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방자치단체의 관성으로 자리 잡았던 '의례용 (행정 과부하)'에 하동군이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김현수 하동군수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답습되던 불필요한 공문서 및 연례행사 준비 절차를 과감히 정리하고 공직 사회의 내실을 다지는 행정 체질 개선에 나섰다.◆'글짓기 행정' 차단…현장 밀착형 실무 체계 구축
하동군이 내건 행정 쇄신의 핵심은 공무원의 시선을 '격식용 서류 작업'에서 '주민 접점 현장'으로 돌리는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끌어오는 대목은 지자체장이 매번 참석하는 각종 행사용 인사 말씀 원고 작성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동안 실무 부서 직원들이 단체장의 몇 분짜리 수사(修辭)를 다듬느라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김 군수는 군정 간부회의를 통해 "습관적으로 이어져 온 관행적 과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공직자가 부지런히 생산해야 할 것은 정교한 원고가 아니라 주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결과물"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군은 지난 22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소모성 업무 통폐합 과제'를 접수받고 있으며, 수집된 개선안은 즉각 시정 운영에 접목할 예정이다.
◆주민 생활 시차 맞춘 '유연 행정'…직원 대체휴무로 지속가능성 확보
소통 방식 또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맞춤형으로 전환한다. 평일 주간에 편중돼 대다수 직장인 주민의 참여가 어려웠던 주민설명회는 야간 및 주말 시간대로 유연하게 분산 배치한다.
동시에 주말 현장 투입이 불가피한 직원에 대해서는 대체휴무 제도를 엄격히 보장해 행정력 소진을 방지하도록 한다. 공공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공직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정밀한 설계다.
공약 이행 점검 과정도 기존의 실적 보고 형식을 탈피한다. 실무 부서가 현장에서 직면한 난관과 구조적 한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함께 수습책을 논의하는 자율 토론 방식으로 탈바꿈한다.
하동군 일하는 방식 혁신 4대 프레임 △의례적 행사 원고 작성 완전 폐지 등 소모성 작업 정비 △현장 직원의 제안을 정책으로 직결하는 '소모성 업무 통폐합' 추진 △주민 생활 패턴에 맞춘 '탄력적 시차 설명회' 및 '대체휴무제' 정착 △현장 장애 요인을 공유하는 자율 토론형 공약 이행 점검
◆지자체 슬림화 경쟁 속 '지속 가능성' 최대 과제
공공 부문의 비효율을 줄이고 실용을 추구하는 이러한 시도는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자체들 사이에서 거세지는 '행정 슬림화' 트렌드와 맥을 같이한다.
실제로 주요 광역자치단체와 일부 기초 시·군에서도 서류 분량 제한, 간이 보고 활성화, 불필요한 위원회 정비 등 '공공부문 다이어트'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해진 관료적 수속을 거쳐서는 가파르게 변화하는 지역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행정 전문가들은 하동군의 이번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체장의 선의를 넘어 제도적 시스템으로 착근돼야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정 전문가 A교수는 "불필요한 과업을 도려내는 것은 공무원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혁신법"이라며 "다만 단기적 지침에 그치지 않으려면 불필요한 업무를 발굴하고 도려낸 직원에게 실질적인 인사상 혜택을 제공하는 등 보상 체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수 하동군수는 "행정의 혁신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의 의견에서 시작된다"며 "공무원의 부담을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안이라면 부서의 구분 없이 적극 검토하고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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