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작자 겸 배우 마동석이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감독 임대희)로 관객 앞에 섰다. 봄 극장가를 달궜던 ‘범죄도시’ 시리즈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시도의 작품으로 돌아온 그는 “내가 가진 악기가 하나라 기시감이 들 수밖에 없겠지만 그 안에서 변주를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마동석이 주연은 물론 기획·제작에 참여한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혼란에 빠진 도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팀 바우(마동석 분)·샤론(서현 분)·김군(이다윗 분)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오컬트 액션이다. 지난달 30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막강한 흥행력을 갖춘 마동석과 오컬트 장르에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갖춘 신예 임대희 감독이 각자 잘할 수 있는 장르적 영역에 있어 서로 알고 있는 지식과 상상력을 최대치로 공유해 완성된 작품으로, 오컬트와 액션은 물론 리얼과 판타지, 동양과 서양의 요소가 어우러진 복합 장르물이다.
마동석은 바위 같은 힘과 주먹으로 악마를 사냥하는 어둠의 해결사 바우 역을 맡아 더 강력하고 압도적인 액션으로 악랄한 범죄자 소탕을 넘어 악마까지 처단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긴 것은 물론, 특유의 위트를 녹여낸 유쾌한 변주로 영화적 재미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마동석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의 출발부터 새로운 도전을 택한 이유, 캐릭터 구축 과정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 쉼 없는 행보를 이어올 수 있는 원동력 등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5월 극장가 ‘범죄도시’ 시리즈가 아닌 다른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개봉 소감은.
“모든 작품이 똑같지만 고생을 많이 하고 노력을 많이 한 영화인데 개봉하게 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개봉 시기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고 기다리는 입장인데 공교롭게 봄에 개봉하게 됐다. 관객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고 임대희 감독 입봉작인데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돼서 그게 너무 기분 좋다.”
-‘범죄도시5’ 진행 상황은.
“시나리오 작가 네 명이 쓰고 있다. 내가 8편까지 원안은 다 써놓았고 그걸 가지고 대본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한 편 정도는 내년에 찍을 것 같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도 시리즈로 계획 중인가.
“작은 이야기지만 세계관은 크게 만들어놨는데 처음에 전체를 다 보여주는 것보다 그중 일부 이야기를 먼저 보여주자 싶었고 나머지는 웹툰으로 연재하고 있다. 그 뒤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소설이든 웹툰이든 애니메이션이든 또는 영화든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거창하지 않은 사람들이 거창한 이름을 지어놨는데 막상 찾아가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들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큰일을 해낸다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또 이 영화는 처음부터 샤론과 은서의 대결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내가 연기한 바우는 한두 발 정도 떨어져서 주변 악인들을 정리해 주는 ‘사이드킥’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관객이 보기에 그 두 캐릭터, 두 배우(서현과 정지소)가 돋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정지소를 캐스팅할 때 귀엽고 작은 친구를 구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했다. 내가 악마가 깃들었다면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생기잖나. 도망가고 싶지.(웃음) 그래서 정지소를 캐스팅했고 샤론 역할도 서현이 평소 굉장히 바른데 얼굴이 바뀌면 어떨까 생각했다. ‘범죄도시’ 캐스팅할 때 맥락과 비슷하다. 다른 이미지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캐스팅했다. 두 배우 모두 너무 훌륭하게 잘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평소 오컬트에도 관심이 있었나.
“다양한 장르에 다 관심이 있다. 호러물 시놉시스를 써놓은 것도 2편 정도 있고 얼마 전 개봉한 ‘백수아파트’도 다른 장르고 재밌어서 선택한 거였다. 헤비 메탈 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범죄도시’는 ‘범죄도시’대로 할 것이고 지금 계속 마동석 캐릭터로 나오는 액션물을 위주로 찍고 있는데 언젠가는 다른 장르의 캐릭터들도 하게 될 거다. 다만 당분간은 약속된 작품들이 있어서 마동석 캐릭터를 해야 할 것 같다.”

-‘범죄도시’ 시리즈로 마석도 캐릭터가 공고히 자리 잡았는데 새로운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는 것에 대한 걱정, 우려는 없었나.
