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대폭 끌어올렸지만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은 오히려 낮췄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고용과 소비로 번지는 데는 시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한은이 발표한 '8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3%로 지난 5월 전망치(2.6%) 대비 0.7%포인트(p) 상향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2.1%에서 2.9%로 0.8%p 높아졌다.
반면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14만명으로 지난 5월 전망치(18만명) 대비 4만명 낮아졌다. 지난해 증가폭인 19만명에도 못 미친다. 중동전쟁의 영향과 건설업 등 취약업종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한은은 하반기 경기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민간고용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과 고용 전망이 엇갈린 배경에는 반도체 중심의 성장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 상향폭 0.7%p 가운데 반도체 경기 호조가 0.35%p를 차지했다.
이동렬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 5월 전망과 차이가 난 요인 중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물량과 가격 측면이 모두 있지만 가격 측면의 차이가 훨씬 더 컸다"고 설명했다.

지출 부문별 전망에서도 온도 차가 나타났다.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 전망은 4.9%에서 9.7%, 설비투자는 4.4%에서 6.8%로 크게 상향됐다. 반면 민간소비는 2.0%에서 2.1%로 0.1%p 높아지는 데 그쳤다.
◆ 수출이 먼저 뛴 반도체 호황…한은 "내년엔 소비·고용으로"
반도체 호황이 성장률에는 빠르게 반영됐지만 가계소득과 고용, 소비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한은은 내년부터 이 같은 파급효과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국장은 "현재 거시 데이터에서는 자세히 나타나지 않지만 반도체 수혜 지역의 미시 데이터를 보면 일부 소비 확산이 확인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성과급 규모가 커지고 고용과 소비 품목도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파급효과가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IT 부문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우리 경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IT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 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지는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이외 업종에서도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기업심리와 수익성이 지난 4개월 동안 꾸준히 개선됐고 반도체 이외 업종에서도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흐름이 경제의 온기가 퍼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산업별 온도 차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명목임금은 IT 부문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되겠지만 건설업 등 일부 비IT 부문에서는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호황의 직접적인 수혜가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된 점도 경제 전반의 파급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반도체 호황은 대외수지에서는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 5월 전망치(2500억달러)보다 2000억달러 늘어난 4500억달러로 전망했다. 내년 전망 역시 1900억달러에서 4300억달러로 대폭 높였다.
◆ 성장률 올라도 물가 2% 웃돈다…반도체 지속 여부 '변수'
성장세 확대에도 물가는 당분간 한은의 목표 수준인 2%를 웃돌 전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과 같은 2.7%, 내년은 2.3%로 유지됐다. 반면 근원물가는 올해 2.4%에서 2.5%, 내년 2.3%에서 2.5%로 각각 상향됐다.
이 국장은 "소비자물가는 유가 하락으로 내년 중 안정되는 경로를 보이겠지만 근원물가는 누적된 비용 충격의 2차 파급효과와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2%대 중반을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까지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으로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향후 성장 경로의 핵심 변수는 반도체 호황의 지속 여부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물량 증가율이 올해 10%대 후반, 내년 10%대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제했다.
이 국장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확장 국면이 지속되는 것으로 전망에 반영했다"며 "그 이후에는 인공지능(AI) 수요가 얼마나 지속될지,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 확대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일 경우,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올해 0.2%p, 내년 0.6%p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반대로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면 각각 0.1%p, 0.4%p 낮아질 것으로 봤다.
중동 상황 역시 변수지만 한은은 전체 성장 전망의 상·하방 위험은 현재 거의 균형된 수준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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