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기려면 수비도 중요하니까.”
KIA 타이거즈 미완의 왼손 거포 김석환(26)은 지난 6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타격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고, 1군에 다시 한번 어필해 자리 잡는 과정이다. 그러나 김석환은 그보다 KIA의 승리를 위해 타격만큼 수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석환은 “내가 좀 더 수비에서 집중해줘야 한다. 콜 플레이 미스도 있었다. 팀이 이기려면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가 중요하다. 공격과 수비 모두 집중하면서 경기에 임한다”라고 했다. 외야 수비력이 빼어나다는 평가는 못 받아도, 양 코너에서 괜찮은 수준을 보여준다.
그런 김석환은 8일 광주 한화전서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 경기 초반 두 차례나 호수비를 선보였다. 1회초 1사 2,3루서 노시환의 타구를 워닝 트랙에서 살짝 점프를 해서 상당히 잘 잡았다. 펜스 바로 앞이어서 낙구 지점을 잡기 쉽지 않았다. 낙구 지점을 잘 잡아도 점프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면 펜스 직격 장타가 될 수 있었다.
경기를 중계한 MBC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도 “어려운 타구를 잡았다. 펜스를 등지고 타구를 따라가는 게 불안하거든요? 점프 타이밍이 상당히 좋았고 신장이 커서 잡지 않았나 싶은데 좋은 수비였다”라고 했다.
끝이 아니었다. 김석환은 2-5로 뒤진 3회초 1사 1,2루에도 호수비를 선보였다. 최재훈의 타구가 역시 펜스 바로 앞까지 날아갔다. 김석환은 이번에도 점프 캐치를 해냈다. 그런데 타구를 잡고 순간적으로 펜스와 정면으로 바라보는 과정에서 왼 어깨를 펜스에 부딪혔다.
김석환이 부딪힌 지점은 쿠션이 없다. KIA챔피언스필드는 좌측 외야에 불펜이 있다. 불펜이 있는 지역은 펜스가 철조망으로 구성돼 그라운드에서 불펜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불펜이 설치된 쪽은 쿠션이 없고, 좌익수에게 다소 위험하긴 하다. 김석환은 그것을 알면서도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김석환은 타구를 처리하고 잠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트레이닝 파트 직원이 급히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나갔다. 이후 김석환은 결국 4회초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구단 지정병원에서 MRI 촬영한 결과 단순 염좌.
그러나 KIA는 경기가 없던 지난 9일 김석환을 1군에서 뺐다. 올 시즌 김석환은 17경기서 타율 0.239 6타점 4득점 OPS 0.547. 수치는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최근 은근히 영양가 있는 적시타를 자주 터트려왔다. 우투수가 선발 등판할 때 제법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때문에 김석환의 1군 말소는 재정비 차원이라기보다 보호차원일 가능성이 크다.
김석환은 2017년 2차 3라운드 24순위로 입단한 뒤 오랫동안 1군에 자리잡지 못했다. 이승엽 두산 전 감독의 스윙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제2의 이승엽이란 말도 들을 정도로 기대를 많이 모은 거포 유망주다. 그러나 수년간 1군에 자리잡지 못했다.
그런데 올 시즌 주축 외야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빠지면서 김석환에게 기회가 왔고, 김석환은 예전과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타격에선 장타 욕심을 버리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8일 경기를 보듯 수비에 대한 응집력도 매우 좋다. 팀 퍼스트 마인드를 갖춘 선수다.

퓨처스리그는 이미 수년간 폭격했다. 더 이상 2군에선 보여줄 게 없다. 그런 김석환이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건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는, 불운이다. 어쨌든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건강. 다음기회를 기약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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