“맞다. 기시감이 들 거다. 하지만 내가 나오고 액션을 하면 어차피 떨쳐버리기 힘들 거다. 처음 시나리오를 개발할 때 전혀 다른 캐릭터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는데 회의 결과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다. 아예 다른 캐릭터는 다른 영화에서 하자고. 어차피 액션이 가미된 작품이니 마동석 캐릭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적극 집어넣게 됐다. 당분간 액션을 할 때는 마동석 캐릭터를 투영할 것 같은데 나도 액션을 못할 때가 생길 것이고 그러면 분명 다른 캐릭터를 하게 되겠지. 그런데 지금은 ‘범죄도시’ 5편을 포함해서 약속된 작품들이 대부분 액션이기 때문에 마동석 캐릭터가 투영될 거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매번 조금씩 변주를 주고 있다. 티가 나지 않을 수 있고 몰라볼 수 있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 가지 악기 소리를 다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가진 악기가 하나라서 클래식을 하든 헤비 메탈을 하든 기시감이 들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럼에도 장르적으로 바꿔가면서, 다른 작품도 보여주면서, 같은 ‘범죄도시’ 안에서도 다른 감정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변주를 주려고 하고 있다.”
-이번 액션은 어떻게 변주를 주고자 했나.
“‘범죄도시’ 시리즈와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범죄도시’는 현실 베이스의 이야기잖나. 실제 있던 사건을 재구성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액션을 할 때도, 예를 들어 복싱으로 이야기하면 탁 때렸을 때 어느 정도 리액션을 받아야 실제 같은지 연구를 되게 많이 한다. 고개가 너무 많이 돌아갔다 싶으면 3분의 2만 돌리고 쓰러질 때도 이렇게 맞으면 보통 앞으로 쓰러지더라 등등 그런 연구를 많이 해서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만화적으로 접근했다. 와이어 액션도 판타지 장르가 아니면 할 수 없잖나. 바우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사람으로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표현을 해보자 싶었고 그 안에서도 통쾌함을 최대한 강조하려고 했다. 인물이 많이 나오고 바우는 사이드킥 같은 캐릭터라 인물의 드라마를 다 설명하지 못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통쾌함이 덜 할 수 있으니 다른 부분으로 시원함을 주자 해서 와이어나 특수 효과를 더 활용하고자 했다.”
-생각보다 더 다크한 톤이었다. 어떤 고민을 했나.
“사실 더 다크한 버전도 있었다. 유머를 다 뺀 아주 다크한 버전과 지금의 버전을 비교해서 호응을 체크했다. 나는 다크한 버전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호응도 차이가 많이 나서 당연히 이 버전을 보여줘야 했다. 새로운 장르를 믹스한다는 것에 있어 시나리오 단계부터 호불호가 있었다. 그래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금은 다른, 트위스트 해놓은 장르를 관객이 좋아해 준다면 앞으로 나보다 글도 잘 쓰고 기획 잘하는 후배들도 다르게 새롭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마동석 현장에 대해 배우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더라. 어떤 현장이었나.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고맙다. 감정신이 많은 영화도 힘들지만 액션이 많은 영화는 전쟁이다. 조금만 삐끗하고 긴장하지 않으면 다친다. 나도 코가 많이 휘었다. 주먹으로 많이 맞아서. 사고가 나지 않게 찍어야 하니까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다들 예민해지면 힘들어지니까 풀어주려고 안웃긴 유머도 막 하고 그러는데 그러면서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배우들이 너무 훌륭하게 잘해줘서 고마웠다. 나는 프로듀서기도 하니까 너무 고마웠다.”
-현장에 피지컬 팀을 처음 도입한 게 마동석 현장이었다고 하더라. 배경은.
“액션 영화를 주로 하는데 의료진을 매번 부르기 쉽지 않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액션을 할 때 다친 후 케어하는 것도 중요한데 사전에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이런 동작을 할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더라. 또 촬영이 끝나고 재활 운동하고 물리치료를 하자 싶어서 재활의학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불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인들 사이에서 액션 찍을 때 그분들이 계시니 안전하고 좋더라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내 현장이 아닌 다른 현장에서도 보이더라. 그렇게 점점 피지컬 팀이 생기게 됐다. 배우들도 그분들이 계시니 마음이 안정된다고 하더라.”
-배우뿐 아니라, 제작과 기획까지 쉼 없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복싱장도 운영하고 있다. 지치진 않나.
“연기라는 게 사실 굉장히 소비되는 일이다. 그걸 쉬면서 다시 채우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일로 채우는 사람이다. 생산적인 일을 하면 채워지는 것 같다. 창작에 관련된 일. 글을 쓴다든가 뭔가 만들어내는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다시 얻는다. 복싱장에 가서는 이제 나도 나이가 많으니까 젊은 친구들과 하게 되는데 서로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렇게 하고 나면 개운하다. 풀린다고 해야 할까. 그런 루틴이 하루가 아니라 몇 년을 계속하고 있어서 그런 지점에서 채워지는 것 같다. 예선부터 성룡처럼 캐릭터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다. 마동석이라는 캐릭터로 액션을 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액션배우를 계속할 것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도 많이 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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