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수사자료 입수 경위를 규명해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김 후보자 검증을 주도했던 한 의원이 이제 자신이 공개한 검찰 문건의 출처와 취득 과정을 설명해야 하는 국면에 놓였다. ‘공익제보’라는 설명만으로 수사자료 유출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쟁점이다.
◇ ‘공익제보’ 내세운 한동훈… 처벌 여부는 입수 경로에
김 후보자는 1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에서 자진사퇴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한 의원을 겨냥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한동훈 의원이 벌여온 짜깁기 정치 공작의 진상을 밝힐 시간”이라고 했고, 김병주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제 한동훈 차례”라며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적었다. 한 의원은 20일 김민석 민주당 대표에게 김 후보자의 추가 의혹을 언제 알았는지 밝히라고 요구하며 역공에 나섰다.
공방의 발단은 한 의원이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한 ‘기소계획서’와 문자·카카오톡 자료다. 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검찰 내부 자료가 불법 유출됐다며 지난 6일 한 의원과 성명불상의 제공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3일 김 의원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한 의원의 법적 책임을 가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자료를 확보한 시점과 경로다. 형법 제127조는 전·현직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다. 한 의원이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해당 자료를 접한 뒤 공개했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 퇴임 후 제보자에게 처음 전달받았다면 판단은 달라진다. 이 경우 자료를 빼낸 공무원이 일차적인 수사 대상이 되고 한 의원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유출을 요청하거나 제공자와 공모한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두 번째는 공개된 문건이 법적으로 보호할 ‘비밀’에 해당하는지다. 검찰 내부에서만 공유된 수사계획과 미공개 증거가 담겼다면 비밀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판결문이나 공개 재판에서 이미 드러난 내용이라면 보호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 경찰이 문건의 진위와 작성·결재 과정 기존에 공개된 내용과의 차이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문자와 카카오톡 자료에 담긴 개인정보도 살펴봐야 한다. 한 의원이 자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가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됐다는 점을 알고도 제공받았는지, 의혹 제기와 무관한 사적 정보까지 공개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세 번째는 한 의원이 내세운 ‘공익제보’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느냐다. 공직 후보자 검증이라는 목적에 공익성이 있더라도 자료를 확보하고 공개한 과정까지 당연히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보 내용이 법에서 정한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비공개 수사자료 전달이 신고에 필요한 범위였는지를 따져야 한다. 국회의원 면책특권도 국회 밖 기자회견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공개 행위까지 포괄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의 2023년 채 상병 사건 수사기록 공개 사례도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당시 김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사기록을 입수했다며 관련자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논란이 일자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확보한 자료”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국민의힘의 고발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상임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자료를 공개한 김 의원 사건과 SNS·기자회견을 통해 문건을 공개한 한 의원 사건은 공개 장소와 방식이 달라 같은 법적 판단이 내려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김 의원 사례처럼 한 의원 사건도 공개된 내용의 공익성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자료를 취득하고 공개한 과정의 적법성은 별도로 따져야 한다. 경찰이 문건의 최초 유출자와 전달 경로, 한 의원의 관여 여부를 확인해야 법적 책임의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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