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인가 없이 후순위채권 조기상환을 선언하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무건전성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감독규정마저 충족하지 못해 제재까지 예고됐다.
무리한 조기상환에 대해 업계에선 "대주주이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가 현 상황을 촉발했다"고 입을 모은다. 몸값을 위해 신용도 지키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감원의 불승인 통보를 받은 한국예탁결제원도 마찬가지다.
앞서 롯데손보는 지난 8일 오전 자사 후순위채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한다고 공시했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상,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려면 상환 후 지급여력(K-ICS)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3월 말 기준 비율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후순위채 상환 재원을 마련하고자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투자 수요 확보가 어려워 추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상황을 전하며 "전례가 없는 부분이라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다. 현재도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환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처럼, 현 상황이 이례적인 점은 롯데손보가 재무건전성 하락 우려를 무릅쓰고 상환을 강행했다는 사실이다. 후순위채는 일반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재무건전성을 제고하는 목적에서 발행된다. 따라서 건전성을 깎아가며 상환하는 것은 보험업계를 넘어 금융권에서도 보기 드물다.
이러한 배경에는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그리고 그에 따른 매각 문제가 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일단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매각이 최우선 과제다. 회사 가치에 영향이 가는 신용도 관리 역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롯데손보는 우리금융지주 인수가 무산된 이후 상시매각체제를 유지 중이다.
후순위채는 보통 10년 만기지만, 업계 관행상 5년차에 조기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는 해당 회사의 자금 상황에 우려를 제기하며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흥국생명이 약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자 흥국생명은 물론 국내 채권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하락했다. 채권 발행사의 신용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여전히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강행할 필요가 있었나'하는 의문은 남는다.
우선 인수합병(M&A) 인가권을 쥐고 있는 금융당국과 굳이 마찰을 빚을 필요가 없다. 또 금감원이 지난해 말 정기검사에 이어 올해 2월 수시검사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가 언제든 엑시트할 수 있는 사모펀드이기에 금융당국과 척을 질 수 있지 않았나"라며 "일반적으로 금융사나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당국과 직접 부딪히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물론 JKL파트너스의 엑시트는 아직 요원한데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조치를 예고하고 있기에 결국 한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 후순위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하는 것.
다만 금감원은 자본 확충 계획에 대해 회사 측으로부터 들은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맞다"며 "현재 투자자본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