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제21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 유력 후보들이 제시하는 '부동산 관련 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로 인해 이전 대선 당시 시장 상황과 유력 후보 공약을 되짚어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당시 다수 후보들이 내세운 서민 주거 안정' 정책은 대선을 앞둔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정책 과제임을 시사한다.
"뉴타운이 답이다"라던 목소리는 차츰 잦아들고, 한때 투자자들 성지였던 수도권 외곽 신도시엔 매물이 넘쳐났다. MB 정부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발 드라이브로 정비사업은 활기를 띠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가계부채 폭탄은 수요를 짓눌렀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공급 중심‧규제 완화 기조로 부동산 시장을 풀었다. 대표 정책으로는 보금자리주택과 뉴타운 활성화였다.
'4대강과 함께 4대 개발 축'이라는 이름 아래 수도권 외곽 개발이 쏟아졌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으로 수요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2008년 총선에서 여당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을 부활시킨 뉴타운은, 이후 대부분 조합이 이미 사용한 비용을 메우기 어려운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당시 집값은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외곽에서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강남권은 규제 완화의 수혜로 일정 부분 회복세를 보였지만,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거래 절벽에 빠지며 미분양만 늘어났다. '전세대란'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수요는 매매보다 임대에 쏠렸고, 정부는 뒤늦게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다.
◆朴 시장 활성화 통한 공급 확대 vs 文 임대차 안정‧주거 권익 강화
18대 대선 이전까지 부동산 공약은 주로 '규제 완화'와 '대규모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택 보유자에게는 자산 가치를 높이고, 무주택자에게는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18대 대선에서는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서민 주거 안정'과 '주택 거래 활성화'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뉴타운식' 대규모 개발 공약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이와 함께 '하우스푸어'는 빚에 시달리고, 무주택자는 전세난으로 고통받는 '렌트푸어'가 되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력 후보인 박근혜‧문재인 두 사람 모두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은 비슷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집값 상승기에 도입된 대책은 폐지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부동산 가격은 너무 비싸다. 하지만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 많은 문제가 생기므로, 점진적으로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과 세부 대책에 있어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박근혜 후보는 대선 초반부터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빠른 구체화에 나섰다. 주요 내용으로는 △목돈 부담 줄인 '전세제도' 개선 △청년·신혼부부 대상 '행복주택 프로젝트' △주택 지분 나눠 매각하는 '지분매각 제도' △노후자산 활용 위한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등을 제시했다.
특히 공공기금‧금융기관을 활용해 자금 조달을 강화하는 점도 돋보였다. 국민주택기금 중심 자금 운용과 공적 금융기관 활용을 강조해 정책 실행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한 점이 차별화됐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폐지 및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문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시장 안정과 주택 공급 확대 사이 균형을 모색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정책 무게를 실었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과 임대료 인상률 제한 조항을 포함해 임차인 권익 보호에 중점을 둔 점이 특징이다. 또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청년‧여성 대상 공공원룸텔 공급 정책을 제안, 다양한 주거 수요에 대응하는 세밀한 설계도 눈에 띄었다.
특히 하우스푸어 근본 원인으로 금융권 '약탈적 대출'에서 찾으며, 가계부채 완화를 위한 금융 정책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무주택자 주거 지원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은 상대적으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들 후보들 모두 '주택 공급 확대'와 '임차인 권리 보호'라는 각각 다른 축에서 부동산 문제를 접근했다. 박근혜 후보가 주택 시장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와 자금 조달에 주력했다면, 문재인 후보는 임대차 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 권익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구체성 없는 부동산 공약은 결국 또 하나의 선거용 구호로 끝날 가능성이 커. 누가 집권하든 공허한 약속만으로는 구조적 위기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긴 어려울 것."
이런 부동산 공약을 바라보는 전문가 시선은 냉정했다. 비슷한 복지성 공약을 내놨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이나 재원 조달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건설에만 10조원 이상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에 대한 해법은 모호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 2012년 대선 부동산 공약은 현재까지도 주택 정책 논의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로 남아 있다. 특히 서민과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대책 마련이 정책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은 두 후보 공약 모두에게 던지는 시사점이다.
◆집권 후 '시대적 과제' 주거 안정 본격 추진 "공약은 이상, 정책은 현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후보들 공약 이행 현황과 부동산 시장 실제 반응을 짚어봤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2013년) 직후 '행복주택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청년‧신혼부부‧사회초년생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지역 주민 반발과 공급 물량 조정 등 현실적 한계로 계획 대비 공급 실적은 저조했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및 지분매각제도 등 혁신적 접근 역시 제도적 복잡성과 시장 반응 부족으로 인해 일부 시범사업에 머물렀다.
반면 임기 후반기부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DTI‧LTV 완화 등 시장 활성화 중심 규제 완화 기조로 급선회했다. 특히 2015년~2016년은 '부동산 훈풍기'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투기 수요 유입과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책 방향이 공급 중심에서 규제 완화로 바뀌면서 "초기 공약 취지는 퇴색됐다"라는 게 업계 평가다.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에 낙선해 집권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런 공약 상당수는 이후 문재인 정부(2017~2022) 부동산 정책 기조로 계승된다.
대표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2020년) △전월세 인상률 5% 제한 △공공임대 확대 등은 2012년 대선 공약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가계부채 구조개선 △전세자금 대출 규제 강화 등 금융 정책 기조 역시 일관된 흐름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공약 이행과 관련해 "임대차 시장 안정성과 임차인 보호는 강화됐지만, 전세 품귀와 거래 감소라는 역풍도 함께 불었다"라고 평가했다.
2012년 대선에서 제시된 박근혜‧문재인 부동산 공약은 시대적 과제였던 '서민 주거 안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후 실현 양상은 △정치 상황 △시장 환경 △여론 반응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는 "공약은 이상, 정책은 현실"이라며 "당시 제안된 정책 중 일부는 후속 정부 기조로 살아남았고, 일부는 시장 반응에 따라 수정·폐기됐다"라고 평가했다.
단기적 수요 진작에 의존했던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실적 위주의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는 일시적인 활기를 불러왔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
업계는 다가오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와 책임 있는 이행 의지가 정부 정책의 기본 전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약이 반복적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공허한 약속에 그쳤던 전례를 고려할 때, 향후에는 실질적인 정책 실행력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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