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슈어포인트] 한화생명, 보험 넘어 종합금융으로…캐피탈 인수·증권 증자 ‘동시 승부수’

포인트경제
한화 63빌딩. /AI 생성 이미지, 한화 제공
한화 63빌딩. /AI 생성 이미지, 한화 제공

[포인트경제] 한화생명의 사업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명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보험사가 판매채널과 손해보험, 자산운용을 넘어 국내외 은행과 증권, 여신전문금융까지 영역을 넓히면서다. 한화생명의 애큐온캐피탈 인수와 한화투자증권 유상증자 참여는 개별 투자 두 건이라기보다 ‘보험회사 한화생명’에서 ‘종합금융그룹 한화금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으로 읽힌다.

30일 한화생명은 이사회에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EQT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의 경영권 인수를 의결했다. 센트로이드PE와 공동투자하는 방식으로 한화생명이 4400억원을 투입해 지분 50.54%를 확보한다. 애큐온캐피탈이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거래가 마무리되면 캐피탈과 저축은행이 동시에 한화생명 금융계열에 들어오게 된다.

같은 날 한화생명과 100%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은 한화투자증권 유상증자에 각각 2500억원씩 참여하기로 했다. 애큐온캐피탈 인수까지 합치면 이날 공개된 투자 결정만 한화금융 차원에서 9400억원 규모다.

방향도 분명해 보인다. 한쪽에서는 여신금융을 새로 확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증권사의 자본력을 키우는 구조를 설정한 행보로 해석된다.

△보험에서 ‘금융 밸류체인’으로…이미 외연 확장 시작

한화생명의 구조 변화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화생명의 최근 행보를 연결하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는 것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보험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자산운용을 거느린 데 이어, 2024년 한화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25년에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를 확보했고 미국에서는 증권 청산업체 벨로시티 클리어링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특히 판매채널의 변화가 먼저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6년 6월 기준 581개 지점과 2만6802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피플라이프와 IFC그룹까지 계열로 편입하면서 보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고 외부 보험상품까지 취급하는 대형 GA(General Agency·법인보험대리점) 체제를 구축했다. 보험 본업에서 이미 ‘제조사’ 중심 구조를 넘어 고객 접점을 넓혀온 셈이다.

여기에 캐피탈이 들어오면 퍼즐 하나가 더 채워질 수 있다. 애큐온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총자산 4조6000억원 규모로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물적금융에 강점을 가진 회사다. 자회사 애큐온저축은행도 총자산 5조1000억원 규모다. 기존 한화저축은행과 합치면 한화생명 측이 제시한 저축은행 자산 규모는 약 6조5000억원으로 커진다. 영업권역도 인천·경기에서 서울과 부산·울산·경남으로 확대된다.

이는 결국 개인에게 보험·대출·투자·자산관리, 기업에 대출과 투자금융·자본시장을 함께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보험사의 장기자산 운용 역량과 자산운용사의 투자 기능, 증권사 IB(투자은행), 캐피탈의 여신 기능을 묶으면 단순 계열사 확장보다 사업 간 연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다음 승부처는 증권…‘종투사’까지 얼마나 빨리 가나

한화투자증권 증자는 이런 변화의 또 다른 축이다. 한화생명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총자산 21조6283억원, 자기자본 2조263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한화자산운용이 투입하는 5000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자기자본은 약 2조7600억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화생명이 이번 증자의 목적으로 내세운 것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이른바 ‘종투사’ 진입이다. 종투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3조원 이상의 자본요건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5000억원 증자는 종투사 요건을 단번에 완성한다기보다 한화투자증권을 3조원대 자본 체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적 발판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이익 축적이나 추가 자본 확충 속도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투자를 뒷받침하는 한화생명 본체의 체력도 중요하다.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 1조3001억원, 당기순이익 5102억원을 기록했고 자산은 124조5710억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K-ICS 비율도 168.0%로 2025년 말 157.5%에서 상승했다.

다만 사업영역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확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보험보다 중소기업 경기와 금리, 부동산 등 신용 사이클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금융계열사 확대 과정에서 자본을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지, 새로 편입되는 회사의 조달 경쟁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실제 실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진다. 애큐온캐피탈 인수 역시 금융당국의 인가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변수도 있다.

한화생명의 최근 행보는 보험의 성장 한계를 다른 금융업에서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보험을 중심축으로 리테일금융과 자본시장을 동시에 확장하는 구조를 본격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다. 앞으로는 계열사 숫자보다 보험·GA·은행·캐피탈·운용·증권이 실제로 고객과 자본을 얼마나 공유하고 수익을 만들어내느냐가 ‘한화금융’ 전환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보험을 넘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보험·증권·자산운용·여신금융을 아우르는 한화금융의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폭넓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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