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아직 늦지 않았다... 성공한 사람과 비교 대신 할 수 있는 일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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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성 프로 골퍼[사진=맘스커리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프로 골퍼 조윤성은 호주 PGA 정회원이자 KPGA 챔피언스투어 멤버, 그리고 유튜브에서 56만 3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다. 최근 <인생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에세이집을 출간해 저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피앤에프 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지난 4월에는 KB증권과 협찬 계약을 맺기도 했다.


프로골퍼이자 유튜버로서 모두 성공한 조 프로는 어린 시절 골프를 시작해 한 길만 걸으며 승승장구했을 것만 같지만 사실 뒤늦게 입문했다. 한국에서 수학강사로 일하던 조윤성은 일을 그만두고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난데없이 프로 골퍼가 되기로 다짐하고 독학을 시작했다. 이렇게 10년간 프로를 준비하며 그는 계획대로 안 돼 절망했다고 말했다. 하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신뢰한 결과 목표한 바를 이뤘다. 이런 조 프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호주 PGA 정회원이자 골프 유튜버인 조윤성 프로입니다. 최근 에세이 <인생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를 출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 한국에서 처음 수학 강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또 왜 갑자기 유학을 떠나고자 하셨습니까?

사실 처음엔 봉사인 줄 알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교회 누나가 복지관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함께하자고 권하기에 흔쾌히 수락했죠. 한 달 후 수고했다며 보수를 주셨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그렇게 강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복지관에서 가르치다 보니 보습학원에서, 또 입시학원에서도 강의 제안이 들어와 바쁘게 일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고 돈도 괜찮게 벌 수 있었으나 제 삶의 목표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수학강사로 일하며 제가 원하는 걸 하면서 살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호주로 떠나게 됐습니다.

 

 

▲ 자녀와 함께[사진=본인]

 


- 5년 정도를 예상하고 간 호주에서 20여 년을 지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으로 골프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습니까?

호주에 온 지 한 달쯤 지났을 무렵부터 저는 골퍼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버스에서 미래에 대해 궁리하다가 떠오른 생각입니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예체능 계열을 좋아하는데 음악, 미술은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체육 종목을 선택하려다 보니 골프가 떠오른 것입니다. 축구를 하기엔 늦었으니까요. (웃음) 

 

호주는 골프 치는 비용이 한국보다 저렴하고 50대 프로 골퍼도 많으니 20대 후반인 제가 도전해 봄 직하다는 판단이 선 것입니다. 당시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었던 제가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꿀 만한 무언가를 간절히 찾은 결과가 아니었을까요.

- 스무 살이 넘은 나이에 갑자기 프로 골퍼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었습니까?

스스로 포기하지 않도록 주변 사람에게 계획을 알렸는데요. 당시엔 주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었는데요, 저 들으라는 듯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사람이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30대 정도 되면 꿈은 포기하고 처자식을 부양하는 게 당연한데 뭐 잘났다고 프로 골퍼를 한다고 설치느냐?’라고요. 당시 저는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 말을 듣지 못했나 봅니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프로 골퍼 준비를 하기도 했고, 그들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아내에게만큼은 ‘포기한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 세바시 출연 모습[사진=본인]

 

- 골프 독학하면서도 학교를 졸업한 뒤 가족을 부양하고자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학생비자로 호주에 갔기에 일주일에 20시간만 일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 부부는 식당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일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아마추어 골퍼로 활동할 때는 골프장의 프로숍에서도 일했습니다. 한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고 이후엔 골프 유학생들을 맡아 데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부동산 중개소를 개업하기도 했습니다. 줄곧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면서 그 외의 시간에만 제 꿈을 추구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참 열심히 살았네요.

- 사실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면 자신의 인생을 위해 치열하게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지 그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골프에 재능이 있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체격 조건이 좋거나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훌륭한 체격에 재능이 뛰어난 프로 지망생을 보며 ‘나는 어려울 것 같다’ 생각한 적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기도 했습니다. 골프가 너무 안 돼 절망한 나날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만하자, 난 힘들겠다,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절망의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할 수 있다’ ‘해 보자’ 하고 생각하며 하루를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그 절망감을 오래 끌고 가지 않았던 걸 보면 저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편인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저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 5학년 때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께 맡겨졌습니다. 제 삶에 주어진 기회가 다른 이에 비해 현저하게 적었습니다. ‘왜 이렇게밖에 살 수 없나?’ ‘내 인생이 이대로 묻혀 버리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늘 있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임에도 재수를 선택해 고시원에서 지내며 돈도 벌면서 어렵게 공부한 끝에 동국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 경험은 제게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처음 맛보게 해 주었습니다. 

