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입법 리포트’는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기획기사 코너입니다. 법안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분석하고, 통과 시 국민에게 가져올 변화를 알기 쉽게 전달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이 법을 더 잘 이해하고, 법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전해지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다.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이뤄지는 나라를 의미한다. 즉, 권력자와 공권력이 법에 구속됨으로써 자의적인 권력행사와 권력남용이 예방되는 나라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 권력기관 등에서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비롯한 ‘자의적인 권한행사’라는 비판이 지속 제기됐다. 이에 제22대 국회에서는 형법상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법안이 발의돼 이슈화됐다.
◇ ‘법왜곡’ 행위, 형사처벌 필요성 대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12일 오전 11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왜곡죄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법관이나 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를 함에 있어 법을 왜곡한 경우에 이를 처벌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법원과 검찰이 법을 왜곡해 억울한 사법피해자들을 양산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또 전관예우와 법조비리 사건도 지속적으로 발생해 불공정정한 법집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법왜곡’ 행위란 △사실관계의 조작 △적용돼야 할 법규정 미적용 △법규정의 그롯된 적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현행 형법상 이러한 ‘법왜곡’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법왜곡’ 행위에 대해 징계나 탄핵 등의 수단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법왜곡’ 행위를 막는 역할로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공정한 법집행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법에 ‘법왜곡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법안은 법관이나 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처리에 있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으로 공소권의 현저한 남용과 법령적용의 왜곡 행위 등을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그리고 지휘·감독자가 지휘·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법왜곡죄를 범하도록 지시하거나 인사권자 또는 그 인사사무를 보조하는 사람이 인사대상자에게 법왜곡죄를 범하도록 지시한 때에도 같은 처벌을 받도록 했다.
아울러 ‘법왜곡’ 행위를 요구하거나 그와 관련한 보상으로 이익을 약속하거나 보복으로 불이익을 약속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장식 의원은 “법왜곡죄 도입은 내란 청산을 위한 것이자,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한 것이며 궁극적으로 법왜곡을 예방하기 위한 법이다”며 “내란 행위 동조세력과 헌정 파괴범, 사법질서를 무너뜨린 자들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 집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고(故) 노회찬 의원의 바람, 이뤄질까
‘법왜곡죄’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당시 정의당 국회의원이었던 고 노회찬 의원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도입 논의를 추진했다. 하지만 법안은 발의하지 않았다. 이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8년 제20대 국회에서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과 ‘법왜곡’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함께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도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같은 내용으로 대표발의한 바 있으며,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는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형법상 ‘법왜곡죄’를 도입을 시작으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이건태 의원의 법왜곡죄 발의 당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수사의 위축과 고소‧고발이 증가해 수사기관의 업무 과중 등을 우려하는 반대입장과 수사기관의 자의적이고 무분별한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법왜곡죄’를 도입해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독일·러시아·스페인 등이 그 예다. 독일의 경우에는 법왜곡죄 주체를 법관과 기타 공무원, 중재법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단, 기타 공무원에 검사를 포함시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독일은 오로지 법질서전체나 법치국가적 사법실무상 핵심원칙에 위배되는 중대한 불법만을 그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과실범에 대한 처벌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스페인은 법왜곡죄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만 독일법에 비해 세분화돼 있고, 고의범 외에 과실에 의한 법왜곡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이건태 의원의 개정안을 검토한 법제사법위원회 정환철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검사,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은 사법정의를 수호해야 할 지위에 있다”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 등에 대해 보다 엄중하게 단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의 문언이 추상성으로 인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며 “또한 증거해석, 사실인정, 법률적용의 왜곡 여부는 판단자의 관점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어서 이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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