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수소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 침체라는 현실과 맞닥뜨렸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수소차 시장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에도 충전 인프라 부족과 공급망 불안정 등 구조적 과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2386대)보다 11.2% 감소한 2119개로 집계됐다. 수소차 판매량은 지난 2022년 2만704대로 최다 기록을 달성한 뒤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2866대를 판매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 현대차는 수소전기차(FCEV) 브랜드 '넥쏘'를 중심으로 772대를 판매해 기업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11.6%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넥쏘는 2018년 이후 7년 만에 완전 변경한 '디 올 뉴 넥쏘'로 탈바꿈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르면 내달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1197대 팔리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전년 동기 대비 15%의 성장한 727대를 판매하면 2위에 올랐다. 다만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수소차 산업이 위축되는 분위기다. 유럽은 1분기 수소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434대) 대비 무려 91% 감소한 39대를 판매했다. 미국은 31대를 판매하며 86.1% 줄어들었고, 일본 역시 123대를 판매하며 53.2% 하락했다.
수소 사업은 현대차그룹에 있어 꿈의 에너지 사업이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수소전기차 개발을 시작했다. 2013년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ix 퓨얼셀' 수소전기차를 공개했으며,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를 첫 출시했다.
2020년에 회장직을 물려받은 정의선 회장 역시 지난 2021년 '수소비전 2040'이라는 장기 로드맵을 발표하며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해당 로드맵은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를 이루고, 수소 사회 실현에 기여하겠다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지난해 CES에선 기존 수소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을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한다고 선언했다. HTWO는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역량을 바탕으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단위 솔루션을 조합해 최적화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한다.
지난해 2월에는 현대모비스의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 일체를 인수했으며, 올 3월에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사업 목적에 '수소'를 추가하며 수소 인프라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시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인도네이사 자카르타에서 열린 '글로벌 수소 생태계 서밋 2025'에서 인도네시아 정부 및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 홀딩스와 함께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자원순환형 수소 솔루션(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인도네시아 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이 해외에서 유기성 폐기물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첫 실증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 반둥시 인근 사리묵티 매립지에서 추출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며, 페르타미나 홀딩스가 제공한 부지에 2027년까지 수소 개질기 설치 및 수소 충전소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지난 18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첫 생산기지를 착공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소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 상용차 공급,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다각적인 협력을 추진 중이다.
지난 21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수소무역포럼(IHTF)에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 수소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그룹사 역량을 적극 활용해 수소 기반 미래 사회를 더욱 가속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수소차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 충전소 현황에 따르면 전국 수소충전소는 218개소에 불과하다. 경기가 38곳, 경남 23곳, 충북 22곳 등이 있으며 서울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과 서울시 서소문 청사 등 단 9곳에 충전소가 위치했다.
이는 수도권 도심 내 적합한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1년 76개소에 달하던 연간 수소충전소 구축 규모는 이듬해인 2022년 42개소로 줄었으며 지난해는 이보다 크게 감소했다.
수소 공급망 안정화도 난관이다. 현재 국내 수소 유통망 관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가스공사 등이 나눠 맡고 있지만, 공급망 전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전담 기관은 없어 외부 충격 시 공급 불안정성과 수소 유통단가가 큰 폭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 내 충전소가 확대되면 수소차 고객들의 편의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뿐 아니라 이용자 증가로 충전사업자들의 재무상태도 개선돼 충전소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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