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한소희 기자] 이창동 감독이 24년 만에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다시 은사자상을 품에 안았다. 8년 만의 장편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한국 영화 최초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에서 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심사위원대상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이은 2등상에 해당한다.
한국 영화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본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심사위원대상을 한국 영화가 거머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창동 감독에게도 뜻깊은 귀환이다. 그는 2002년 '오아시스'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24년 만에 같은 영화제에서 또 하나의 본상을 추가했다. 당시 '오아시스'의 주연 문소리 역시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무대에 오른 이창동 감독은 오랜 시간 작품을 기다려준 이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의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으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특히 영화를 기다리느라고 매일 술을 마셔야 했던 제작자 이준동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을 이끈 배우들에게도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이 감독은 "이 영화에 생명력을 준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네 분에게 감사드린다. 이 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밝혔다.
'가능한 사랑'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 감독은 약 10년 전 해고 노동자 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했지만 제작 단계에서 프로젝트를 접었다. 이후 이야기를 오랜 시간 발전시킨 끝에 '가능한 사랑'으로 완성했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가 동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수상 의미를 되새겼다.

'가능한 사랑'은 2018년 '버닝' 이후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신작이자 그의 첫 넷플릭스 영화다.
작품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가 영화 제작을 계기로 얽히면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계급과 환경에서 살아온 두 부부가 상대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각자가 감춰왔던 욕망과 관계의 균열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6일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된 뒤 현지 반응도 뜨거웠다. 상영 후 약 7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해외 매체와 평단의 호평도 쏟아졌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홍콩의 거장 두치펑 감독 역시 폐막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사랑'을 두고 이창동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원숙한 영화라고 평가하며 작품의 세밀한 표현과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수상에 앞서 국제비평가연맹(FIPRESCI)상까지 받은 '가능한 사랑'은 심사위원대상까지 더하며 이번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1997년 '초록물고기'로 영화감독에 데뷔한 이창동 감독은 이후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 등을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랜 공백 끝에 내놓은 '가능한 사랑'으로 다시 세계 영화계의 중심에 선 셈이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해 2주간 단독 상영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제99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돼 베네치아에 이어 오스카 도전에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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