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극복, '일·가정 양립'에서 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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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저출생 문제는 현금성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 특히 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출산율도 증가할 수 있다. 육아 부담이 개인과 가정에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 낳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출산이 가능한 사회는 정책과 환경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누리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6~2030년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정책수요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번째 정책수요자 간담회는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을 주제로 중소기업 근로자,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군의 맞벌이 부모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였다.

간담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육아휴직 급여 인상, 배우자 출산 휴가 확대 등 정책 개선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질적 활용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눈치 보이는 사내 분위기와 승진·인사상의 불이익 우려, 대체인력 부족 등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은 "임금근로자 중심의 정책이 체감되지 않는다"며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했다.

고용노동부가 전국 5000개 사업체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는 현장의 체감도와 정책의 간극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한 예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인지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잘 알고 있다'는 사업체 비율은 46.3%,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23.0%, '들어본 적 있다' 17.0%, '모른다' 13.7% 등이었으며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응답은 53.0%, 실제 사용 실적이 있는 사업체 비율은 3.8%로 나타났다.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업체 비율은 14.7%, 난임치료 휴가 제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업체 비율은 38.6%에 달했다.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사업체는 55.7%로 절반을 넘었지만 '필요한 사람이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비율도 17.7%나 됐다.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으로(36.0%)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에(33.0%)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26.0%) △추가 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4.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의 업무 부담보다 조직 문화와 구조적 문제가 제도 활용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는 있지만 근무하는 환경에 따라 활용할 수는 없는 불평등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태조사는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기업 문화와 업종, 지역의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가족친화적 조직문화 조성 △여성 경력단절 예방 대책 마련 △초과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규모 사업체 대상 지원 방안 마련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 대응을 위한 경제단체 민관협의체 제7차 회의에서 "중소기업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중소기업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먼저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출산휴가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시에만 지원했던 대체인력 지원금(최대 1840만 원)을 육아휴직에도 확대 적용하고 일·육아 동행 플래너의 컨설팅 지원, 일·생활 균형을 선도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 마련 등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상장법인의 일·가정 양립 지표 공시, 일·가정 양립 관련 지표를 ESG 공시 기준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출산·양육 지원 우수사례 공유, 작은 결혼식 문화 확산 캠페인 등을 통해 기업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일하는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출산율 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근로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과 함께 있는 제도를 쓸 수 있는 권리로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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