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hy 냉동고에 잠든 균, 일상으로 나오기까지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여기는 저희 연구소에서도 담당자 두 명 정도만 들어올 수 있어요."

지난 21일 찾은 경기 용인 hy 중앙연구소. 균주 보관실의 잠금장치를 풀자 영하 80도 냉동고에 보관한 작은 용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체와 발효식품, 자연환경에서 찾아낸 균주들이다. hy가 반세기 동안 쌓은 연구 자산은 이 작은 용기들에 나뉘어 잠들어 있었다.

균을 찾았다고 바로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능성을 검증하고 소비자가 먹기 편한 맛과 형태도 갖춰야 한다. 이날 연구소에서는 균주 하나가 제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폈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연구소의 다음 방향은 마이크로바이옴이다. 개별 균주의 기능성을 넘어 장내 미생물 생태계와 인체의 상호작용을 밝히겠다는 구상이다. '몇 마리가 들어 있느냐'에서 '어떤 균이 어떤 기능을 하느냐'로. 연구원들의 설명을 관통한 질문도 여기에 있었다.

◆"균주 번호는 주민등록번호"…영하 80도에 보관한 연구 자산

연구소 소개를 맡은 배윤강 연구기획팀 차장은 자체 균주 개발의 의미를 강조했다. 해외 균주를 들여오는 데 머물지 않고 기능성을 직접 설계하고 검증할 역량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1976년 설립된 중앙연구소는 1981년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받았다. hy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 최초다. 1995년에는 한국형 비피더스 균주 HY8001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현재 보유한 균주 라이브러리는 5096종이다.

배 차장은 "이런 숫자는 단순한 숫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50년 동안 축적해 온 연구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찾은 미생물 실험실에서 정희철 프로바이오틱스팀 책임연구원은 균주 이름 뒤에 붙는 번호를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에 빗댔다. 같은 종이라도 균주마다 특성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 책임연구원은 "균주마다 기능성을 연구하고 과학적 자료를 확보해서 어디에 좋은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균을 찾는 장소도 장 안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인체 유래 시료와 김치 등 발효식품은 물론 자연환경에서도 후보 균주를 확보한다.

실험대에서는 균을 분리하고 배양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배지 위에서 자란 작은 집락을 골라 액체 배지에 옮겼다. 집락은 미생물이 증식해 눈에 보이는 덩어리를 이룬 것이다.

고체 배지에서 집락을 확인하려면 이틀에서 사흘가량 기다려야 한다. 이후에도 배양 규모를 늘리고 원심분리로 균을 모으는 작업이 이어진다. 동결보호제를 넣어 보관하는 단계까지 거쳐야 균주 라이브러리의 한 자리를 채운다.

화재 등 사고에 대비해 보관 장소도 나눴다. 연구소 내 다른 공간과 공장에 균주를 분산해 보관한다.

◆"시험관 실험만으로는 어렵다"…붉은색으로 살핀 기능성

신소재개발팀에서는 정지웅 책임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마이크로피펫으로 용액 100마이크로리터를 작은 튜브에 옮겼다. 볼텍스 믹서로 섞자 시료마다 붉은색의 농도가 달라졌다.

세포의 염증 반응과 관련된 지표를 색 변화로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자극을 준 세포 배양액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리한 배양액 등을 나란히 살폈다. 실제 연구에서는 흡광도를 측정해 차이를 수치화한다.


색이 옅어졌다고 곧바로 제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 책임연구원은 "시험관 실험만 가지고 기능성까지 연결 짓기는 어렵다"며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중첩되게 잘 나온 균들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한다"고 설명했다.

형광현미경으로는 신장 질환 동물모델의 조직을 살폈다. 세포사멸 과정에서 잘린 DNA를 형광으로 표시한 시료였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여부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이다.

정 책임연구원은 "단위 면적당 형광을 나타내는 세포가 몇 개인지 세어 정량화한다"며 "관련 유전자나 단백질도 분석해 작동 원리를 밝힌다"고 말했다.

이같은 세포·동물시험에서 확인한 기능이 사람에게도 나타나는지는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좋은 기능성을 쉽게 먹도록"…발효유 한 병의 맛 설계

유제품팀에서는 기능성을 확인한 균을 소비자가 즐겨 먹는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살폈다.

최지훈 유제품팀 책임연구원은 "앞선 팀들이 기능성을 연구했다면, 저희는 그것을 제품화해서 소비자가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찾은 파일럿 설비는 대량 생산 전 작은 규모로 공정과 품질을 확인하는 시설이다. 최 책임연구원은 공장에서 바로 시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단계라고 소개했다.


이날은 미리 준비한 배양액의 균질화 공정을 보여줬다. 살아 있는 유산균이 들어간 배양액은 이 단계에서 살균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살아 있는 유산균이 들어 있어요. 좋은 균을 죽이면 안 되는 거죠."

배양액은 별도로 준비한 시럽과 혼합해 제품으로 만든다. 균주마다 배양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대사물질이 달라 풍미에도 차이가 생긴다.

최 책임연구원은 "균주마다 풍미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며 "어떤 맛이 좋을지 제품 콘셉트와 마케팅 방향을 협의해서 배양한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는 원하는 과일 향과 농축액을 골라 발효유에 넣었다. 같은 과일도 목표한 풍미에 따라 향을 설계하고 여러 업체의 농축액을 비교한다.

소비자가 익숙하게 마시는 한 병에도 균주와 향, 농축액을 고르는 작업이 겹겹이 들어갔다.

◆"장 건강은 기본"…몸 밖의 대장에서 찾는 다음 기능

마지막 순서인 신성장팀에서 최일동 팀장은 소비자의 관심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장 건강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피부와 체지방, 면역 등 추가적인 기능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100억이 들어 있느냐, 500억이 들어 있느냐가 제품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프로바이오틱스로 구성해서 어떤 확장된 기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를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hy는 피부 건강과 체지방 감소, 면역기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원료의 개별인정을 확보했다. 근력과 여성 건강, 기억력 등으로도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 팀장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어야 식품으로서 기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포·동물시험과 인체적용시험을 거쳐 기준·규격과 안전성, 기능성 자료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후보 균주 선별부터 기능성 인정까지는 경우에 따라 5~10년이 소요된다고 했다.

연구실 안쪽에는 상행·횡행·하행결장의 환경을 몸 밖에 구현한 대장 모사 시스템이 자리했다. 실제 분변을 활용해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살피는 장치다.

최 팀장은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이 다르고, 몸 안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표준화한 장내 환경을 외부에 구축해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장치"라고 소개했다.

연구진은 구간별 환경을 설정한 배양 용기에서 미생물 구성과 대사산물 등의 변화를 추적한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기 전후를 비교해 장내 생태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피는 것이다.

최 팀장은 "지금은 장내 균총과의 관계를 밝히면서 기능성을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균주가 어떤 기능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기능이 나타나는 과정까지 규명하는 것이다.

활용 범위도 발효유와 건강기능식품을 넘어선다. 균주 기반 소재를 다른 기업에 원료로 공급한다. 화장품과 치약 등 생활용품으로도 적용을 넓히고 있다.

영하 80도 냉동고에서 시작한 현장 방문은 몸 밖에 구현한 대장 앞에서 끝났다. 균을 찾고, 기능을 검증하고, 소비자가 먹을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반세기 동안 쌓은 균주를 바탕으로 다음 기능을 찾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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