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도입 앞둔 제2금융권…‘책임경영’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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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탈)와 자산 7000억원 이상 저축은행은 오는 7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카드사와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책무구조도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지만,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조직 규모와 인력 한계로 제도 안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형사는 임원 수가 적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책무를 세분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탈)와 자산 7000억원 이상 저축은행은 오는 7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별 담당 업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에 명문화하는 제도다. 횡령과 부당대출,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담당 임원과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도입됐다.

◇참여율은 역대 최고…막상 뜯어보니 보완사항 ‘수두룩’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범운영 대상인 여전사 24곳 중 22곳, 저축은행 33곳 중 30곳이 참여해 전체 참여율은 91%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권 시범운영 당시 29%, 대형 보험사·금융투자회사 79%를 웃도는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대부분 지난 3~4월 이사회를 통해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마쳤고, 주요 캐피탈사들도 내부통제 체계 정비를 완료했다. SBI저축은행은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시범운영에 돌입했으며, 저축은행중앙회도 표준안 배포와 공동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등 제도 안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참여율과 달리 시범운영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금감원은 특정 임원에게 영업과 리스크관리, 전산, 내부회계관리, 내부통제 업무가 과도하게 집중된 사례를 확인했다. 또 여신심사 업무를 여러 임원에게 중복 배분하거나 상품기획과 사후관리 등 일부 핵심 책무를 누락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책무 내용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작성하거나 관리 의무를 단순 반복 기재한 경우도 있었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 내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사례도 지적됐다.

이에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금감원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개선된 책무구조도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책임은 나누라는데…현실은 임원이 부족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제도 취지와 조직 현실의 괴리다.

금융당국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소비자보호, 민원관리, 여신심사 등 업무별로 책무를 보다 구체적으로 배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 저축은행과 일부 여전사는 임원 수 자체가 적어 한 명의 임원이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실제로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리스크 담당 임원이 PF와 기업여신을 함께 관리하고, 영업총괄 임원이 소비자보호 업무를 겸하거나 준법감시인이 내부통제 전반을 총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제도 취지대로 책무를 세분화하려 해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카드사와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는 상대적으로 조직이 세분화돼 있지만, 중소형 저축은행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워 회사 규모에 따른 운영 격차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책임경영 강화 취지 공감…실효성 확보는 과제

금융권은 책무구조도 도입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개인정보 유출과 횡령, 부당대출, PF 부실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통제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책무구조도는 사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규모와 조직 특성을 고려한 운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제재를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문서 작성에 그칠 경우 내부통제 강화라는 제도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금융회사의 부담은 완화하면서도 고위 경영진의 책임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며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애로사항과 미흡한 점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제도를 보완하고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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