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6·3 대선 레이스가 무르익는 가운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해 연일 날 선 비판을 쏟아내는 그를 향한 상대 진영의 구애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당장 홍 전 시장의 행보에 따라 대선 판도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홍 전 시장의 반응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홍 전 시장은 15일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 “그 당이 내게 베풀어준 건 없다”며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그는 “다섯 번의 국회의원은 당의 도움 아닌 내 힘으로 당선됐다”며 “두 번의 경남지사는 친박들의 집요한 견제와 음해 속에 내 힘으로 경선에서 이겼고 한 번의 대구시장도 당의 집요한 방해 속에 터무니없는 15% 페널티를 받고 경선에서 이겼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탄핵 이후 궤멸 된 당을 내가 살렸을 뿐”이라며 “3년 전 윤석열에게 민심에서 압승하고 당심에서 참패했을 때 탈당하려고 했으나 마지막 도전을 위해 보류했었는데 이번 경선에서도 사기 경선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청춘을 묻은 그 땅을 떠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30년 전 정치를 모를 때 노무현 전 대통령 권유에 따라 꼬마 민주당을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홍 전 시장의 발언은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앞서 권 전 위원장은 홍 전 시장이 ‘한덕수 단일화’를 두고 촌극을 벌인 국민의힘을 두고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하자 “타고난 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오랜 기간 당에 몸을 담았던 인사로 ‘정도’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하지만, 홍 전 시장에겐 불쾌감만을 더한 꼴이 됐다. 홍 전 시장은 앞선 글에서 “누군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이 몹쓸 정치판을 대대적으로 청소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 홍준표에 이어지는 ‘구애’
대선 경선 탈락 이후 미국 하와이에 머무는 홍 전 시장은 이번 대선판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 왔다. 특히 ‘친정’인 국민의힘에는 더욱 강한 비판의 언사를 쏟아내며 적어도 대선 과정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적으로는 지원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에 불을 붙였다. 당장 이러한 상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상대 후보들에겐 좋은 기회가 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홍 전 시장을 향한 이들의 구애는 뜨겁다. 범보수 진영으로 홍 전 시장과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경우 홍 전 시장을 연일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0일 홍 전 시장의 페이스북 글에 “젊은 세대가 바라는 새로운 정치의 열망을 만들어내는 길이 저희가 실현해야 할 소명인 거 같다”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권 전 위원장의 비판에 대해 “사기 경선 피해자인 홍 전 시장에게 감히 타고난 인성을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역시 홍 전 시장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보수 핵심 인사인 홍 전 시장이 힘을 보탤 경우 중도를 넘어 보수 진영까지 확장에 나설 수 있는 데다 보수 진영이 꾀하는 ‘반이재명 구도’를 약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홍 선배님과 같은 노련한 정치가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였다”고 고백한 이 후보는 이날 경남 하동 유세 후 기자들을 만나 “홍 전 시장께서 차라리 민주당으로 갔더라면 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통합과 화합,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많은 분과 함께하길 기대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여러 정황상 보수 진영과 이 후보 간 거리감이 좁혀지고 있다는 점도 홍 전 시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홍 전 시장이 경선에 탈락한 이후 홍 전 시장 지지자 단체들은 일제히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홍 전 시장의 정책을 담당했던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 역시 이재명 후보 측 선대위 합류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은 이날 공개적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에 나섰다. 심지어 이날 일부 언론에선 이재명 후보가 당선됨을 전제로 홍 전 시장에게 총리직을 제안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양측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선 국면에서 홍 전 시장의 영향력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러한 상황에 다급해진 국민의힘도 홍 전 시장을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서 홍 전 시장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대식 의원을 미국 하와이로 보내 홍 전 시장의 선대위 합류를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인사들도 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탈당하고 싶었으니 홍 전 시장의 섭섭함을 이해한다”며 “모두 같이 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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