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예산 정국이 시작되면서 정부를 향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지원 사업을 ‘퍼주기’로 규정하고 이를 줄여 ‘민생’ 예산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자체 예산안에도 등록금과 월세 등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원 대상과 목적에 따라 필요성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직접 지원을 늘리면서 정부 사업은 ‘퍼주기’로 폄하하는 평가가 타당한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 등록금·월세 늘린 국민의힘, ‘퍼주기’ 가르는 기준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 삶 해결 예산’을 발표했다. 청년·안전·생업·일자리·생활 불안 등 5대 분야에 11조5,924억원을 증액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원은 정부안의 100대 문제 사업에서 27조원을 줄여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청년문화예술패스 등을 거론하며 “현금을 살포해서 표를 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발표한 예산안에도 직접 지원은 담겨 있다. 2조7,337억원을 투입해 전국 사립대와 사립 전문대 등록금을 국공립대 평균인 400만원대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무주택 청년·신혼가구의 월세 지원은 최대 50만원으로 늘린다. 실직·임금 체불 청년에게는 긴급 월세를, 취업·이직으로 거처를 옮기는 청년에게는 이사비를 지원한다. 국민의힘은 등록금 형평성과 월세 부담 등 당면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는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지원하느냐다. 정부는 내년 지방 국립대 신입생부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지방 사립대 지역인재장학금도 확대한다. 학비 부담을 낮춰 지방 진학을 유도하려는 정책이다. 국민의힘은 사립대생의 상대적 부담과 지방 사립대의 학생 모집 어려움을 지적하며 전국 사립대생의 등록금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수도권 사립대의 등록금도 함께 낮아지는 만큼 지방대의 학생 유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정부안도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지방 국립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면 기존 국가장학금 지원이 적거나 없던 소득 수준이 높은 가구의 학생들에게 추가 혜택이 더 크게 돌아간다고 분석했다. 이미 장학금으로 등록금 상당 부분을 지원받는 저소득층보다 등록금을 직접 부담하던 학생들의 학비가 더 많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다만 국민의힘의 사립대 지원안도 소득별 지원 기준과 기존 국가장학금 반영 방식이 발표자료에 담기지 않아 어느 계층에 혜택이 얼마나 돌아갈지 확인하기 어렵다.
또 국민의힘이 ‘퍼주기’로 지목한 청년문화예술패스는 집행 실적과 예산 확대 폭을 따져볼 사안이다. 정부는 청년의 문화생활 비용을 덜기 위해 지원 연령을 19~20세에서 19~34세로 넓히고 내년 예산을 7,925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이 사업의 집행률은 2024년 24.9%, 2025년 39.0%에 그쳤다. 집행률 제고와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원 규모에 걸맞은 이용 여건을 갖췄는지 따질 사안이지 표를 얻기 위한 현금 살포로 규정하는 것은 별개의 주장이다.
◇ 기금 여유자금 전액 상환 요구… 재원·집행계획도 검증 필요
국민의힘은 지원 확대와 함께 국가채무 감축도 내걸었다. 장 대표는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을 전액 국채 상환에 활용해 이자비용 3조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향후 투자와 세수 변동에 대비해 남겨두려는 재원을 당장의 채무 축소에 쓰자는 것이다. 다만 사업비 27조원 감액과 이자비용 3조원 절감은 구분해야 한다. 이자 절감액은 상환 시점과 적용 금리 등에 따라 달라지는 추산치다.
예정처는 정부안에서 관리재정수지가 균형 수준인데도 국가채무가 107조원 늘어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과세수를 기금에 쌓아두면 빚을 갚는 데 쓰이는 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으로 정한 채무 상환 비율을 높이거나 기금으로 넘기는 재원의 일정 비율을 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여유자금 전액을 상환에 쓰는 것이 최선인지는 별개 문제다. 예정처는 기금의 주요 재원인 추가세수가 2029년 이후에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계속 지출해야 하는 사업이 다수 편성됐다고 분석했다. 정부안대로 자금을 남겨두려면 적정 적립 규모를 설명해야 하고, 국민의힘 안대로 모두 상환하려면 향후 사업 재원을 제시해야 한다. 2일 예정처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도 임명현 예정처 예산분석실장은 기금의 재원 안정성과 국회의 재정통제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재원을 어디에 쓸지 정하는 것과 함께 실제로 사업을 추진할 준비가 됐는지도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지역주도형 기업 설립에 9,8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자본금 500억원인 기업 40개에 공공이 49%를 투자하는 구상이지만 나머지 51%를 부담할 민간 투자자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발표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24시간 긴급 대체돌봄도 야간·휴일에 일할 인력과 제공기관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정부 사업의 집행 준비를 따지는 국민의힘 역시 자체 증액안이 내년에 실행될 수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정부안보다 나은 대안을 내놓았는지는 지원 대상과 사업 효과, 집행계획으로 판단할 문제다. 정부 사업에 요구한 형평성과 집행 가능성은 자체 증액안에서도 입증해야 한다. 향후 예산 심사에서는 양측이 어떤 사업을 왜 줄이고 늘려야 하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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