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4년] 위기와 반전… ‘뉴삼성’의 길

시사위크
오는 27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이재용 회장의 4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이었다.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불황과 사법 리스크 등 여러 고비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오는 27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이재용 회장의 4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이었다.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불황과 사법 리스크 등 여러 고비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3일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6주기 추도식이 엄수됐다. 별도의 공식 행사 없이 진행된 추도식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등 삼성 오너 일가,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1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해외 출장을 마치고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의 이번 추도식 참석은 의미가 남다르다. 오는 27일이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 경영을 맡은 지 4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의 4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이었다.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불황과 사법 리스크 등 여러 고비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확보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미래 성장동력 발굴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재용 회장의 지난 4년간 경영 성과와 ‘뉴삼성’의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지난 23일,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시스
지난 23일,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시스

◇ ‘위기의 삼성’이라는 왕관을 쓰다 

삼성전자 회장에 이재용 회장 오른 것은 지난 2022년 10월 27일이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라는 왕관의 무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당시 삼성전자는 근래 보기 드문 ‘위기’ 상황에 직면했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둔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자제품 수요 둔화 등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용 회장 취임 당시 삼성전자의 실적은 하락세에 접어든 상태였다. 삼성전자가 2022년 10월 27일 공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은 76조7,8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8,500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1.4% 급감했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9%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재용 회장 취임 당시 삼성전자의 실적은 하락세에 접어든 상태였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9%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이재용 회장 취임 당시 삼성전자의 실적은 하락세에 접어든 상태였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9%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스마트폰 사업 역시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삼성전자 MX·네트워크 사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3조2,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5% 감소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중국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의 저가 모델 물량 공세도 부담이었다.

여기에 주축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 S22’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에 따른 성능 저하 논란까지 불거졌다. GOS사태는 갤럭시S22모델로 게임을 실행할 때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앱이 자동으로 제품의 성능 및 해상도를 낮췄던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원가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베이퍼 챔버(스마트폰 냉각 장치)를 탑재, 예상보다 발열이 잡히지 않아 기기 자체 성능에 제한을 걸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사건으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2022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GOS는 장시간 고사양 게임을 실행해도 안정적으로 스마트폰 동작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만든 서비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차원의 사과와 노태문 사장의 국정감사 해명에도 불구, 논란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소비자 1,882명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소송은 올해 3월 항소심에서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이 확정되면서 약 4년 만에 마무리됐다.

위기는 다음 해인 2023년 본격화됐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은 258조9,400억원으로 전년(302조2,300억원) 대비 약 14.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더욱 큰 폭으로 줄었다. 2022년 43조3,800억원에서 2023년 6조5,700억원으로 약 84.9% 급감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14조8,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에도 반도체 사업의 회복세는 이어졌다. 글로벌 ‘AI산업’의 폭발적 성장 때문이다. 특히 AI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증가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 뉴시스
2025년에도 반도체 사업의 회복세는 이어졌다. 글로벌 ‘AI산업’의 폭발적 성장 때문이다. 특히 AI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증가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 뉴시스

◇ 2024년, 반등의 시작… AI붐과 사법리스크 해소

위기의 2년을 보낸 이재용 회장, 그리고 삼성전자의 반등은 2024년부터 시작됐다. 핵심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회복이었다. 공급 과잉이 완화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규모는 2023년 대비 19.1% 증가했다. 특히 D램 제품 매출은 82.6% 늘었다.

2025년에도 반도체 사업의 회복세는 이어졌다. 글로벌 ‘AI산업’의 폭발적 성장 때문이다. 특히 AI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매출 130조1,000억원, 영업이익 2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7%, 65% 증가한 수치다. 그 결과, 2025년 연간 매출은 333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43조6,000억원으로 삼성전자 전체의 사상 최대 실적 갱신에도 성공했다. 

지난해엔 이재용 회장을 옥죄던 ‘사법리스크’ 족쇄도 풀렸다. 지난해 7월 17일 대법원 3부는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확정했다. 이재용 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제기됐던 부정행위 의혹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2022년부터 2026년 3분기까지 삼성전자 실적 추이.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2022년부터 2026년 3분기까지 삼성전자 실적 추이.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2020년 9월 이재용 회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기소에 대해 1·2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선고로 이재용 회장은 4년 10개월 만에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냈다.

