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주 기사로 주가 띄우고 93억원 챙겨…선행매매 기자 6명 등 8명 기소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1. 회계사 출신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표 A씨 일당은 거래량이 적고 주가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를 골라 미리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호재성 ‘특징주’ 기사 초안을 경제신문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기사 송출 준비가 끝나면 단체 대화방에는 'ㄹㄷ(레디)'라는 신호가 올라왔다. 기사가 보도돼 매수세가 유입되면 주식을 팔라는 의미였다.

#2. 현직 경제신문 기자 H씨는 자신이 작성한 특징주 기사가 보도되기 직전 해당 주식을 매수했다. 이후 기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포털 등에 노출돼 주가가 오르면 되팔았다. 금융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인 명의 증권계좌도 이용했다.


특징주 기사를 선행매매 수단으로 악용해 약 9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회계사와 전·현직 경제신문 기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검사 김태겸)는 회계사 출신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표 A씨와 전·현직 경제신문 기자 6명, 일반 투자자 1명 등 총 8명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수·증재,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가운데 A씨와 기자 3명 등 4명은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특징주 기사가 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포털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돼 투자자 매수세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은 거래량이 적거나 주가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와 테마주를 선정한 뒤 기사 초안을 작성해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기사 배포 전 주식을 매수하고 보도 후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이들이 '소형주로 특징주를 찾아보면 잘 먹힌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고, 정치권 주요 일정과 관련된 종목을 찾아 기사화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기사 제목도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에 따르면 A씨는 투자자들이 HTS 속보창에서 기사 본문보다 제목을 먼저 본다는 점을 노려 제목과 기사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와 범행을 모의한 뒤 기사 1건당 3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기자들을 차례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4년8개월 동안 특징주 기사 1800여건을 이용해 총 85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기사 배포 대가로 거액의 금품도 오갔다. A씨 측은 기자 3명에게 각각 약 1억5000만원, 1억1600만원, 2800만원 등 총 2억94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품은 A씨 명의 체크카드로 ATM에서 직접 현금을 인출하게 하거나 헬스장 사물함에 현금을 넣어두는 방식 등으로 전달됐다.

A씨 일당과 별개로 단독 선행매매를 한 현직 기자 H씨도 구속기소됐다. H씨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기사 340건을 이용해 7억4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5억5000만원 상당은 지인 명의 차명계좌를 통해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당과 H씨가 선행매매에 이용한 특징주 기사는 총 2140여건이며, 검찰이 산정한 부당이득은 92억9000만원 상당이다.

금융감독원 특사경은 방대한 기사와 주식 체결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도 활용했다. 기사 송출 시점과 주식 매매 내역을 자동으로 대조하고 부당이득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추가 범행을 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치 이후 텔레그램 대화 내역과 계좌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해 기자 B씨가 A씨와 함께 범행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기사 배포 대가를 수수한 기자 E씨도 추가로 구속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동결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압수수색 이후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배우자 명의로 새 부동산을 취득한 정황도 확인해 추가로 추징보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박탈하고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금융·증권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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