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부산 여야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부산역 광장에서 나란히 귀향 인사에 나서 명절 민심 잡기에 공을 들였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가덕도신공항 적기 개항과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 유치를 약속하며 정부 견제의 메시지를 남겼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민생과 ‘해양수도 부산’ 완성을 내걸며 전재수 시정에 대한 신뢰를 당부했다. 견제와 안정이라는 서로 다른 두 메시지가 추석 밥상 민심을 거쳐 연휴 뒤 부산 현안을 푸는 협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번 추석은 지난 6.3 지방선거 뒤 처음 맞는 명절이다. 선거 이후 부산 시정은 민주당 전재수 시장이 이끌고 있고, 지역구 국회 의석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정과 지역 국회를 서로 다른 당이 나눠 맡은 구도에서 맞는 첫 명절인 만큼, 양당 모두 귀성객이 오가는 부산역에서 민심을 두드렸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성권 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조승환·정연욱·정성국·곽규택·김희정 의원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다. 민주당에서는 박홍배 시당위원장과 최형욱 수석부위원장이 대표로 인사를 전했다. 같은 광장에서 양당이 꺼낸 화두는 부산 현안과 정국 비판, 민생과 시정 안정으로 나뉘었다.
◆ 신공항 개항 글로벌허브법 사수
이성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먼저 부산의 위상을 꺼냈다. 그는 부산이 지방 소멸 도시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버금가고, 나아가 수도권을 넘어서는 성장축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첫 과제로는 가덕도신공항을 들었다. 이 위원장은 중동 전쟁 여파로 공사비가 급증해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지적하면서 건설업계를 살리고 신공항을 적기에 개항하도록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선언한 2차 공공기관 이전도 과제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부산이 금융 중심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려면 산업은행을 포함한 공공기관 40곳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기업을 돕고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줄 금융기관 유치를 앞세웠다. 금융·물류·첨단산업 지원책을 담은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도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일자리가 넘치고 소상공인 상권이 살아나는 부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승환 의원(중구·영도구)은 부산에 새로운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 기회가 시민의 삶과 지역 상권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조 의원은 “기회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시민이 더 잘 살고 상권이 살아나는 결과로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 대법관 제청 수시 오류 정부 비판
다른 의원들은 중앙 정치 쟁점에 무게를 실었다. 정연욱 의원(수영구)은 최근 전통시장 상인들을 만난 이야기로 인사를 시작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들어 살기 팍팍하다는 목소리를 계속 듣는다고 전했다. 최근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과 대법관 제청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의 인사 문제도 지적했다. 정 의원은 “조금만 더 밀어주시면 다시 한번 바로잡아 보겠다”고 말했다.
정성국 의원(부산진구갑)은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문제 삼았다. 그는 대법관 임명이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쳐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국회 동의 절차 전에 후보를 돌려보낸 것은 반헌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선례가 남으면 사법부 독립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곽규택 의원(서구·동구)은 귀성객에게 짧은 인사를 건넨 뒤 정부를 비판했다. 곽 의원은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정권과 국민의힘이 악착같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희정 의원(연제구)은 최근 불거진 수시 원서접수 시스템 장애를 꺼냈다. 그는 명절이면 가족들이 아이들 공부부터 걱정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접수 사이트가 멈춘 상황에서 대학들이 경쟁률을 발표했고, 이를 보고 다시 원서를 낸 학생들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수시 경쟁률은 합격 가능성과 직결되는 만큼 공정성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명절에 모인 가족들에게는 고3 수험생을 다독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한국전쟁 중 천막 교실을 연 부산의 역사를 꺼내며 “천막 교실을 지켰던 부산이 무너진 입시 공정성을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 민주, 민생 챙기고 해양수도 완성
박홍배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고향을 찾은 귀성객에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고향으로 떠나는 시민에게는 안전하게 다녀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이 많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번 한가위만큼은 가족·친지와 함께 풍성한 명절을 보내길 바란다는 덕담도 전했다. 박 위원장은 “시민의 삶을 더 살피고 부산의 경제와 민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역이 있는 서구·동구 지역위원장인 최형욱 수석부위원장은 부산역 앞 북항 친수공원을 소개했다. 그는 시간이 나면 북항을 한번 둘러보라고 권했다.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인정하면서 민주당이 난국을 잘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부산이 경제수도 서울에 대응하는 해양수도로 도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재수 부산시장을 믿어 주고 함께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더 겸손하게, 더 진지하게 시정을 이끌고 시민의 삶을 잘 보살피겠다”고 다짐했다.
◆ 견제론 대 안정론 메시지 온도차
양당이 귀성객에게 건넨 메시지는 무게중심이 서로 달랐다. 국민의힘은 가덕도신공항, 공공기관 이전,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등 부산 숙원 사업을 하나하나 짚으며 약속을 내놓았다. 여기에 대법관 제청 문제와 입시 공정성 같은 중앙 정치 쟁점을 더해 정부 견제론에 힘을 실었다. 여러 의원이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살림은 챙기고 정부는 견제하는 야당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민주당은 개별 현안 공약보다 민생과 겸손, 해양수도라는 큰 틀을 앞세웠다. 중앙 정부와 부산 시정을 함께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공세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전재수 시장을 믿고 힘을 보태 달라는 당부도 여기에 무게를 더했다. 몸을 낮추고 시민의 삶부터 살피겠다는 여당의 자세를 부각한 대목이다.
양당이 이날 내건 약속은 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과제로 돌아온다. 가덕도신공항은 급증한 공사비 문제를 먼저 풀어야 적기 개항을 기대할 수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산업은행 등 핵심 금융기관 유치가 관건이다. 해양수산부 신청사가 들어설 북항 개발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처리도 남아 있다. 모두 어느 한 당의 힘만으로 풀기 어려운 과제다. 국민의힘은 지역 국회 의석 대부분을, 민주당은 중앙 정부와 부산 시정을 맡고 있어 양당이 손을 맞잡을 여지도 그만큼 크다. 명절 인사에서 양당이 한목소리로 내건 ‘부산의 도약’이 연휴 뒤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지가 이번 추석 인사의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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