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김경현 기자] "베테랑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KT 내야진이 갑자기 젊어졌다.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이 중심을 잡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황재균은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2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8일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허경민과 오윤석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 KT 관계자는 "허경민 선수는 좌측 햄스트링 염좌로 2주 휴식이 필요하다. 오윤석 선수는 좌측 내전근 염좌로 일주일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김상수가 복사근 손상으로 빠진 상황. 주전 3루수, 2루수, 유격수가 모두 이탈했다.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의 공백을 메웠다. 권동진이 유격수로 중심을 잡고 장준원과 천성호가 2루를 채웠다.
황재균도 '고향'과도 같은 3루로 복귀했다. 황재균은 허경민의 이탈 전까지 1루와 3루를 오가며 경기에 나섰다. 붙박이 3루수는 허경민으로 정해진 상황. 황재균은 3루 백업 혹은 1루수로 경기에 출전하곤 했다.
29일 3루로 복귀한 황재균은 4타수 무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그리고 이날 3안타를 몰아치며 존재감을 알렸다. 시즌 첫 3안타 경기. 2번 타순 출전도 시즌 최초다.
첫 타석부터 깔끔했다. 1회 무사 1루에서 우전 안타로 찬스를 이었다. 로하스의 적시타 때 득점까지 올렸다. 이어진 두 타석은 삼진과 유격수 땅볼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팀이 4-3으로 앞선 7회 1사 1, 2루. 황재균은 최지강의 4구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았다. KT는 안현민의 땅볼로 아웃과 득점을 맞바꿨고, 로하스의 투런 홈런까지 보태며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
황재균은 9회 1사 1루 다섯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신고,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경기 종료 후 황재균은 "요즘 감이 좋았는데 잘 맞은 타구가 계속 정면으로 가다 보니까 안타가 안 나왔다. 오늘 같은 경우는 수비 사이사이로 잘 빠져서 3안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허경민에게 먼저 전화가 왔다고 한다. 황재균은 "3루수로 나갈 줄 몰랐는데 (허)경민이가 전화로 자기가 빠진다고 하더라. 그럼 오늘(29일)부터 내가 3루 나가겠구나 생각했다"며 "워낙 (3루를) 많이 봐왔다. 어디를 가든 크게 수비적으로 문제는 없으니 걱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중고참이 대거 이탈해 황재균의 책임감이 클 터. 황재균은 "이야기를 일부러 더 많이 하고 있다. (김)상수나 (허)경민이, (오)윤석이 있을 때는 제가 말을 안 해도 다 알아서 하는데, 이제 (제가) 상황마다 이야기를 계속 주입을 시켜줘야 되어서 말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라고 답했다.
경기 전부터 KT 선수단 분위기는 시끌시끌했다. 소위 '스페셜조'로 불리는 천성호, 권동진, 강민성, 윤준혁이 큰 목소리를 앞세워 훈련을 진행했다. 이를 본 이강철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황재균은 "애들이 긴장하면 풀어주려고 장난도 많이 치고 있다"며 웃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황재균은 "배팅이라는 게 자기 에버리지가 있고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안 좋을 때가 있으면 또 올라오는 때가 있다"며 "애들한테도 어차피 나가다 보면 자기 것 찾는다. 일단 투수가 잘 던져주고 게임은 계속 이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팀의 베테랑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린 선수들도 필요하지만, 그런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잡아주는 베테랑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황재균은 주전보다는 궂은일을 주로 맡았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이날도 베테랑의 면모가 돋보였다. 황재균의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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