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출범으로 수사·기소 분리가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선 거론되는 개편 방안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축소하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의 수사는 중수청으로 넘기고, 판사·검사 등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가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공수처는 수사기관의 견제 구조가 후퇴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 ‘수사 대상 축소, 수사 범위 확대’ 추진
현재 공수처 개편에 대한 목소리는 민주당 내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법사위원인 김기표·김남희·김동아·김한규·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공수처 기능 전면 개편’ 토론회를 열었다.
김기표 의원은 토론회 축사에서 “공수처가 출범 당시 여야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약간 어정쩡하게 만들어진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검찰의 수사·기소가 완전 분리되고, 공소청이 설립됐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공수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과거 공수처 출범 당시엔 검찰의 권력이 강했던 만큼 검찰을 견제하는 목적에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수사·기소가 분리돼 공수처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아 의원도 “지금 현실은 공수처가 너무 무능한 상황”이라며 “공수처를 새롭게 전면 개편해 국민이 염원하는 수사기관에서의 제 식구 감싸기나 고위공직자의 감춰진 범죄에 대해 밝혀내는 유능한 수사기관으로 재탄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수처는 실적을 두고 출범 후부터 논란이 이어져 왔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 후 낮은 구속영장 발부율 및 기소 건수 등이 지적되면서 ‘무용론’과 ‘폐지론’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 1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체포 국면에서 한차례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며 ‘무용론’이 확산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능력 부족’에 대한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거론되는 개편 방안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축소하고, 대신 수사 범위는 확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중수청이, 공수처는 판사·검사, 경찰·수사관 등의 수사만 담당하는 것이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광역자치단체장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수사 대상을 축소하는 대신 수사 범위는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직무유기·직권남용·뇌물·알선수재 등 부패 범죄로 한정돼 있던 수사 범위를 모든 범죄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김기표 의원은 “경찰·검사·판사든, 법원·검찰 공무원이든 간에, 어떤 범죄든 수사할 수 있게 하자. 그래야 개인 비리들이 정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근우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공수처는) 수사·기소 관련 부처만 수사할 수 있도록 하자”며 “고위공직자 수사는 경찰이든 중수청이든 단서를 발견한 기관에서 수행하면 되고, 특검이 수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개혁 아닌 퇴보”… 공수처는 ‘반대’
하지만 이 같은 개편이 속도를 낼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당장 공수처가 수사기관 간의 견제구조가 후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고, 법조계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박상현 공수처 수사기획관은 토론회에서 “행정 각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유일한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은 견제·균형의 관점에서 볼 때 ‘개혁’이 아닌 ‘퇴보’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개편안을 반대했다.
현재 중수청과 경찰 모두 행정안전부 소속인 상황에서 대통령·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수사권이 중수청으로 넘어갈 경우, 수사권이 하나의 부처로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공수처에 대한 수사 대상 축소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수사 대상 축소는 부정부패나, 권력형 범죄에 대한 대응 체계에 있어서 심각한 후퇴가 될 수 있다”며 “공수처가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권한을 박탈하기보단 반대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개편 시기’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나와 “우리 당내 일부 의원님들이 공수처를 바꿔보자고 얘기하신 것은 타당한 분석”이라면서도 “중수청도 70년 만에 새롭게 출발하는 상황에서 있던 공수처를 다시 손본다는 것은 조금 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소청과 중수청이 자리를 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한편 공수처 개편을 추진하는 의원들은 여론 수렴을 통해 국정감사 후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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