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충청권에서는 투자 실효성과 지역 간 역할 분담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충남의 생산기지 확대와 대전의 연구개발(R&D), 세종의 정책 기능을 연계하는 광역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충청권을 AI 반도체 핵심인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이 새로운 사업이라기보다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재확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아산 온양사업장을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해당 사업은 이미 아산시가 지난달 인허가 협의를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계획에는 연면적 약 14만㎡ 규모의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 조성이 포함돼 있어 이번 발표가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계획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산시는 투자 방향은 기존 계획과 큰 틀에서 같지만 삼성전자가 추가적인 투자 규모와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조만간 삼성전자에서 별도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투자 계획이 구체화되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서는 국내 최대 반도체 연구개발 인프라를 보유한 대전의 신규 투자 계획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대전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대전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나노종합기술원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연구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유성구 교촌동에는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시설 중심의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연구개발 기능과 산업화를 연계하는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의 대응력이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개별 지역의 투자 규모보다 충청권 전체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충남에서는 삼성전자 HBM 생산시설과 하나마이크론 패키징, 테스트베드 구축 등을 중심으로 생산 기반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다만 생산시설 확충만으로는 지역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기술 검증과 사업화, 협력기업 유치, 산업용수와 전력 공급, 신속한 인허가 등 종합적인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정부의 대규모 HBM 패키징 투자와 AI 전환이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실현될 수 있도록 충남이 전력과 용수, 인허가, 정주 여건까지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은 첨단 패키징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 공공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술개발을 산업화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산업 현장 수요를 반영한 기술 이전 체계 구축이 과제로 제시됐다.
세종은 행정수도로서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을 담당하며 충청권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기업 투자만으로 산업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생산, 전문인력 양성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는 충청권을 하나로 묶는 광역 협력 전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충남의 생산 기반, 대전의 연구개발 역량, 세종의 정책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공동 전략이 마련돼야 정부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반도체와 AI 산업 육성을 위한 세부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행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 주요 기업이 참여해 후속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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