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편의점·택시만이라도”…경영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더 이상 미뤄선 안돼”

뉴스밸런스

뉴스밸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거나 화제가 되는 이슈 및 정책을 대상으로 찬성론과 반대론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논쟁터입니다. 양측 주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경영계 vs 노동계…‘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놓고 찬반 신경전 치열”입니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 분야별 차등 적용’ 문제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데 양측의 찬반 논리와 주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5년 최저임금 관련 중소기업계 기자회견에서 각계 협동조합 참석자들이 지불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결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홈페이지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올해도 법정 심의 기한(6월 27일)을 긴 가운데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경영계에서는 내년에 음식점업과 택시운송업, 편의점업 분야만이라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따.


1일 최임위와 경영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제6차 최임위 전원회의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을 놓고 노사가 정면충돌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2일로 예정된 7차 전원회의에서 재논의키로 했다.

경영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 약화를 들어 음식점·간이음식점·택시운송업·편의점 등에 대해 차등 적용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숙박과 음식업 등을 위주로 현재 최저임금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고,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대다수 소상공인에게는 구인난보다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따른 폐업 고민이 훨씬 더 큰 걱정거리”라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높은 상승률과 획일적 적용이 취약 근로자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업종별 특수성과 영세 자영업자의 최저임금 지불능력을 고려해 구분적용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 단체는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요구했다.

먼저, 경총은 지난달 17일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와 공동으로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저임금은?’을 주제로 ‘최저임금의 수용성 제고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우리 최저임금이 지난 10년 동안 물가상승률의 4배 정도 높게 인상된 점*과 시장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최저임금은 결국 일자리 감소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과 같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하고, 업종별 구분적용도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업종과 지역별로 생산성과 근로강도, 지불능력 등이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을 반영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 최저임금의 수용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실을 고려해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실행될 필요가 있다”고 재차 역설했다.

조정훈 의원은 “최저임금제도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 그리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등장했지만, 단일 최저임금제가 오히려 고용 불안정과 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일률적인 최저임금제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강식 한국항공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13.7%에 해당하는 300만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액(2023년 시급 9620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 최저임금은 보호해야 할 다수의 취약 근로자들을 오히려 최저임금의 보호영역 밖으로 내몰 정도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현행 법상 시행가능한 업종별 구분적용에서 나아가 5인 미만 영세사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규모별 구분 적용, 고령인력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연령별 구분 적용을 위한 제도개선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들도 이날 한목소리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한 2년간(2018~2019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20만명 줄었다. 최소 1명을 고용하고 있었다고 해도 20만개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라며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편의점, 숙박·음식점업 등 영세 자영업자의 최저임금을 타 업종과 차등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과거에는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업종별 구분 적용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준도 높고 업종별 노동생산성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져야 하며,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숙박업, 편의점, 외식업 등 취약업종부터라도 최저임금을 차등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단체들은 사용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고 최저임금을 동결할 것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저임금의 지급 당사자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지불 능력 고려한 2025년도 최저임금 결정 촉구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 등 10개 업종 대표들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지불능력이 취약한 업종에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소기업・소상공인들의 최악의 경영사정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결정해줄 것을 호소했다.

중소기업계 의견을 발표한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노동생산성에 기인한 지불능력 차이까지 사업주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면서 “생계비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EITC(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음은 이들의 발언 요지.

■심상백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편의점은 인건비가 오른다고 판매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적자를 안 보려면 결국 사장이 더 많이 일하는 수 밖에 없어 짜투리 시간에 일하려는 주부, 어르신들도 안 뽑는다. 소상공인 업종도 좀 살 수 있게 지불능력을 고려해서 최저임금을 정해 달라.

■이정우 서울경인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가 들어오면서 안 그래도 무관세인 저가 수입가구와의 가격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원가가 올라도 사실상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문 닫는 가구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성문 한국교육IT서비스업협동조합 이사장=인건비가 단가에만 잘 반영된다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서 조금이라도 기술이 필요한 일자리의 최저임금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업종마다 각자 채산성이 정해져있는데 이걸 무시하고 최저임금이 다 같이 높으니 쉬운 일자리로만 가려고 해서 조금이라도 숙련이 필요한 자리는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신주열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철근임가공은 운송료 포함한 인건비 비중이 70%가 넘는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큰 편인데 철근가공비는 제자리걸음에 올해는 건설경기가 너무 안 좋아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 인건비는 납품단가연동제 대상도 안 된다. 일감이 줄어 고용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철근임가공은 지방에 소재한 특성상 외국인력 비중이 높은데 외국인력들은 1년이 넘으면 최저임금 인상분보다 더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아시다시피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들은 쪼개기 알바를 구한다. 직원도 사장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블랙코메디 같기도 하고 갈수록 이런 상황이 많아지는데 너무 힘이 빠진다.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체감경기가 정말 심각하다. 근로자 생계비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올해는 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민선홍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우리 업종은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에 따라 생산성이 확실히 차이가 있어 성과 보상을 해주고는 있지만 업종 자체 수익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성과에 따른 보상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 아쉽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요즘 정말 힘들다는 기업인들이 많다. 중소기업 80.3%가 올해 최저임금 수준도 부담을 느낄 정도다. 업종마다 다른 특성과 지불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상식이 올해는 꼭 통하길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Copyright ⓒ 뉴스밸런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음식점·편의점·택시만이라도”…경영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더 이상 미뤄선 안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