 

이후 저는 제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되거나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절망감은 수없이 느끼더라도 포기하지 않게 됐습니다. 포기하면 결국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붙잡고 있으면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 조윤성 프로 골퍼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사진=맘스커리어]

 

- 56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있는 유튜버입니다. 아내, 딸을 가르쳐 주는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가족과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1년 가까이 지내다 왔습니다. 브리즈번 교민에게 제가 다시 돌아왔음을 알리고 골프 레슨을 시작한다는 광고를 해야 하는데 광고비가 너무 비쌌습니다. 고민 끝에 유튜브에 올려 알리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액션 캠을 사서 골프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구독자가 약 18만 명쯤 됐을 때부터 아내를 가르치는 영상을 올리게 됐는데요. 사실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보통 골프장에 가서 2시간가량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고 10분 정도 남는 시간에 아내에게 레슨을 했습니다. 그때 찍힌 영상은 편집도 하지 않고 다른 계정에 올렸는데요. 제가 기록을 위해 일상 브이로그나 가족들을 찍은 영상을 올리던 계정이었습니다. 그 영상이 화제가 돼 그 콘텐츠를 메인 채널로 가져오게 됐습니다. 딸의 경우엔 본인이 레슨을 받고 싶다고 열의를 보여서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주 물으십니다. 아내와 딸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인데요. 저도 처음엔 가르치다가 울컥 화가 날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제 심리를 들여다보니 제가 선을 넘고 있었습니다. 제가 골프 레슨을 해 주고 있긴 합니다만 잘하고 못하는 건 아내의 문제였습니다. 이걸 제가 분리하지 못해 화가 났던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더라도 이걸 배워서 잘하고 못하는 것은 아이의 일입니다. 아이가 해 나갈 일인데 부모가 답답해하고 개입하고 화까지 내는 건 부모가 자녀에게 갖춰야 할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조윤성 프로 골퍼[사진=본인]

 

- 아마 프로님이 많이 받아보신 질문일 겁니다. 골프는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까요?

이런 자리에서 질문을 받으면 저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자기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슨을 받으러 오면 꼭 본인 스윙이 괜찮은지 확인받으려는 분이 있습니다. 골프는 함께하는 운동이라 서로 눈치를 봅니다. ‘내가 스윙을 이렇게 하는 걸 남들이 어떻게 볼까’ ‘내가 잘 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며 남의 평가에 신경을 씁니다. 그 두려움을 털어 버릴 수 있다면 골프를 잘 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불안감을 잘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잘하지 못한다면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도 다 적용이 됩니다. 연습을 열심히 할 수 있게 되겠죠. (웃음) 한데 실전에서는 이런 불안감을 버려야 합니다. 태세전환을 빠르게 해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면접을 보러 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면접관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요, 이때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입니다. ‘망쳐도 상관없어’ ‘이 회사 안 다니면 다시 안 볼 사람이야’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거 진짜 중요한 기회야’ ‘정말 잘해야 해’ 하고 힘이 들어가면 망치더라고요. 골프도, 인생도 이를 잘 플레이 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인생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를 출간한 조윤성 프로 골퍼[사진=맘스커리어]

 

- 최근 에세이집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까?

저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여러분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길 바라는 소망이 있습니다. 책 제목처럼 인생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 프로 골퍼로 또 유튜버로도 어떻게 보면 꿈을 이루셨습니다. 이후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생은 높은 정상을 정복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넘어야 할 산을 직면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로 골퍼가 된 건 수많은 산 가운데 하나이지요. 그럴싸한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사는 게 좋습니다. 제 앞엔 언제나 근사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저는 매일 운동하고 골프연습하고 책 읽고 강연 자료 준비하며 하루를 보람 있게 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을 꽉 차게 사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루하루가 모여 그럴싸하고 근사한 일이 될 테니까요. 물론 그 순간만을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합니다.

- 다시 일을 시작하거나 지금 일하고 있는 맘스커리어 독자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삽니다. 이번 생에 타고난 환경, 조건, 능력이나 외모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바꿀 순 없습니다. 타고난 현실을 빨리 받아들여야 긍정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주어진 환경과 시간에서 지금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뭔가 시도하지 못한다면 그걸 핑계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내 탓’이라고 생각해야 발전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 때문이고, 환경 탓이라고 여긴다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나에게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집중해 보십시오. 그런 다음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낼 수 있는 시간적인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구체적으로 찾아보십시오. 성공한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에게만 집중하며 내 환경에서 이룰 수 있는 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삶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 힘내십시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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