사법리스크의 해소, AI산업 급성장은 올해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에게 역대 최고 성과를 선했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경쟁력 회복이라는 가장 큰 장애물을 한 단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 성능의 HBM4 양산·출하를 시작한 것이다. 앞서가던 경쟁사 SK하이닉스에게 HBM4에 있어선 ‘퍼스트 무버’ 자리를 되찾은 의미가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195조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6%, 782.5% 급증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1년도 안돼 갈아치웠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술기업 가운데서도 처음이다

HBM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매출 기준 33%이다. 전분기 21% 대비 12%p 상승했다. 반면 시장 1위 SK하이닉스는 58%에서 50%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양사의 격차도 37%p(퍼센트포인트)에서 17%p로 좁혀졌다. 

HBM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매출 기준 33%이다. 전분기 21% 대비 12%p 상승했다. 반면 시장 1위 SK하이닉스는 58%에서 50%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양사의 격차도 37%p에서 17%p로 좁혀졌다. / 박설민 기자
HBM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매출 기준 33%이다. 전분기 21% 대비 12%p 상승했다. 반면 시장 1위 SK하이닉스는 58%에서 50%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양사의 격차도 37%p에서 17%p로 좁혀졌다. / 박설민 기자

◇ ‘뉴삼성’ 완성까지는 먼 길…남겨진 경영 과제

취임 4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한 이재용 회장이지만  길은 멀다. 대표적인 것은 반도체 기술 경쟁력의 유지·발전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있어 확고부동한 제왕이다. 하지만 HBM과 파운드리 부분을 비롯한 고성능 AI반도체 사업 분야에선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에 밀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은 향후 가장 중요한 기술 경쟁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올해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약 2,188억달러(약 3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24.8% 증가한 규모다. 

이재용 회장 역시 파운드리 경쟁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 회장 취임 해인 2022년부터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는 등 첨단 기술 확보에 나섰다. 다만 아직까지 TSMC와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매출 기준 72.5%에 달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5.9%에 그쳤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무려 66.6%p다. 특히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분기(6.5%)보다 0.6%p 하락했다. 첨단공정 경쟁력 확보와 대형 고객사 유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도 이재용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 보상체계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을 겪었다. 이는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일반 파업의 모양새와는 달랐다. 조직원 간의 불안정한 결합의 양상을 띄었기 때문이다. / 뉴시스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도 이재용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 보상체계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을 겪었다. 이는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일반 파업의 모양새와는 달랐다. 조직원 간의 불안정한 결합의 양상을 띄었기 때문이다. / 뉴시스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도 이재용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 보상체계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을 겪었다. 이는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일반 파업의 모양새와는 달랐다. 조직원 간의 불안정한 결합의 양상을 띄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 노조 측이 제시한 삼성전자 노조 측이 제시한 영업이익 15% 성과급이 반도체(DS) 사업부에 집중되면서 모바일·가전 등 타 부서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해당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사업부 간 이해관계 충돌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보상 절차에 대해 리더, 즉, 이재용 회장에게 제기한 문제의식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의 경영학자 로버트 폴저(Robert Folger)와 메리 코노브스키(Mary A. Konovsky)가 1989년 발표한 ‘절차적 공정성과 분배적 공정성이 임금 인상 결정에 대한 반응에 미치는 영향’ 이론 논문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진은 근로자 217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보상 결과의 공정성은 임금 만족도, 보상 결정 절차의 공정성은 상사에 대한 신뢰 및 조직 몰입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DX부문의 반발은 단순한 성과급 인상 요구를 넘어 자신들의 업무 성과가 공정하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볼 수 있다.

올 하반기, 그리고 내년 삼성전자가 마주할 경영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AI와 로봇 산업, 우주, 바이오 등 무대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자들은 바짝 추격하거나 앞서나갈 것이다. 취임 4주년을 맞은 이재용 회장이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뉴삼성’의 미래 경쟁력과 성장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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