에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너무나 감격스러운 희망이었다.

그간 아이를 많이 격려하고 칭찬했다.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는 하품을 하는 모습만으로 기특했다.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는 하루에 한 번 대변만 보아도 온 가족이 기뻐하며 칭찬했다.

어설프게 몇 걸음 걷다가 넘어지는 순간을, 또렷하게 “엄마”하고 말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감격했다. 요즘은 혼자 낑낑대며 양말을 신거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가 칭찬을 바라는 모습이 기쁘면서 문득 마음이 아프다. 커 갈수록 그런 건 당연한 일이 되고 그에 대해 아이에게 칭찬할 사람은 없다. 어른이 될수록 더 어렵고 많은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자폐증 아이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 수도 있는 과업을 말이다. 아이가 커서 어떤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조차 하루를 사는 동안 칭찬받는 일이 거의 없는데.

나 역시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었다. 길 가는, 내가 모르는 이를 바라보며 그가 거쳐왔을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본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밖을 나설 수 없던 아기가 저렇게 커서 홀로 제 길을 가는 그 당연함이, 참 대견하다.

잠자리에 누워 뒹굴던 아이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와! 잘한다!”라고 한다. 이번에는 내게 함께 해주길 요구하지 않고 저 혼자서만 박수를 쳤다.

나는 함께 박수를 치는 대신에 아이에게 “그래, 언제나 그렇게 자신을 칭찬하며 살렴”하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이 내게 똑같이 일렀다. 나 역시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스스로 칭찬하며 살라고. 그러고는 아이 특유의 어색한 억양으로 장난스럽게 “혜인이 잘한다! 최고!” 하는 통에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우리는 함께 아이 흉내를 내며 양손 엄지를 들어 앞으로 쭉 뻗었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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