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급격한 사회변화, 우리사회에 DEI가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②

맘스커리어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2012년 설립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세상을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를 발굴하고, 이들이 지속가능하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람들이 선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미션과 ‘누구나 사회·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으로 세상의 변화에 앞장서는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 선종헌 DEI 이니셔티브 팀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기사는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왼쪽 부터)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 선종헌 DEI 이니셔티브팀장.[사진=박미리 기자] 

 

-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선종헌) 아직 DEI를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말하는 DEI는 어떤 한 집단을 배척하거나, 또 각 집단을 흑백으로 정의하는 게 아니라, 방향성이 옳다는 걸 주장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까 DEI에 포함되는 개념들이 굉장히 많고요. 결국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DEI를 단순하게 특정 영역이나 어떤 이슈에 대해서 특정인의 권리만 옹호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의 상호 의존성과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고, 모든 상황이 상대적이라는 걸 인정하면서 그런 상황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게 아니라 그 지점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가깝다고 설명할 수 있어요.

-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선종헌) 여러 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초기에 DEI를 폭넓게 잘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재형) 한국사회에서 지금 여러 종류의 갈등이 표현되고, 최근에는 조금 더 과격한 형태로 드러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년간 우리는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하거나 해소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긴장을 매니징 하는 힘이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갈등’이라는 것도 사회가 다 같이 경험해 보고 가야 해결하려는 힘도 있을 텐데, 그게 부재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제발전, 산업화, 민주화 등 각각의 시대를 지날 때에는 구심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사회가 다원화되고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측면에서 그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통합될 수 있는 구심점이 없어서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의견이 다르고,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는지, 또 경우에 따라 어떤 건강한 토론 문화를 통해 더 나은 무언가를 타협하거나 통합하는 등 아나가는 힘이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지를 결정할 거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하는 노력에 비해 갈등을 중재하고 긴장을 해소하고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통합되는 힘이 없어서 사회 발전도 더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DEI가 가치로서, 조금 더 보편적인 문화로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되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가치나 문화가 갑자기 당장 바뀌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한 세대가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DEI가 자리 잡아야 하는 적기’라는 표현보다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조금 더 가까운 의미에서는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이 선형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은 걸리지만 계기가 있으면 어느 순간 담론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문제가 극적으로 드러나고 폭발했던 시기이니 이제는 우리 사회의 다음 스탭으로서 DEI가 포용과 통합이 그 문제 해결에 다같이 공유하는 정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깝습니다.

-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DEI 정책을 폐지한다고 선언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도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문제가 부각되는 순간 사실 다른 많은 사회 문화 문제들이 어쩔 수 없이 후순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시스템상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시기에 경제적으로 불황이 왔을 때 누가 더 큰 고통을 받는지를 생각해보면 불평등의 영향도 더 크게 받잖아요. 그래서 DEI 가치를 내면에서부터 믿고 행동하던 사람들이 계속 더 힘을 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DEI라는 가치를 본질적으로 믿고 있는 어떤 사람들이 있겠죠. 그리고 그 사람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 주지 않으면 균형을 맞추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루트임팩트 DEI 팀에서 DEI가치를 공유하는 단체들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모이고,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시기에요.

- 루트임팩트는 공동직장 어린이집 ‘모두의숲’을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선종헌) 처음 돌봄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때를 돌이켜 보면 좋은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직장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는 사람은 잘 떠올리지 못했던 시절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성이 없었던 거죠. 경험이 부족하기도 했고, 또 구성원들 생애 주기 상 아직 아이를 낳고 돌보는 상황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좀 더 주류를 이루던 상황이기도 했고요. 그러면서도 왜 부모가 되면 오랫동안 성과를 내는 사람을 보기 어려울까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요. 또 커리어 유지에 직장 어린이집이라는 시설이 굉장히 중요하고 필수적인데, 이것은 대기업 등 일부에게만 허용된 인프라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처음 떠올렸던 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보자는 거였어요. 작은 시설에 여유가 없는 작은 조직들이 연대해서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고, 인프라나 돌봄 지원이 없어서 커리어를 그만두는 일이 없어도 되도록 만들어보자는 게 출발이었어요.

그리고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돌봄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는데, 그게 지금 저희가 가진 DEI 팀의 비전과 미션의 시작이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어요. 포용하는 조직이 무엇이냐고 물으시면 저희는 그것을 돌볼 줄 아는 조직이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그 안에는 돌봄의 책임을 가진 구성원을 돌볼 줄 아는 조직이라고 정의해요. 이를 위해 필수적인 인프라가 어린이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후순위로 선택 가능한 직원 복지가 아니라, 규모가 작아도 포용할 수 있는 조직이 되게 해 주는 게 루트임팩트의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방법을 실험해 보자는 취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저희가 해석하는 모두의숲 어린이집의 역할은 조직이 돌봄 책임을 포용할 때 이런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에 공감하는 여러 조직이 컨소시엄을 만들고, 이에 대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지원이나 후원을 해 주시고, 특히 대기업은 임직원들의 돌봄을 같이 안팎으로 포용하는 차원에서 어린이집을 직접 이용학도 하고요. 저희는 이걸 콜렉티브 임팩트라고 불러요. 즉 돌봄을 포용하는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콜렉티브 임팩트를 실험하고 있다. 이것이 어린이집의 의미와 DEI 팀을 운영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공동직장어린이집 모두의숲.[출처=루트임팩트] 

