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암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기진단’이다.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대장암조차 1기에 조기 발견하면 생존률이 90% 이상이다. 이에 글로벌 과학·의료계 전문가들은 암 조기 진단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와 광학 기술을 이용, 암세포 DNA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재료연구원(재료연)은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 정호상 선임연구원팀이 혈액 내에 존재하는 아주 적은 양의 암세포 DNA를 고감도로 검출해 암 조기진단이 가능한 광학 기반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암세포가 발생할 때 혈액 속 DNA 표면엔 작은 화학적 변화가 생긴다. 이를 메틸화(Methylation) 정도 변화라 한다. 초기 암 단계에서 메틸화된 DNA의 농도는 매우 낮아서 기존 바이오센서를 사용해 고감도로 검출하기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메틸화된 DNA를 별도의 분석 과정 없이 고감도의 광학 신호와 AI분석으로 검출하는 바이오센서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즈모닉’ 소재다. 이 소재는 빛에 반응해 DNA 분자의 광학 신호를 1억 배 이상 증폭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매우 적은 양의 DNA도 검출할 수 있다.
연구팀이 고안한 플라즈모닉 소재는 암 발생 초기에 메틸화된 DNA를 25fg/mL(펨토그램 퍼 밀리리터) 수준까지 찾을 수 있다. 이는 한 방울의 물에 설탕 1,000분의 25 크기의 알갱이를 넣은 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기존 바이오센서에 비해 1,000배 세밀한 고감도 수준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바이오센서를 대장암 환자 60명에게 적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암 유무를 99%의 정확도로 진단했다. 암의 진행 단계도 1기부터 4기까지 정확하게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분석 과정에서 필요한 혈액량은 100uL(마이크로리터)로 매우 적었다. 진단 시간도 20분 이내에 진단을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신속했다.
연구책임자인 정호상 재료연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암의 조기진단뿐 아니라 예후 예측이나 치료 반응까지 진단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자가면역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으로의 적용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소재글로벌영커넥트사업, 한국재료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5월 9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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