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의혹의 무게에 비해 검증은 가벼웠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자료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잇달아 제시됐지만 이를 확인할 증인과 비교 자료가 없어 사실관계를 가리는 데 한계를 보였다. 야당은 신약 민원과 가족 관련 의혹을 제기했고, 여당은 장기간의 검찰 수사와 수사자료 유출 문제를 앞세워 후보자를 엄호했다. 김 후보자도 일부 판단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지만 상당수 의혹에는 기존 수사 결과를 근거로 들거나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 청문회 답변 따라붙은 한동훈 SNS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5일 증인과 참고인 없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민원과 양수진 씨와의 관계, 배우자와 아들이 근무한 발달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 특혜 의혹, 음주운전 전력 등이 쟁점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관련 의혹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하면서도 부정한 청탁이나 가족을 위한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해명은 청문회장 밖에서 곧바로 또 다른 검증대에 올랐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청문회가 시작된 뒤 김 후보자의 답변이 나올 때마다 SNS에 통화 녹취와 판결문을 제시하며 해명의 타당성을 되물었다. 여당 의원들이 수사자료 유출 문제를 제기하면 법률적 반론을 내놓고, 김 후보자가 의혹을 부인하면 관련 자료를 다시 꺼내 드는 방식으로 맞섰다. 청문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장외에서 실시간으로 검증을 이어간 것이다.
한 의원이 파고든 쟁점은 크게 네 갈래다. 김 후보자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신약 관련 민원을 어떤 검증을 거쳐 전달했는지 △양씨와의 오랜 친분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신현영 전 의원을 통한 후속 지원에 관여했는지 △수사자료 공개가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타당한지다. 한 의원이 제시한 자료 가운데 김 후보자의 답변과 직접 맞물리는 내용도 있었지만, 청문회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포함됐다.
청문회 문답과 맞춰보면 양측 주장의 설득력은 쟁점마다 갈린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제넨셀이 식약처에 조작된 실험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알고도 민원을 전달했는지 물었다. 김 후보자는 “저는 문과”라며 치료제 성능을 판단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치료제의 안전성과 임상시험 승인 여부는 식약처와 전문가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답변만으로는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 민원을 전달하기 전 어떤 자료를 확인했는지 드러나지 않았다.
한 의원도 이 대목을 겨냥했다. 전문성이 없는데도 양씨의 요청을 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민원을 전달한 것이 더 문제라는 취지다. 김 후보자는 오후 들어 당시로 돌아간다면 보좌진을 통해 자료를 검토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외국계 치료제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을 “너무 믿은 것 아닌가 후회스럽다”고도 했다. 민원 전달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누구에게 어떤 자료를 받아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 의원이 공개한 통화 녹취에는 김 후보자가 양씨에게 “보고 싶어서 눈에서 눈물이 나네, 그냥”이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두 사람의 친분을 보여주는 자료지만 이 녹취만으로 민원 전달 과정에 대가나 부정한 영향력이 개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 의원은 녹취 내용과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눈물을 보인 장면을 연결해 비판했다.
신현영 전 의원을 통한 후속 지원 의혹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양씨가 강세찬 씨에게 김 후보자가 신 전 의원과의 만남에 함께 가주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녹취를 제시했다. 김 후보자는 해당 만남에 동행하지 않았고 관련 통화나 문자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한 의원은 당시 보건복지위원장이던 김민석 민주당 대표까지 거론했지만 김 후보자의 실제 접촉이나 관여를 보여주는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 후보자 의혹에서 수사자료 유출로 옮겨간 공방
수사자료 공개를 둘러싼 법률 공방에서는 김 후보자의 설명이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한 의원이 수사자료를 공개한 과정에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의원은 해당 죄의 적용 대상이 수사기관 종사자라며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는 범죄수사 직무를 수행하거나 이를 감독·보조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적용된다. 한 의원의 공개 행위와 검찰 내부자료의 유출 경위는 구분해서 판단할 문제다.
여당 의원들은 후자에 무게를 실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번 인사청문회는 김승원 청문회가 아니다”며 한 의원이 검찰 수사자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그런 것 같다”고 답한 뒤 장관에 취임하면 검찰 내부자료가 정치나 변호사 영업에 사용됐는지 감찰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자 검증보다 한 의원과 검찰을 향한 공세에 질의 시간을 쓴 셈이다.
가족 관련 의혹에서도 여야의 시각은 엇갈렸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 배우자가 수원시 담당 팀장의 도움으로 소방점검 보완 기간을 확보했다는 취지의 녹취를 공개했다. 김 후보자는 배우자의 목소리를 인정하면서도 소방시설 미비에 보완 기회를 주는 것은 통상적인 행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 의원은 김 후보자의 배우자와 아들이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존경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가족의 활동 취지는 부각됐지만 같은 보완 기회가 다른 신청기관에도 주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의원이 제시한 자료는 김 후보자가 신약 민원을 전달하기 전 무엇을 확인했는지와 피의사실공표죄 주장의 타당성을 다시 쟁점으로 끌어냈다. 그러나 양씨와의 친분이 민원 전달에 부정한 영향을 미쳤는지 신 전 의원을 통한 후속 지원에 김 후보자가 관여했는지는 청문회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김 후보자 역시 장기간의 검찰 수사와 기소유예 결정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민원 전달 전 검증 과정과 이후 관여 범위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하지 못했다. 청문회장 안팎에서 주장과 반박이 이어졌지만 핵심 사실관계를 둘러싼 물음표는 여전히 남는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