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해마다 많은 군 장병이 전역 후 새로운 직업을 찾아 사회로 나선다. 군에서 오랜 시간 맡은 임무에 책임을 다해온 이들에게 전역은 하나의 경력이 끝나는 시점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경력을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제대군인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위해 국가보훈부와 제대군인지원센터는 취업 상담과 직업교육, 취업박람회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군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이 사회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이다.
필자는 방산기업 HR에서 17년간 군 경력자를 포함한 다양한 인재의 채용업무를 담당해 왔다. 채용요건 수립부터 서류 검토와 면접, 입사 직급 산정, 연봉과 처우 협의에 이르기까지 채용의 여러 과정을 경험했고, 보훈 취업박람회와 취업 지원 현장에서도 많은 전역 예정 장병 및 제대군인을 만나 상담해 왔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은 군 경력을 보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군 경력이 회사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본다.
군에서 쌓은 리더십과 책임감, 조직관리 경험, 전문분야의 지식은 기업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방산기업에서는 무기체계 운용과 정비, 시험평가, 사업관리, 교육훈련, 군수와 품질 분야 등 군에서 축적한 경험이 기업의 특정 직무와 직접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은 군 경력 그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채용담당자는 지원자가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는지, 어떤 보직과 역할을 수행했는지와 함께 그 과정에서 어떤 전문성을 쌓았는지를 본다.
더불어 그 경험이 지원한 직무와 어떤 관련이 있으며, 입사 이후 회사가 어떤 업무를 맡길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따라서 전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군에서 무엇을 했는가?'에 머물지 않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업의 채용 관점에서 볼 때 제대군인 취업 지원이 앞으로 더욱 효과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몇 가지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전역 전 취업준비를 기업의 실제 직무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 전역을 앞두면 자격증과 교육과정을 먼저 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새로운 분야에 필요한 지식과 자격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자격증의 개수나 교육 이수 실적만으로 취업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자신이 가고 싶은 기업에 어떤 직무가 있는지, 그 직무가 어떤 경험과 역량을 요구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다음 자신의 군 경력 가운데 어떤 경험이 해당 직무와 연결되는지 찾아야 한다.
교육 역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교육을 통해 어떤 직무에 지원할 수 있는가'까지 연결될 때 취업준비의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둘째, 기업과 제대군인지원센터 간의 지속적인 정보교류가 중요하다. 기업의 채용환경은 계속 변한다. 같은 직무라도 요구하는 경험과 기술이 달라질 수 있고 새로운 직무가 생기기도 한다. 기업이 실제로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어떤 경험과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하는지를 취업 지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제대군인들은 제대군인지원센터라는 취업 지원기관을 통해 현실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은 군 경력자가 가진 경험과 전문성을 이해하고, 제대군인지원센터는 기업의 직무와 채용기준을 이해할 때 제대군인과 일자리 사이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셋째, 취업박람회와 기업 연계 프로그램도 직무 중심으로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취업박람회에서 전역 예정 장병들을 만나보면 관심 있는 회사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그 회사에 어떤 직무가 있는지, 자신의 경력이 어느 직무와 연결되는지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기업을 만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알고 기업을 만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박람회 행사 이전에 참여기업의 주요 채용직무와 요구역량을 충분히 안내하고, 참가자가 자신의 경력과 희망 직무를 정리한 상태에서 상담에 참여할 수 있다면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더욱 실질적인 만남이 될 수 있다.
넷째, 취업 이후의 적응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대군인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는 취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조직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안정적으로 적응해 직업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군과 기업은 의사결정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 보고와 협업 방식, 조직문화에서 차이가 있다. 전역예정자가 이러한 차이를 미리 이해한다면 입사 이후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군 경력자가 가진 전문성과 경험을 적절한 직무에 배치하고, 새로운 조직문화와 업무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초기 온보딩과 교육을 지원한다면 채용의 효과 역시 높아질 수 있다. 제대군인은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소중한 인적자원이다.
군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 가운데에는 민간기업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많다. 책임감, 조직관리, 위기대응, 전문기술과 같은 역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군에서의 경험이 기업의 경력으로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이 기업의 직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가보훈부와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단순히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제대군인이 자신의 군 경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기업의 직무를 이해하며, 자신의 경험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 사이의 접점을 찾도록 돕는 역할이다.
기업도 함께해야 한다. 군 경력자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군에서 축적한 경험 가운데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성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17년간 기업의 채용현장에서 많은 군 경력자를 만나며 느낀 것은 결국 하나다. 군에서 쌓은 경험은 전역과 함께 끝나는 경력이 아니다.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찾아낸다면 새로운 직업경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제대군인주간이 군 복무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을 넘어, 전역을 준비하는 장병들이 자신이 쌓아온 경험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사회에서 그 가능성을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현병 방산기업 HR 채용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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