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성장동력은 'HVAC'…가전·로봇 넘어 삼성·LG 선점 승부수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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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공조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맞붙는다.

삼성전자는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중앙 공조 시장에서 한계로 지목된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한편 한발 앞서 HVAC 사업에 접근한 LG전자는 글로벌 사우스 시장 내 사업 확대에 총력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중동 지역 냉난방공조(HVA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냉난방공조(HAVC) 사업 거점인 중국 소주와 상해에 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8개국 40여 명의 공조 전문인력을 초청해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공조 솔루션을 소개하는 세미나, 실제 에어컨 공장과 공조 제품이 설치된 주상복합센터 '동방지문'을 방문하는 현장 체험 등이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에 조 단위 액수를 투입한 것은 2017년 하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쉼 없이 돌아가는 데이터센터를 식히고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을 안정화하는 HVAC 기술이 미래 산업의 생존 인프라로 급부상함에 따라 대규모 중앙 공조시장에 M&A를 통해 빠르게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공조기기 업체로 대형 데이터센터, 박물관·조서관, 공항·터미널, 대형 병원 등 다양한 시설에 공조 설비를 공급해 왔다.

삼성전자는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이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전반적인 공조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랙트의 연간 매출은 7억유로(약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종합 HVAC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유럽에서 사업 확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가 19일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컨설턴트를 국내로 초청해 'LG HVAC 리더스 서밋 2025'를 개최했다. 컨설턴트들이 HVAC 설비를 제어·관리하는 빌딩 관리 설루션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LG전자

LG전자 역시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산업용 HVAC 시장에 발을 디뎠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공조 사업을 가전에서 아예 별도 분리해 ES사업본부로 신설했다. 대표적인 자사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 '칠러'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내 CPU, GPU 등 칩을 직접 냉각하는 방식인 액체냉각 솔루션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수 분배 장치)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LG전자는 칠러를 비롯한 공간·기후 맞춤형 냉난방공조 설루션으로 B2B 비즈니스도 가속화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업장 등을 잇달아 찾아 HVAC 사업을 점검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 내 사업 기회 발굴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높은 경제 성장률과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공장, 오피스 등에서의 HVAC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조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B2B 사업 기회가 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는 핵심 성장 파트너라며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앨라배마 헌츠빌에 신규 공조 생산시설을 구축해 지난해부터 HVAC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노르웨이 오슬로에 에어솔루션 연구소와 히트펌프 기술 컨소시엄을 각각 구축했다. MS의 데이터센터에 LG전자의 냉각 설루션을 제공하기로 합의하는 등 빅테크와의 협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이는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E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어난 3조544억원, 영업이익은 21.2% 늘어난 4067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2030년 전체 매출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을 45% 수준까지 높여 공조 사업 고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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