 

-그렇다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 사회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허재형) 돌봄과 사회혁신. 이 두 가지를 바로 연결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회혁신은 누가 만드느냐고 하면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들에 의해서 변화가 추동되는 것이고, 조직은 가치와 의미가 공유된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거예요. 특히 임팩트 생태계에서는 단순히 일자리 때문이 아니라 미션,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오는 거죠. 그러면 이 사람들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사회변화나 사회혁신이라는 것은 애초에 만들어지지 않거나 훨씬 더디겠죠. 그리고 어떤 영역에서 업력이라는 게 중요하잖아요. 이것은 업계의 실력이 되기도 하고요. 만약 육아나 부모님들 돌보는 이슈로 경력이 중단되면 새로운 사람이 투입되고, 업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니까 사실 어린이집은 단순히 돌봄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것 뿐만이 아니라 조직이나 생태계의 인프라가 되는 거예요. 인프라 구조 상 평상시에는 크게 효용을 못 느끼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효용을 모아놓으면 굉장히 크거든요. 우리가 말하는 어린이집으로 대표되는 돌봄 시설이 그 인프라를 상징한다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물론 어린이집 하나가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죠. 다만 이것이 하나의 모델이 되길 바라는 겁니다. 모두의숲 어린이집의 선례를 보고 다른 지역에서도 시도해보고, 이것이 쌓여 더 많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까지 확대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대기업 임직원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훨씬 더 보편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영리조직을 비롯한 사회혁신조직에서는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허재형) 우리는 흔히 ‘어떤 사회문제도 개인이나 한 조직이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잖아요. 그런데 저출산 고령화 등과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한 문제는 사실 엄청 거대한 문제이기도 하고 복잡한 시스템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구 혼자 해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전제로 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고유한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에 대한 답을 해보자면, 루트임팩트도 여러 경험을 하면서 몇 가지 차이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선 사례를 만드는 것은 작은 조직들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각 조직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신중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도 해요. 하지만 비영리조직이나 사회혁신조직에서는 이슈에 대한 크기가 작더라도 솔루션을 만들고, 실제 사회에 내어놓는 작업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것 같고요. 그 이해관계자들이 다음단계에서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책에나 제도로 활용할 수도 있고, 지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재원을 투자할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영역별 이해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상대적으로 좋은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 그러니까 텍스트가 아니라 실제 사례를 만드는데에 작은 조직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 두 분께서 꿈꾸는 사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허재형)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였으면 좋겠어요. 다음 세대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랍니다.

(선종헌) 포용적인 일터를 희망하면서 일을 하는 내가 바라는 사회문화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아직도 일터에서 마주하는 차별적인 언행들이나 구태의연한 전형성에 대한 집착이 창피하고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건물 안에서 흡연을 한다는 건 이제 상상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몇 년 전만해도 실내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 건물 안에서 누군가 흡연을 하면 삽시간에 소문이 날 정도의 큰일이 됐잖아요. 즉, 일상적이던 실내흡연이 어느 날 굉장히 창피한 일이 된 것처럼 그렇게 느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면접장에서 공격적인 질문을 하거나, 채용을 할 때 차별적으로 채용을 하고, 평등에 반하는 말을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창피한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간혹 실내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부끄럽게 느끼잖아요. 제가 희망하는 사회의 모습은 그런 거예요.

- 경력보유여성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전해주세요.

(선종헌) 지금 이 말씀을 들으시는 지금 그대로가 충분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경력보유여성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의 생각이 굉장히 많이 진화했어요. 그중 한 가지가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보완이 필요하거나 자신감 강화가 필요한, 최신 트렌드 업무 역량 강화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프레이밍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저희가 최근에 한 연구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사실 여러분들이 AI가 가지고 올, 혹은 새로운 상황이 가지고 올 미래의 인재상을 갖추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미래 학자들은 한 가지 직업 혹은 한 가지 환경이 유지되지 않고, 여러 번 직업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머지않아 그런 시대가 올 것인데 이미 멀티테스킹부터 시작해서 여러 사회환경의 변화를 경험하고 극복해 보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커리어가 전형적으로 건물 안에서 일어나는 것만이 커리어는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전부 커리어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훌륭한 경력을 보유하고 계신 분들이고, 미래에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조직이 탐구해야 하는 인재상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한곳에서 한가지의 직업만 오랫동안 한 사람들에 대한 존경도 필요하지만, 사실 우리가 주목하고 싶은 인재는 유연함을 갖고 멀티테스킹에 능하고, 예측하지 못했던 변화에 적응해 본 경험이 있고, 자신의 전략을 개발할 줄 아는 사람들인데, 이미 다 해보신 분들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탐구하기 보다는 나에게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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